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지난 2006년 ‘월미은하레일’ 사업을 추진했다. 당초 관련 전문기관 등이 타당성 검토를 한 끝에 노면전차로 계획됐으나 인천시는 모노레일로 가닥을 잡고 사업을 진행했다. 지상 10m 위에 모노레일을 설치해야 하는 바람에 사업비가 노면전차보다 2배 이상 소요됐으나 문제되지 않았다. 개발 단계부터 ‘국내 최초 도심형 모노레일’로 홍보된 월미은하레일은 당초 2009년 8월 ‘인천세계도시축전’과 함께 개통될 예정이었다. 사업비만 853억원이 소요된 이 열차의 운행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부실시공이 문제였다. 시공사 한신공영 측이 이음공사 시공방법을 감리단과 협의 없이 변경하는 등 문제가 지적됐다. 이후 완공과 사고 대책마련으로 시간을 보내며 고철로 전락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최근 인천시는 월미은하레일을 관광용 모노레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낡아 제 역할을 못하게 된 기존 모노레일 열차 대신 지어진 노선에 새 열차를 투입시켜 관광열차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잡음이 무성하다.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 섞인 시각이 주를 이룬다. 스카이데일리가 인천 월미도를 찾아 모노레일을 둘러싼 잡음 등에 대해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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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미은하레일(사진)이 소형 모노레일로 변한다. 인천교통공사는 기존 교통·관광용에서 관광을 위한 70인승 차량을 모두 폐기처분하고 8인승 소형 열차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스카이데일리
인천시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꼽히는 ‘월미은하레일’ 사업이 재차 주목받는 분위기다. 시 측은 관광용 소형 모노레일로 변모시켜 열차 운행을 준비 중이지만 사업성을 두고 잡음이 분분하다.
새로 도입되는 관광용 모노레일은 기존 월미은하레일의 6.1km 레일구간과 4개 역사 및 교각구조물은 유지한 채 오는 11월까지 신규 레일만 설치해 내년부터 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사업권을 획득한 민간사업자 ‘인천모노레일’ 측은 최근 건축허가를 받고 시제차량 운행을 준비 중이다. 도입될 차량은 길이 3m, 폭 1.7m, 높이 2.15m 8인승 규모이며 3대까지 연결돼 운행 될 예정이다.
하지만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여행지로써 월미도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관광열차들 이용객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수백억 혈세가 낭비된 사업에 또 다시 혈세낭비가 자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차이나타운 ‘등잔 밑 전락’ 월미도…“굳이 관광열차 탈 필요 있나요”
지하철 1호선 종점인 인천역에서 내리자 ‘월미은하레일 인천은하역’ 간판이 눈에 띄었다. 표시된 방향으로 걷는 기자를 향해 한 역무원은 “그쪽에 길이 없다”며 발걸음을 멈춰서게 했다. 지하철역과 연계된 길은 현재로서 전무한 상태인 것이다.
▲ 인천역 옆에 위치한 인천은하역엔 셔터가 굳게 닫혀 있고 월미은하레일 현황 알림판이 붙어 있었다. 일부 관광객들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스카이데일리
광장으로 나왔다. 1번 출구를 통해 나와 오른 쪽으로 걷다보니 인천은하역이 보였다. 하지만 역사 입구는 셔터로 굳게 봉쇄된 상태였다. 셔터 사이로 월미은하레일 현황 알림판이 붙어 있었다. ‘시험 운행 중 중대사고가 발생해 개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봐 장기간 방치된 듯 했다.
역 광장과 제물량로(濟物梁路)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차이나타운이 위치했다. 최근 수년 간 가장 각광받는 인천지역 명물 중 하나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장혜진(22·여) 씨는 “차이나타운과 동화마을을 방문하고자 인천을 찾았다”고 전했다.
그녀에게 월미도에 대해 묻자 “갈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놀이시설이 있는 테마파크 이외에 볼거리도 없고 특색도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도입 예정인 관광모노레일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묻자 “잘 모르겠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월미도에 갈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월미도에 대한 외부인의 시각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내부인의 시각 역시 부정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인하공업전문대학을 다닌다는 차예지(21·여)·김수현(22·여) 씨는 “학우들 사이에서 월미도에 가자는 말이 절대 안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차 씨의 경우 방치된 모노레일의 존재조차 모르는 눈치였다.
광장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문의 하시는 방문객들 중 절대 다수는 차이나타운에 대한 질문을 하신다”면서 “월미도의 경우 나이가 지긋하신 몇몇 분들 외에는 문의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인천의 대표적인 유원지로 유명세를 떨쳤던 월미도의 오늘날이 그대로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 월미도로 향해봤다. 버스 위로는 수년째 방치된 월미은하레일 교각들이 연결돼 있었다. 평일 오전 10시를 넘어선 월미도는 한산해보였다.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극소수의 관광객들 대부분은 중년 이상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커플들이었다.
▲ 기자가 찾은 월미도엔 중년 커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선 젊은 층 손님보다 과거 추억을 떠올리며 월미도를 찾는 중년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월미도를 찾은 이들은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모노레일을 타진 않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이들 대다수는 추억을 쫓아 이곳에 왔을 뿐이지 특별한 매력이 있는 공간은 아니라는 반응과 함께 주차시설이 잘 돼 있어 차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특별히 관광용 모노레일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주를 이뤘다.
