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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 북한과 중국이 동시에 김 위원장의 참석 사실을 발표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하는 첫 다자 외교 무대가 성사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동지께서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해 전승절 80돌 기념행사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각 중국 외교부도 “김 위원장을 포함한 26개국 정상들이 행사에 참석한다”며 참석자 명단을 공개했다. 훙레이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김 위원장의 참석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중조 전통 우호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발표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 이란,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정상들이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자 명단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다수 정상들과 함께 톈안먼 광장 성루에 오르는 것은 집권 이후 처음이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집권 기간 동안 다자 외교 무대에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유일 영도 체제’와 국제적 고립 노선이 이를 막아왔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분석자료에서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결정한 배경에는 여섯 가지 전략적 요인이 작용했다”며 다음과 같이 짚었다.
올해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9차 당대회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중국의 원조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 쌀값은 1kg당 1만3000원 대로 급등해 주민 생활고가 심화됐다. 정 부소장은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경제 지원을 요청하고 원산갈마 관광지구에 중국 관광객 유치를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전쟁 특수’의 종식에 대비해 북중 관계를 복원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아울러 10~11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최근 방미·방일을 통해 강화된 한미일 협력에 대응해 북중러 협력을 과시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APEC 참석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중러와의 사전 입장 조율 차원에서 방중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이번 방중을 계기로 이란 등 전통적 우호국과의 협력 확대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도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석이 북중러 밀착 구도를 부각시키고 북한 주민들에게 ‘대등한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다자 외교 무대 등장이 북·미 대화 재개를 자극하는 간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 외에도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회원국 정상들과의 연쇄 회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중러 3각 밀착은 한미 및 한미일 협력체제와의 대립 구도를 더욱 선명히 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정 부소장은 “북중러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북중 경제협력이 확대되면 한국은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과 중국이 핵무기를 빠른 속도로 늘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비핵화 요구에 집착한다면 안보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 부소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9년 6월 시진핑 주석과의 평양 회담 이후 6년 만에 다시 시 주석과 마주하게 된다. 또한 푸틴 대통령과의 동시 참석으로 북중러 3자 정상 첫 회동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향후 국제질서에서 비(非)서방권 블록과 서방 진영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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