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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뷰티 업계가 ‘마케팅 양극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전통 강자들이 안정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비용 효율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에이피알·달바글로벌 같은 신흥 기업들은 매출의 20% 안팎을 마케팅에 쏟아부으며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올해 1~3분기에만 1667억 원을 광고선전비로 집행했다. 1년 새 66% 넘게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은 4785억 원에서 9797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마케팅 비용 증가를 상쇄할 정도로 매출이 더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광고비 비중은 21%에서 17%로 낮아졌다.
달바글로벌 역시 올해 광고비가 8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 가까이 늘었지만, 매출이 2137억 원에서 3595억 원으로 증가해 매출 대비 광고비 비중을 약 22%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이들 신흥 기업의 공통점은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 마케팅이다. 아마존, 틱톡 등 글로벌 온라인 채널에서 광고비 집행이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리뷰 확대, 판매량 증가로 직결된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다. ‘돈을 쓰는 만큼 바로 팔린다’는 구조가 성립하면서 고비용 마케팅이 오히려 성장 엔진이 되는 셈이다. 최근 두 기업 모두 미국에서 팝업스토어 개최, 지하철·도심 전광판 광고 등 오프라인 활동도 병행하며 브랜드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보수적 마케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1~3분기 광고선전비는 40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 이상 증가했지만 광고비 규모는 오히려 축소됐다. 매출 대비 광고비 비중도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LG생활건강 역시 3485억 원을 집행하며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고, 광고비 비중은 7% 안팎에서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전통 기업들의 전략을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 성장 추구”로 해석한다. 이미 다수의 대표 브랜드를 확보한 만큼 무리한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채널 효율화, 비용 구조 개선, 제품력 강화 등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의 경우 화장품 외에도 생활용품·음료 등 포트폴리오가 넓어 광고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신흥 브랜드의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틱톡숏폼과 아마존 리뷰 생태계가 소비자 구매 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면서, ‘브랜드 파워’보다 ‘노출 빈도’가 우위에 서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집행이 즉각적인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되면, 전통 기업들의 시장 지위가 장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생 브랜드는 마케팅 투자, 인지도 상승, 글로벌 채널 확장, 매출 증가의 선순환을 빠르게 만들고 있다”며 “특히 MZ세대 소비자가 온라인 후기와 영상 콘텐츠 영향이 큰 만큼, 과거와 같은 브랜드 이미지 중심 전략만으론 성장 속도를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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