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돈벌이에 위협받는 국민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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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돈벌이에 위협받는 국민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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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4-23 00:02:01

갖은 악재에도 수입차 판매량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08년 6%에 불과했던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16%를 돌파했다. 10년 새 덩치가 무려 3배 이상 커진 셈이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2~3년 내에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20%를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국산차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량이 증가할 수 있었던 건 소비자들의 신뢰 덕분이다. 수입차가 가진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 안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글로벌시장에서 쌓아온 수입차 브랜드들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빛을 발한 결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차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품질과 서비스는 뒷걸음질치고 있어 우려된다. 운전자 생명과 직결된 에어백 등 안전장치부터 엔진이나 변속기 등 주요부품까지 결함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수입차 리콜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2014년까지만 해도 402개 차종 13만6633대였던 리콜 건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1179개 차종 69만1486대의 수입차가 리콜이 결정됐다. 올해 1분기에도 385개 차종 18만7860대가 리콜돼 전년 동기 대비 22% 넘게 증가했다.

그나마 리콜이라도 제대로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에게 해줘야 할 보상 및 수리 등 서비스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접수된 11개 자동차 서비스센터 관련 피해구제 신청수를 분석한 결과 렉서스를 제외한 수입차 브랜드 대부분이 국산차 브랜드보다 대당 서비스 신고율이 현저히 높았다. 현대기아차와 비교하면 무려 10배에 달한다.

실제 배출가스 조작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아우디·폭스바겐을 비롯해 화재 사태에 휩싸였던 BMW, 살인 에어백 오명을 샀던 다카타 에어백의 벤츠코리아 등은 모두 사태해결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아야 했다. 차량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려다 뒤늦게 사태 해결에 나선 정황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피해보상 및 수리 서비스가 국내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진다. 배출가스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에서 16조 원을 쓰고, 한국보다 시장이 작은 캐나다에 2조 원을 투입한 폭스바겐은 한국에서 약 1000억 원을 투입하는데 그쳤다.

벤츠의 다카타 에어백 역시 2013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대의 리콜이 이뤄졌지만 국내에선 2017년 말에야 리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마저도 1년 3개월을 끌다가 지난달부터 리콜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경우 엔진이나 에어백 등 주요부품 외에 사소한 부품 하나라도 결함이 생기면 운전자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수입차가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진정 소비자를 위한 정도경영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런 대목이다.

돈벌이에 눈 먼 수입차업계가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정부도 바뀌어야 한다. 국내에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 법·제도적 장치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입차 업계가 심각한 도덕적해이를 보인다 해도 처벌수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차량 판매액의 1%에도 못미치는 과징금만 매길 뿐 제대로 된 처벌을 기대하긴 힘들다. 수입차업계를 향한 실질적인 제재 방안과 소비자 보상안이 마련돼야하는 이유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