아내와 함께 방문한 박호일(54·남) 씨는 “월미도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예전 기억 때문에 오게 됐다”며 “바람이나 쐬러 오는 곳이지 이곳에 특별한 건 없다”고 말했다.
5년 만에 월미도를 찾아 천안에서 왔다는 박래광(32·남)씨는 “월미도를 찾기 위해 이곳에 오기보다 여행을 갔다 돌아가는 길에 들리는 느낌으로 찾게 된다”며 “오늘도 파주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잠시 와 본 것”이라 설명했다.
모노레일에 대해서도 “자가용을 타고 오는데 굳이 관광열차라고 해서 타진 않을 것 같다”며 “시험운행 중에 안전사고도 있었다는데 불안해서라도 안 탈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는 임산부 김정은(29·여) 씨는 “인천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까워서 자주 오는 편이지만 주로 자가용을 이용하게 된다”며 “아이들이 원하면 모를까 가뜩이나 과거 사고가 났던 것으로 아는데 관광열차라는 이유만으로 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모노레일 반대했던 상인들…“차라리 잘돼 월미도상권 살렸으면” 반응도
월미은하레일 역사는 인천은하역을 비롯해 월미공원역, 월미문화의거리역, 이민사박물관역 등 총 4개다. 10미터 상공위해 버려진 철로와 역사들. 그 중에서도 가장 흉물스럽게 방치된 곳은 월미도 문화의 거리와 가장 인접한 월미문화의거리역이었다.
▲ 6년 간 방치된 월미은하레일의 역사들엔 녹슨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공중 위에 있는 역사 밑엔 조류 배설물이 흐드러지게 널려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굳게 닫힌 철문에는 녹이 슬어 있었고 역사 곳곳에는 하얀 색의 새 배설물들이 가득했다. 한 눈에 봐도 장기간 방치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당초 월미은하레일 도입을 반대했던 주변 상인들은 하루빨리 개통됐으면 한다는 반응이다.
현재 상인들에게 월미은하레일은 계륵 같은 존재다. 당초 조망권 등을 이유로 설립에 반대했던 상인들도 이제는 조속히 관광열차사업이 재개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공사 시작과 함께 손님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에 월미은하레일에 실낱같은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김재영(54·여) 씨는 “공사를 지을 당시 저 기둥을 박아대는데 먼지가 어찌 날리는지 공사장 인부들에게 살살 좀 박으라며 애써 불만을 돌려 말하기도 했다”며 “공사는 끝났지만 끊긴 발길은 여전했고 차라리 월미은하레일 사업이 조속히 재개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 월미도 상권은 단조로웠다. 대부분 횟집과 카페가 주를 이뤘다. 이곳 상인들은 이미 설치한 모노레일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시에 월미도 자체의 매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스카이데일리
동시에 일부 상인들은 월미은하레일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볼거리가 없는 곳에 관광모노레일 열차만으로 끊겨진 방문객의 발길을 되돌리는 것이 무리라고 본 것이다. 이들은 월미도의 매력을 이끌어내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페를 운영 중인 채진아(32·여) 씨는 “어머니가 기억하시는 월미도는 나무가 울창한 곳이다”고 운을 떼며 “과거에 비해 단정하고 깔끔해 졌지만 동시에 별다른 특색이 없는 곳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 씨는 “지난 3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치맥파티를 연후 뒤도 보지 않은 채 버스를 타고 서둘러 떠났다”고 덧붙였다.
채 씨는 월미도의 자연풍광을 오히려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제강점기시절 왜정은 1918년 이곳을 풍치지구로 설정하고 녹화사업을 벌여 월미산을 중심으로 벚나무를 심고 채벌 금지령을 내리기도 한 바 있다.
일본의 사업을 계승하자는 것이 아닌 월미산과 바다 등 자연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개발이 선결돼야 월미은하레일 관광열차 사업도 희망이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다.
그녀는 “월미은하레일로 침체된 월미도 상권을 활성화시킨다는 정책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면서 “월미도 일대에 방문객이 많아져야 자연스럽게 월미은하레일 사업도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자료 : 인천시 및 인천교통공사 ⓒ스카이데일리
‘매력을 잃은 땅’ 월미도의 개발에 대한 논의는 수년 간 계속돼 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고도제한이 발목을 잡았다. 현재 월미도는 용적률 350%, 높이 7~9층의 규제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인천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월미도 문화의 거리 일대 29만3470㎡에 대한 고도제한 완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유정복 인천시장의 친인척이 일대 6019㎡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고 결국 결정고시가 보류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인천시가 재차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했으나 유 시장을 위한 행정이 아니냐는 반대파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결정고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월미도 개발을 둘러싼 정치공방을 바라보는 상인들은 더욱 애가 타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이민사박물관에서 월미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다 시의회 단계서 예산이 삭감돼 사업이 불투명해졌다”며 “결국 정치인들이 시정을 똑바로 운영 못해 전국 최고수준의 빚덩이 광역시로 인천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결국 잘못된 정치의 결과물로 흉물스럽게 방치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저 월미은하레일이다”고 지목하며 “이제라도 저 열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되기 위해 월미도 개발이 선결돼 누구나 찾는 월미도가 되는 것이 급선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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