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 치료비까지”… 하나증권 선지급 요구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증권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 호소…회생 지연 속 선지급 요구

이선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11-26 12:15:58

▲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회원이 26일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의환 비대위 집행위원장이들 신장이식 치료비까지…하나증권 선지급 요구 확산

누군가는 노후자금을 넣었고, 누군가는 자녀 신장이식 치료비로 쓸 돈을 넣었다. 홈플러스 물품대금 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에 투자했던 피해자 사연은 다양했다. 아픈 아이가 걱정할까봐 알리지도 못했다던 피해자는 117번째 항의집회에서 치료비로 쓸 투자금을 선지급하라고 외쳤다.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하나증권과 신영증권에 선지급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평소 거래하던 하나증권 등을 통해서 유동화전단채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약속된 상환을 받지 못한 채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으로 사실상 돈이 묶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 이의환 집행위원장은 “평생을 졸라매며 모은 돈을 유동화전단채에 투자했다. 피 같은 내 돈을 가져가 약속대로 돌려주지 않은 채 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와 MBK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가운데 아픈 아이 신장이식 수술을 하려고 준비한 돈인데 사연을 말하는 것조차 아이가 보고 상처받을까 겁이 난다는 분이 계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투자한 유동화전단채는 판매 당시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성이 높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노후자금과 생계자금, 자녀 결혼자금까지 들어간 만큼 노년층과 중산층 피해가 두드러진다. 이마트와 함께 유통업계 쌍벽으로 꼽히던 홈플러스가 하루아침에 회생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피해자의 상당수가 하나증권 창구에서 상품을 권유받고 가입했다”며 “개인 피해 규모만 1억에서 3억 원이 대부분이고 10억에서 20억 원 손실을 본 경우도 있다. 일부 사업자는 40억 원까지 잃었다”고 말했다. 개인과 법인을 모두 합친 전체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액은 4019억 원에 달한다.

또 다른 투자자는 “아들 결혼을 위해 아들이 맡기고 내가 관리해 온 돈이었다. 홈플러스가 가진 부동산도 많아 절대로 망할 리 없는 회사라고 했고 하나증권에서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 돈이 없으면 나와 아들 사이가 어떻게 될지 엄마로서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사업 실패 후 빚을 갚고 아들 집에 머무는 70대 부부는 “우리가 투자한 돈은 부부의 마지막 남은 노후자금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70대 투자자는 “내가 가입한 1억 원은 병원 청소를 하며 몇십 년 동안 모은 돈이다.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노후에 쓰려고 한 푼 한 푼 모았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하나증권을 비롯한 판매사의 선지급 책임 근거로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품 구조와 위험, 홈플러스 재무 상황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원리금 상환 위험이 과소 평가된 상태에서 판매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증권사들은 홈플러스가 전단채 발행 당시 결제대금 지급 지연 등 유동성 위기를 숨기고 위험 고지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홈플러스와 MBK 경영진을 고소한 상태다.

과거 라임펀드 사례를 감안하면 일정 부분 변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구제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금 회수 시점이 불투명해진 탓에 비대위는 생계 곤란 사례를 앞세워 하나증권에 우선 선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회생 절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생활이 버티기 어렵다”며 증권사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는 개인 투자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 기업 자금담당 임원은 “채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황망하고 참담하다. 투자를 잘못해 회사 직원들 보기가 괴롭고 회사가 흔들릴까 두렵다. 유통 2위 기업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도 홈플러스 전단채 사태는 도마에 올랐다. 10월 14일 국감에서 의원들은 MBK가 결제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던 시기에 대금을 담보로 전단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위기를 숨겼다고 지적했다. 앞서 23일 금융감독원은 불건전판매 의혹 등을 이유로 MBK파트너스에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27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 앞에서 118번째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선주 기자 sj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등록

댓글 : 0

많이 읽은 기사

박현종 전 bhc 회장, 6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 기소

해외 송금 1조 논란… 배민의 수익 구조와 시장 리스크 재조명

[리더가 사는 곳] 가전을 넘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으로!

[최송목의 CEO 전략] ‘2승1패’와 105세 삶이 말하는 지속가능 리더십

[강익현 허허실실] 2026년 글로벌 트렌드 전망

치고 나가는 ‘강경파’… 급하지 않다는 ‘지도부’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592] ‘술추렴’과 더치 페이(dutch pay)

“배달완료인데 음식은?”… 땡겨요, 고객센터 불통·배차 지연 ‘불만’

SK에코플랜트 건설현장 노동자 사망… “휴일도 없이 하루 12~13시간”

현대글로비스 GRC 총회 주최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구독신청 코프로모션

기사제보

우리동네 부자명사

[부(富)의 지도 2025 ⓾] 금융 지고 테크 뜬다… 돈줄 바뀌는 ‘서울의 맨해튼’

댓글이 多

“외식비 소득공제 도입 추진”…근로자 세부담 낮추고 자영업 회복 이끈다 [데일리 Talk] 한국 게임 얼굴 먹칠한 ‘카제나’

독자댓글

심규진이 우파의 여전사인양하더니 겨우 스카이데일리 ... 자의적 규정으로 소비자를 차별하는 기업을 꼬집은 훌... 응원합니다

스카이데일리 SNS

친구추가해주세요 구독해주세요 팔로우하세요

화제의 부동산

[리더가 사는 곳] ‘패션 1세대 CEO’ 김해련, 무기화학에 수놓은 ‘트렌드’와 ‘뚝심’ 경영

김해련 회장은 2014년 그룹의 총수 자리에 올라 태경그룹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취임 당시 4000억 원대였던 그룹 매출을 현재 1조 원 돌파 직전까지 끌어올렸으며, 올해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2035년 매출 2조 원, 영업이익 2000억 원’ 달성이라는 야심 찬 비전을...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