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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연말 은행 창구가 잇따라 닫힐 가능성이 커졌다. 연초 금융당국과 약속한 증가 한도를 이미 크게 넘긴 데다, 수도권 집값과 주식시장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으면서 대출 수요가 줄지 않고 있어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상품을 제외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달 20일까지 7조8953억 원 늘었다. 이들 은행이 올해 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5조9493억 원으로, 실제 증가분이 목표를 32.7% 초과했다. 6.27 대책 이후 하반기 총량 목표를 다시 낮춰 잡았지만, 11월 들어 이미 관리 범위를 넘어섰다.
은행별로도 모두 자체 목표를 넘었다. 초과율은 적게는 9%대에서 많게는 50%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대상을 5대 은행으로 넓혀 보면, NH 농헙은행만이 가계대출 증가액(1조8000억 원)이 목표(2조1200억 원)에 못 미쳐 비교적 숨통이 트여 있는 상황이다.
총량 압박이 거세지자 은행들은 대출 창구를 걸어잠그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2일 비대면 채널에서 올해 실행분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다른 은행에서 갈아타는 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 대환과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KB스타 신용대출 Ⅰ·Ⅱ ’도 같은 날 판매를 멈췄다. 영업점 창구에서도 24일부터 올해 안에 실행되는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은 실행하지 않는다.
하나은행 역시 25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택담보 대출과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하기로 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가계대출 취급 축소 방안을 높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일 기준 769조2738억 원으로, 한달 새 2조6519억 원 불었다. 10월 한달 증가폭(2조5270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주택담보 대출은 이달에만 1조1062억 원 늘어 전월(1조6613억 원)보다는 증가 폭이 작지만, 일평균 증가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3843억 원 증가해,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월간 증가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부족한 계약금을 메우거나, 국내외 증시 투자 자금으로 신용대출을 활용한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속도를 늦추지 못하면 내년 초 새로 정해질 연간 총량 목표도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집값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정되거나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갈 경우, 내년에도 대출 문턱이 높게 유지돼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괄적인 총량 규제가 서민·실수요자, 신용도 낮은 차주 등을 제2금융권으로 밀어내는 풍선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 기준을 맞추려다 보면 우량고객 위주로만 문을 열 수밖에 없어 중·저신용자의 내 집 마련과 생활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가계부채 억제라는 목표를 유지하더라도 주택 실수요와 투기성 수요를 세밀하게 구분하는 미시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중채무자 관리와 상환능력 심사 강화 등 가계부채 구조를 손보는 중장기 대책 논의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가계대출 총량제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정책이다. 은행권은 연초에 증가율 목표를 제출하고, 이를 초과하면 한도 축소 등의 제재를 받는다. 6.27 대책은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만기·전입의무를 강화하고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 대출을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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