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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 내 국내 AI·첨단기술 분야에서 최소 58만여 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의뢰해 발표한 ‘이공계 인력부족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9년까지 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에서 중급 인재가 약 29만 명, 고급 인재가 약 29만 명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산업계 투자 흐름을 고려하면 ‘최소 전망치’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내년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규모만 5200억 달러(약 765조 원)에 이르러 인력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이공계 인재난이 단순한 학령인구 감소뿐 아니라 ‘의대 집중 현상’과 ‘이공계 이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2025학년도 자연계 정시 기준 상위 1% 수험생의 76.9%가 의대를 선택한 반면, 일반 이공계 학과는 10% 수준에 그쳤다. KAIST에서도 최근 3년간 의·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한 학생이 180명을 넘어서며 이공계 내부의 이탈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공계 고급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내에서는 의사·전문직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수준 때문에 유입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공계 인력이 국내 취업 후 10년이 지난 시점의 평균 연봉은 9740만 원으로, 해외 취업자 평균 연봉(3억9000만 원)의 4분의 1 수준이며 국내 의사 평균 연봉(3억 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직업만족도 역시 AI·로봇 분야 종사자는 평균 71.3%로 의사(79.9%)보다 낮았다. 한국의 두뇌유출지수(IMD 기준)는 2020년 28위에서 2025년 48위로 하락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직업 안정성 역시 큰 격차를 보인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이공계 신규 박사취득자의 30%가 미취업 상태이며 임시직 비율도 20%를 넘어선다. 반면 의사 직군은 전 연령대에서 사실상 100%에 가까운 취업 안정성을 보였다. 보고서는 “이 같은 안정성 격차가 지속되면 최상위 성취 집단의 이공계 유입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보고서는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 전환 △AI 중심 경력사다리 구축 △과학기술인 위상 강화 등을 핵심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체계를 성과 기반으로 전환하고, △연구성과 보상금의 세제 개선 △정부 매칭펀드 △스톡옵션 △장기 재직 인센티브 등 실질적 보상 장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학과 기업 간 연구 협력 확대, 산업형 박사후연구원 제도, 해외 연수 후 복귀형 장학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인재가 산업과 연구 부문을 오가며 경력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위상 제고도 필수 과제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국가과학자 인정제도 활성화, 융합 연구 허브 구축, 연구 행정 간소화 등을 통해 연구자가 장기적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AI는 제조업과 전체 산업구조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분야”라며 “국내외 우수 인재가 신기술 분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보상·인센티브 체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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