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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감원 본격 ‘길들이기’…예산삭감 ‘압박’
공공기관 지정해 금융위 하부기관 삼을 듯…할일 많은데 금감원 ‘업추비’ 5% 줄여
곽성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20 18:16:14
▲ 예산안 삭감 발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금융당국의 두 기둥인 금융감독원(온쪽)과 금융위원회(오른쪽). 금융위의 힘의 우세 가운데 금감원을 찍어 누르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한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내년도 예산안편성 논란을 통해 수면위로 드러난 금융당국의 두 기둥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오랫동안 쌓인 갈등이 정점에 올랐다. 정책구조상 상위기관에 속하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예산을 줄이고 공공기관화를 추진함으로써 금감원을 길들여 아예 금융위의 하부기관화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운영혁신 추진현황 및 2019년 금감원 예산안 확정발표를 통해 금감원의 운영전반을 점검·개선 하는 TF(태스크포스)를 마련하기로 하고, 내년도 금감원 예산안을 올해보다 2% 삭감한 3556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감사원·국회·기재부 등 외부기관을 중심으로 금감원 기관운영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 됐다관계기관 합동으로 금감원 운영전반을 점검하고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와 예산지침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금감원 예산안편성을 앞두고 고조됐던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공식적으로 표면화 된 것으로, 벌률상 정부기관인 금융위가 민간기구로 분류되는 금감원을 지도·감독하도록 한 규정을 금융위가 활용해 금감원에 압박을 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가 현행법상 이렇게 금감원을 통제할 수 있는 예산·조직·인사권에 관여할 수 있다보니 금감원 쪽에서는 대등한 갈등 관계가 아니라 힘의 우위가 분명히 존재해 금감원이 약자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 한 고위간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금감원이 쨉을 날렸다가 금융위에게 제대로 어퍼컷 터졌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예산안 편성관련 갈등 뿐 아니라 올해 두기관의 갈등의 시발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감리결과 관련 건에서도 힘의 우위가 나타났다. 금융위는 결정된 징계안을 삼바에 통보한 사실을 금감원이 단독으로 공개하자 심기가 불편한 듯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엄중한 명령이라는 표현을 쓰며 금감원에 재감리를 지시한 한 바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언급된 케이뱅크 인허가 특혜의혹 논란에서도 금융위가 금감원의 반항을 억눌렀다. 특혜 논란관련 금융위원장이 제안한 공동기자회견을 금감원장이 거절하자 금융위가 곧바로 금감원 전수조사에 착수하며 은행권 수수료 관련 보도자료 배포에 제동을 거는 등 길들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부기관화 의도성 다분 공공기관 수준강조예산안 엄격히 심사엄포
 
결국 이번 금감원 운영혁신과 예산안발표는 금융위가 올해 1월 유보했던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해 금감원을 하부기관화하고, 예산도 지속적으로 줄이는 등 돈줄을 쥠으로써 금감원을 확실히 길들이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발표에서 금융위는 앞으로 금감원 분담금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공공기관 수준으로 경영공시를 개선하고 예산지침을 마련할 것이라며 수입예산 범위 설정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발표된 내년 금감원 예산안에 대해서도 공공기관 수준으로 편성했다예산안 심사시 금감원이 그간 지적사항에 대해 장기간 미이행한 사항에 대해 엄격히 심사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 서로 다른 삶의 행보를 가진 금융당국의 두 기관장들의 성향 차이도 두 기관의 갈등을 심화 시켰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까다로운 학자출신인 윤석헌 금감원장(왼쪽)과 추진력 강한 정통 관료 출신의 최종구 금감원장(오른쪽)은 실제로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국내 한 행사에서 두 기관장이 동석한 장면. ⓒ스카이데일리
 
이에따라 내년 금감원 예산은 올해보다 전체 2%로 삭감됐는데, 특히 업무추진비 등 실무에 사용되는 경비를 5%나 삭감돼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소비자 민원 등 실제적으로 금감원이 감당하는 밑바닥 금융감독 업무가 다양하고 광범위하며 더 커지는 추세인데 이를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책기관인 금융위는 현재 큰 틀에서의 방향성 제시와 정책업무 중심으로만 맡고 있어 자신들을 돕는 역할을 하는 금감원의 손발을 오히려 묶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자신들의 예산과 인력등은 늘려가면서 세를 확장하면서 금감원의 역할과 위상은 줄이려고 하는 것 같다실제로 과거 금감원이 하던 역할을 현재 금융위가 많이 가져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금감원 실무 직원은 금융위에서 까다롭고 힘든 민원 업무 만큼은 금감원에서 가져가지 않고 전담시키는데 민원의 강도나 수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대한 예산도 늘려주지 않는 상황이라 업무 당담자들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한편 금융위 측은 금감원과의 갈등관계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시출신 등 고위급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는 실무 중심의 민간기관인 금감원의 상위기관으로써 당연히 할 수 있는 지시를 할 뿐이며 이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갈등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최근 사석에서 한 금융위 고위 간부는 금감원과의 갈등관계는 알려진 것만큼 실존하지 않는 것으며 큰 문제가 없다라고 말할 정도다.
 
또한 두 기관의 갈등은 두 기관장들의 뚜렷한 개성과 성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행시 출신의 정통 재경관료의 길을 걸어온 추진력이 강한 성항인데 반해, 윤석헌 금감원장은 대학교수로 학계에 오래 있던 깐깐한 학자 성향이라 서로가 잘 부딪친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두분의 의견차이가 분명하고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곽성규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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