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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식용유·간장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소비자 혼란 우려 속에 식품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식품위생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출 여부가 아닌 사용 여부’를 표시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가공 과정에서 DNA나 단백질이 사라지면 GMO 표기를 면제받았지만, 앞으로는 GMO 원료를 사용한 사실 자체가 표시 요건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표시 대상 식품군은 향후 식약처가 시행령을 통해 정한다.
GMO는 생산 효율과 내재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농작물·미생물을 뜻하며, 국내 수입 GMO 대부분은 옥수수·대두·카놀라다. 이를 정제한 식용유, 전분, 당류, 첨가제는 가공식품 전반에 활용되는 핵심 원료다. 가격 경쟁력과 대량 공급이 가능해 식품 산업의 기반 역할을 해 왔지만, 장기 안전성 연구가 충분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 중심의 종자 특허 구조가 형성되면서 소비자 불신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제기구들은 현재 유통되는 GMO 식품이 기존 농산물보다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경계심이 높다. 업계가 ‘제2의 MSG 논란’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이다. 그동안 문제없이 소비되던 제품이라도 ‘GMO 사용’ 문구가 붙는 순간 부정적 반응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가격 부담 역시 현실적인 문제다. 한국은 매년 약 1000만톤의 GMO 원료를 수입하며 식용유·전분당·대두유 등 대부분의 제품군이 GMO 기반이다. Non-GMO 원료는 글로벌 공급량이 적고 가격이 크게 높아 대체가 쉽지 않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이번 법 개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GMO 표시 대상 품목을 정부가 정하도록 한 구조에서는 정권에 따라 기준이 흔들릴 수 있고, 식품위생심의위원회에 GMO 전담 분과조차 없다는 점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소비자단체는 “GMO 사용 여부를 명확히 공개해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다”며 명확한 기준과 감시 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DNA가 남지 않아 과학적으로 GMO 여부를 검출할 수 없는 식용유·간장·전분당 등까지 표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다. 업계는 “과학적으로 검출할 수 없는 위험과 단순히 ‘원료 기반 표기’의 차이를 소비자가 구분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공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 주요국은 GMO 규제를 유지하면서도 기술 변화에 따라 유전자교정(NGT)을 별도로 분류하는 체계를 마련 중이다. EU는 GMO 규제가 가장 강한 지역이지만 최근 NGT 규제 완화에 잠정 합의하며 기술 발전을 반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GMO와 NGT를 구분하는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GMO 완전표시제가 가져올 시장 충격은 향후 시행령에서 정해질 세부 기준에 달려 있다. 어떤 품목이 표시 대상이 되는지, 표기 방식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비의도적 혼입 허용 범위가 어느 수준인지에 따라 원료 수급과 제품 가격,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GMO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워낙 부정적인 만큼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명확한 기술 기준과 소비자 소통 전략을 제시해야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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