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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 20년 만에 퇴직연금 시장의 무게추가 확정기여(DC)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이규성 선임연구원은 7일 발표한 ‘미래에셋투자와연금리포트 69호’에서 퇴직연금 시장이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형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임금구조와 금융환경 변화를 맞아 최종임금과 근속연수에 연동되는 DB형의 상대적 이점이 약해지고 운용성과가 급여를 좌우하는 DC형이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2년에 73.9%를 차지했던 DB형 적립금 비중은 하락 흐름을 이어가 작년에는 49.7%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DC형은 17.6%에서 27.1%로 확대됐다. 사업장 규모별로도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DC·병행형 비중이 2023년에 80.3%에 이르는 등 구조적 변화가 뚜렷했다.
리포트는 배경을 임금체계의 구조적 변화로 봤다.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과 임금피크제의 확산 등으로 임금상승 곡선이 완만해지자 ‘퇴직 직전 임금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DB형의 매력이 과거보다 낮아진 것으로 본 것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운영 비율은 2013년 18.5%에서 2022년 51%로 뛰었고, 신입과 25년차 간 임금격차도 2016년 2.3배에서 2024년 2.0배로 축소됐다.
실질임금 상승률 역시 2000년대 평균 2.3%에서 최근 5년 평균 0%대(약 0.3%)로 둔화했다. 덧붙여 저성장·고령화까지 맞물려 최종임금 연동 구조를 취하는 DB형이 더 이상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운용 규제도 DC에 우호적으로 변화했다. 퇴직연금 감독체계는 2015년 포지티브(열거주의·열거한 상품만 허용)에서 네거티브(포괄주의·열거한 상품 제외하고 모두 허용) 방식으로 전환됐고 DC·IRP의 위험한도는 2012년 40%, 2015년 70%까지 확대됐다.
아울러 2018년에 적격 타깃데이트펀드(TDF), 2022년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서 위험자산 100% 편입이 가능해졌다. 결과적으로 순수 주식형 펀드, ETF 등 실적배당형 선택지가 크게 늘었고 자동 자산배분수단(TDF, 밸런스드펀드, 로보어드바이저)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장기·분산투자 원칙을 구현하기 쉬워졌다.
상품 지형의 재편은 성과로도 확인됐다. 5년 기준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은 4.77%로 원리금보장형의 2.49%를 앞섰다. 10년 기준으로는 실적배당형이 3.544%, 원리금보장형이 2.09%였다. 퇴직연금 집합투자 내 TDF 비중은 2019년 7.0%에서 2024년 20.6%로 커졌고, 국내 ETF 시장도 2014년 18조600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10조 원으로 확대됐다.
해외자산의 접근성이 높아지며 지역·통화·섹터 분산 효율성도 높아졌다. 국내 주식·채권 50:50 포트폴리오 대비 미국 자산을 포함한 글로벌 분산 포트폴리오의 장기 샤프비율이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장기 연금 자산에는 글로벌 분산이 유리하다는 근거도 축적되고 있다.
DB형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DB형 최소적립비율(100%) 미달 사업장이 5만6000 곳에 달해, 경영여건 악화 시 퇴직급여 체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적립·분산·배분 조정으로 대표되는 DC형의 운용수익 기반 구조가 합리적 대안으로 부상하는 한가지 이유다.
아울러 저성장 국면에서 임금상승 압력이 약화되는 점까지 감안하면 DC형으로의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다만 DC형은 가입자가 스스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어 금융투자 교육을 강화하고 원리금보장형 중심이 디폴트 옵션 상품을 실적배당형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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