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1500만 시대, 반려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여야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공개하거나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내세우며 어필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자신의 반려견을 주인공으로 한 SNS 계정을 운영하는가 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반려견·반려묘 사진을 업로드하며 ‘반려동물 복지 공약’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표심을 모으기 위해 반려동물을 앞세워 보여주기식 정치를 한다거나 이미 나온 법안에 대해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현실적으로 동물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모습 공유하거나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정책 펼치는 대선주자들
정계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는 대선주자는 여권보다 야권에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모습을 SNS 계정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키우는 7마리 반려동물 가운데 5마리는 유기견·유기묘를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002년부터 반려묘를 길러왔다. 반려묘는 올해 만 19세로 사람 나이로 치면 92세쯤 된다. 65세인 최 전 원장보다 27살 많은 셈이다. SNS 부계정을 통해 반려묘와 함께하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국민의 힘 의원도 반려견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홍준표 캠프 관계자는 ‘홍도는 잘 있느냐’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의 홍도는 홍 의원이 기르던 진돗개 이름이다. 홍 의원은 2012년 12월 경남도지사 취임 이후 한국진돗개보존협회를 통해 진돗개 2마리를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대선주자 가운데는 반려인이 많지 않다. 대신 외부 행사 때마다 개·고양이와 인증샷을 찍어 올리거나 관련 정책을 제시해 반려인 표심을 끌어당기기에 애쓰는 모습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동물보호법을 넘어 동물복지법으로 확대해야한다”며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진료항목 표준화 △진료비 공시 △반려견 놀이터 확보 △반려동물 입양인 교육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역주민의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며 펫심을 자극하고 있다. △반려견 놀이터 조성 △길고양이 중성화 보호 사업 △고양이 입양센터 조성 △동물병원 진료항목·진료비 표준화 등 동물보호 및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반려동물 박람회에서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 ‘부엉이’를 떠나보낸 일화를 공개했다. 정 전 총리는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펫 보험’ 가입 의무화 추진 △불법 번식장 및 불법 매매 금지 △유기동물보호센터 지원 △펫 협동조합 활성화 등 5가지 공약을 밝혔다.
재탕·삼탕 공약은 그만…“반려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과 제도 만들어야”
이같이 반려인 표심을 끌어오려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가운데,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대선주자들이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를 하고 있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대선주자들은 개식용의 단계적 폐기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 접수된 민원 중 ‘개, 고양이 반려동물 식용금지’에 관한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에 이어 2017년 대선에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과 반려견 놀이터 확대, 반려동물 행동교육 전문인력 육성 및 지원센터 건립,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 추진, 길고양이 급식소 및 중성화(TNR) 사업 확대 등을 약속하며 개 식용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 국민의 힘 후보는 동물 사보험을 보완한 ‘반려동물 종합 의료보험제’를 도입해 반려인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동물학대 처벌 강화와 반려동물 판매업 관리 강화, 유기동물 30% 감소 정책 단기적 추진 등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개 식용에 반대한다. 단계적으로 금지돼야 한다”면서 “개 식용을 찬성하는 분들을 설득하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려인은 “대선주자들의 반려동물 정책이 동물보호단체 등이 강조하는 개식용 금지와 강아지 공장과 같은 동물 상품화, 증가하고 있는 동물학대, 동물실험 등의 문제를 모두 다 구체적으로 담고 있지 못해 아쉽다”며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내세워 반려인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복 대표는 “대선주자가 내세운 공약 중 진료항목 표준화, 진료비 공시와 같은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법제화해 준비 중이고 국회의원 여러 명이 이미 발의한 법의안이다”며 “재탕, 삼탕의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반려인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식용 문제나 반려동물 매매 문제 역시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질 않아 아쉽다”며 “이 역시 지난해 12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개 도살 금지 및 식용 금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정이나 심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려견 땡이의 반려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가에서 개식용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를 언제까지나 기다리기 보다는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일부 시민들의 의식을 바꿔나가도록 제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최근 대선주자들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모습이 많이 비춰지지만 반려인들이 원하는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모습이 아닌 실질적으로 반려동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과 제도라는 지적이다.
이원복 대표 역시 “반려인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선 보여주기 식의 정치와 쉬운 법안이 아닌 반려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순수한 열정과 의지가 있다면 반려인에게 환영과 박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개는 똑같다. 누구는 먹어도 되고 누구는 먹으면 안되고 구분하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개식용 문제를 폐지하고 미국의 일부 주나 유럽 국가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강아지 공장이나 펫숍에서의 반려동물 매매를 금지해야한다. 유기동물을 입양해서 잘 키워나갈 수 있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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