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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호텔을 국가에서 매입한 후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호텔개조 청년주택’의 실효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투입된 혈세에 비해 주거환경이 열악할 뿐 아니라 장기간 거주할 만한 조건도 충족하지 못해 혈세낭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호텔 개조 공공임대 주택에 고위 공직자가 의무적으로 거주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조소 섞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호텔개조 청년주택’은 정부가 전세난 종식을 위한 주택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새로운 개념의 주택이다.
모텔촌 한복판에 자리한 숭인동 청년주택, 난방·환기 등 열악한 환경
동묘앞역 3번출구로 나와 모텔이 즐비한 도로 사이로 약 5분정도 걸어가면 청년주택 숭인동 청년주택 ‘영하우스’가 시야에 들어온다. ‘영하우스’는 이전 ‘베네키아 호텔’을 리모델링해 청년주택으로 탈바꿈 시킨 곳이다. 방은 총 5가지로 크기는 16㎡~22㎡ (4.8평~6.7평)이다. 월세 시세는 16㎡ 방 기준 보증금 4560만원에 월세 34만원에서 보증금 2300만원에 월세 45만원까지 다양하게 책정돼 있었다.
서울시에서는 보증금은 절반을 무이자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자격 요건에 충족하는 입주자는 보증금을 절반만 부담하면 된다. 무이자 지원자격은 입주자 본인 월 평균소득 562만6000원이하이고 보유 자산 2억3700원 이하다. 각 방에는 냉장고·TV·에어컨·드럼세탁기·비데·침대 등 12가지 풀옵션이 갖춰져 있다.
얼핏 보면 리모델링을 막 마친 깨끗한 신축 원룸 느낌이 나지만 실제 거주자들의 평가는 달랐다. ‘이름만 호텔이지 모텔촌에 사는 것이다’, ‘인근보다 임대료가 조금 싸다는 것 외에는 장점을 찾기 어렵다’, ‘바닥 난방이 되지 않고 창문이 작아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 등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해당 주택의 임대 시세가 주변 임대 시세에 비해 그리 싼 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풀옵션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5만원, 방 두 개짜리 보증금 1500만원에 45만원 등의 물건이 있다”고 귀띔했다.
전세난 대책으로 내놓은 호텔개조 주택, 현실은 대학교 기숙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숭인동 청년주택에 이어 안암동에 위치한 청년주택 ‘안암생활’을 찾아갔다. ‘안암생활’은 기존 ‘리첸 카운티 관광호텔’을 리모델링 한 것으로 총 225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이 중 95%는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했다. 이곳의 경우 13~17㎡ 규모의 방이 총 122개 존재했다. 가격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35만원으로 숭인동 청년주택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지하 1층에는 무인택배함과 공용회의실이 있고 지하 2층에는 공유주방과 공용세탁실·공유라운지 등 커뮤니티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게스트하우스 혹은 기숙사 같은 느낌이 강했다. 방 내부에는 개인 세탁기와 주방 공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공용 주방과 세탁시설을 이용해야 했다.
저소득 대학생과 청년 창업인·창작가·예술인을 위한 주거 지원을 목적으로 추진됐다는 ‘안암생활’에 대해 실제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은 기숙사 같다는 평을 내렸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규형(남·가명) 씨는 “깨끗한 신축 고시원 또는 기숙사 같은 느낌이다”며 ‘안암생활’에 대해 평을 내렸다. 이어 “먹고 자는 공간에 모르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이 싫어서 1년 이상은 못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 정권이 주장하는 ‘집은 사람이 살기 위한 공간이다’는 말은 겉으로는 아름답고 좋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현실과 동 떨어진 이상에 가까운 말이다”며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은 이미 최후의 보루 같은 자산이다”며 “계속 규제를 걸고 집값 오르게 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 시장에서 잘 나오고 선순환이 잘 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발생한 전세난 종식을 위해 2022년까지 전국에 총 11만4000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서울엔 3만5000호가 포함됐다. 이번 대책에는 2022년까지 공실 상가·오피스·숙박시설 등을 리모델링해 전세 매물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숭인동 청년주택, 안암동 안암생활 등과 같은 공공주택을 늘린다는 취지다.
그러나 두 곳 모두 장기적인 주거 공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탓에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역시 실효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호텔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은 단기간 숙박이 가능하나 장기간 주거 공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주거 취약 계층에게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전세난을 해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공간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부동산 정책은 시장 중심이 아닌 주거 중심으로 임대 시장 현 실정과 거리가 먼 정책이다”며 “정부가 민간에서 통하지 않은 사업을 국가 세금으로 사들인 것인데 이렇게 되면 도덕적 헤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투입 비용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으면 LH·SH 등 주택 공급을 맡고 있는 기관의 재정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승의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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