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 불평등 계약” 美웨스팅하우스, 1조원대 일감 제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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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한전, 지재권 분쟁 종결 위해 합의문 체결
원전 1기 수출 때마다 최소 1조 원 웨스팅하우스 몫
민주당 “원전 주권 박탈…종신 노예 문서” 맹비판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19 16:26:23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26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WEC)에 과도한 특혜성 조건을 수용했다는 의혹이 19일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최소 1조 원 이상을 지급하고, 차세대 원전 독자 개발 시에도 사전 검증을 받도록 한 조항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19일 원전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전은 1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최종 계약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기 위한 합의를 맺었다.

합의문에는 앞으로 50년간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물품·용역 계약을 보장하고, 별도로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원전 1기 수출 시마다 총 1조1400억 원가량이 웨스팅하우스 측에 돌아가게 된다.

한국 기업이 독자 기술로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을 개발해 수출할 경우에도,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침해하지 않았는지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가동 이후 약 10년간 연료 공급권 역시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가는 내용이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한수원과 한전이 50년짜리 종신 노예문서에 서명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원전 수출이 속 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며 “한국형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최소 1조 원을 넘겨야 하는 협정은 사실상 원전 주권을 박탈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정부가 성과를 위해 서둘러 매국적 협정을 체결했다”며 “기술 주권과 국부를 유출시키는 불공정 계약”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국회 차원의 검증 절차에 착수하고, 협상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허위 보고 여부가 드러나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도 파문이 확산되자 산업통상자원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공공기관이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계약 과정에서 법과 규정, 원칙과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원전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미 에너지부를 등에 업고 지적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체코 원전 계약이 좌초 위기에 놓였던 만큼, 분쟁 종결을 위해 일정 수준의 양보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또한 웨스팅하우스가 향후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국내 기업과 협업을 늘리고 있어, 한국 원전 산업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일방적 불평등 논란으로 몰아가기에는 불합리하다는 시선도 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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