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 ‘숲해설’이라는 장르를 처음 이식한 남효창의 신간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가 출간됐다. 저자는 40년 세월 동안 숲에 사는 존재들을 만나며 살아왔다.
그는 발밑에 떨어져 굴러온 씨앗 한 알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 안에 이미 새겨진 약속이 보이기 때문이다.
씨앗이 숲을 이루는 일련의 과정은 신비 그 자체다. 저자는 살지 못한 씨앗에게서 ‘보시’의 의미를 떠올리고, 씨앗이 각자의 자리를 찾는 과정을 ‘건축’에 비유한다. 또 씨앗이 퍼지는 산포 방식을 ‘생존전략 자랑대회’로 풀어낸다.
모든 생명을 품어 주는 숲의 순환 방식을 경제학에 빗대어 표현한 ‘숲의 재무제표’ 역시 저자의 재치와 통찰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본문마다 ‘상수(상수리 씨앗, Quercus acutissima)’가 산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가 딸려 있다. 상수는 씨앗 친구들이 처한 상황을 고백하거나 성장 스토리를 전한다.
이어지는 산할아버지의 답장은 씨앗과 숲의 관계를 생물적-생태적-철학적 시각으로 풀어낸다. ‘산할아버지’는 졸참나무(Quercus serrata)가 빌려준 목소리다.
그는 수십 수백 년의 기억이 새겨진 나이테를 갖고 있고 뿌리-균사 네트워크의 기억도 전부 보존하고 있다. 그는 숲의 장로(長老)다.
둘의 관계는 숲에서 맺은 배움의 계보다. 때로는 곤충이나 새, 동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모두가 숲이라는 가능성을 품은 씨앗이라는 존재다.
책을 읽고 나면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었던 작은 씨앗이 어떻게 숲을 이루는지를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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