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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칩의 중국 수출을 허가하기로 한 배경엔 지난달 중국과 합의한 ‘대미 희토류 수출통제 해제’가 있다고 고위당국자들이 15일(현지 시간)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이런 (H20)칩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판매할 수 있게 했지만 우리(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그 결정을 재고했다. 이후 중국과 (희토류) 자석 합의를 하면서 중국에 칩을 다시 팔기 시작하겠다”며 전임 정부와 차별지어 상황을 설명했다.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자석 합의란 미·중이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2차 무역 협상을 하며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통제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일부 해제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그는 “이제 엔비디아에서 최신형 칩을 내놓았다”고 말해 구형은 팔 수 있게 한 것임을 시사했다. 엔비디아가 최신형 블랙웰 개발로 H200과 H100 칩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이번에 중국 판매 재개를 허용한) H20은 성능 기준 네 번째 사양이 됐다.
말하자면 “중국에 최고 제품을 팔지 않는다. 두 번째나 세 번째 좋은 제품도 안 판다. 네 번째 우수한 제품이라면 팔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러트닉 장관이 이렇게 언급하며 중국보다 “한 단계 앞선” 반도체를 개발해 그보다 저사양을 중국이 계속 사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짚었다. 이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라면서 러트닉은 “중국 개발자들이 미국 기술에 중독될 만큼 충분히 팔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전임 바이든정부에서 엔비디아 첨단 AI반도체 수출을 제한하자 이보다 저성능의 H20 칩을 제작해 중국에 수출해 왔다. 이마저 4월 중순 수출 시 정부 허가를 의무화해 사실상 수출 길이 막혔었는데 5월·6월 대중 무역회담을 이끈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H20 칩 수출통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한 점을 짚었다.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 때 그는 이 사실을 공개하며 “중국과 우리는 피차 서로가 원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표현했다.
이번 결정의 배후에 미국의 위기 의식에 따른 장기적 전략을 읽어낼 수 있다. 2024년 말부터 일부 인사가 과도한 대중국 수출 제한이 오히려 화웨이를 키운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2025년 초 의회 청문회에서도 “화웨이의 자체 칩 생산 능력이 상상 이상 빠르게 성장 중이다. AI 모델은 3~6개월 차이로 따라붙었다. 너무 엄격히 수출 제한을 하면 중국 기업이 자체 생태계를 키워 우리의 기술 우위가 줄어든다”는 지적이었다. 데이비드 색스(백악관 AI·가상화폐 총책)의 지난달 18일 블룸버드TV 인터뷰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 화웨이가 AI반도체 시장 전체를 장악해 번 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하게 하려면 엔비디아가 저사양 제품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팔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에 중국 시장을 통째로 넘기면 화웨이 연구개발을 크게 보조하는 꼴” “다른 나라들의 미국 기술 접근을 막으면 그들을 중국 품 안으로 밀어넣는 셈”이라며 “제로섬 게임이니 시장 점유율이란 우리 기업인 엔비디아 아니면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가져가게 돼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색스는 이 문제를 ‘달러 지위’에 비유하기도 했다. “달러가 기축통화이듯 미국 기술이 세계 표준이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내용을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지도자(CEO) 역시 지적한 바 있다. “중국으로 하여금 기술 개발 동기와 정부 지원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2023년 화웨이가 자체 7nm 칩 ‘기린9000s’ 탑재 스마트폰(Mate60Pro)을 공개해 미 정보 당국에 충격을 줬다. TSMC 없이 중국 내 파운드리(SMIC) 업체가 제작해 낸 사례인데, 수출통제로 막았던 기술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자체 재현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인텔·퀄컴 등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업들이 로비를 통해 이런 논리를 반영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의 HBM3E 등 첨단 메모리가 여전히 제재 대상인 가운데 2분기 매출과 수익이 50% 이상 급감했다고 전해졌다. 엔비디아가 미국이 기대한 ‘중국에 딱 알맞는 수준’의 칩을 만들어 판 반면, 삼성 것은 고급 사양이다. 미국은 중저 수준 반도체의 대중 수출 금지 해제를 미·중 무역협상에서 희토류 획득을 위한 카드로 사용한 것이다. 미국이 제품 유형과 국가를 가려 가며 수출규제 정책을 운용한다는 것, 모든 게 ‘중국 견제’라는 틀 안에서 조율되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H20 대중 수출 재개가 발표되자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당장 170달러선을 넘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4.04% 오른 170.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 주가 170달러 돌파는 처음으로 한때 장중 172.40달러까지 상승했으며 시가총액도 4조1620억 달러로 불어났다. 젠슨황 CEO가 이날 중국중앙TV(CCTV)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에 H20을 팔 수 있게 돼 대단히 기쁘다. 매우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H20이 최신형 아래의 사양임에도 이마저 트럼프정부가 5월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제한했다. 이 때문에 엔비디어 5∼7월 분기 매출이 80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AMD에게도 수출 재개가 가능해졌다. AMD에서 “곧 MI308 인공지능(AI) 칩을 중국에 다시 판매할 계획”임이 알려지자 AMD 주가 역시 전날보다 6.41% 상승한 155.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소식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와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주가까지 3.59%와 1.94% 각각 상승했다.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27% 올랐다.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주 상승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37.47p(0.18)% 오른 2만677.80으로 종료하며 종가 기준 전날 기록했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장중 2만836.04까지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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