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에서 올해 신고된 아파트 증여 2,077건 전체를 대상으로 사상 첫 전수 검증에 나선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감정가 축소, 부담부 증여, 세대 생략 증여 등 다양한 편법이 반복되자 특정 지역을 통째로 겨냥해 조사하는 초강수다.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연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강남4구와 마용성은 최근 증여 증가 폭이 가장 큰 지역”이라며 “시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신고, 채무 이용 편법, 조세 회피 목적의 ‘쪼개기·우회 증여’를 모두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10월 서울 집합건물 증여는 7,708건으로 3년 만에 최대치다. 이 중 강남4구·마용성 지역은 2,934건, 지난해 대비 약 47%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특히 미성년자 증여 223건도 2022년 이후 최대치인데, 절반 이상이 강남4구·마용성에 집중되며 “부모 찬스로 고가 아파트 취득 → 부의 대물림 가속”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세청이 이날 공개한 사례들은 ‘어떻게든 세금을 줄이려는 꼼수’가 집약돼 있다. 일례로 60억 아파트를 39억으로 신고한 사레가 적발됐다. 압구정 아파트를 증여받은 A씨는 동일 평형이 60억에 거래된 사실을 알고 부담이 커지자, 지인 소개 감정평가법인에 “시가보다 낮게 해달라”고 요청해 39억(시세의 65%)으로 신고했다.
국세청은 직접 감정평가를 진행해 시가를 재산정했으며, 해당 법인은 ‘시가 불인정 감정기관’ 지정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대출을 자녀가 갚는 척하면서 생활비는 부모가 지급 어머니에게 송파 고가 아파트를 부담부 증여받은 B씨는 본인 월급으로 대출을 갚는다고 주장했지만 생활비·자녀 유학비·여행비 등 연 수억 원 규모 지출은 대부분 부모 지원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사실상 “부모가 채무를 대신 상환한 것”으로 보고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임대보증금 ‘우회 증여’ 후 투자·사치 소비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외할아버지가 임차하던 아파트를 증여받은 뒤 보증금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임차인에게 받은 고액 보증금을 해외주식·골드바·명품 구입에 쓴 사례도 적발됐다.
세대생략 꼼수도 눈에 띄었다. 미성년 자녀에게 아파트와 현금을 함께 증여할 경우 높은 세율이 적용되자, 아파트는 부모가, 현금은 조부모가 준 것처럼 ‘둘로 쪼개’ 신고해 합산 과세를 회피한 수법도 조사 대상이다.
무엇보다 시가보다 낮게 신고한 631건,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이다. 2077건 중 증여세 신고가 완료된 건은 1699건이다. 시가 신고는 1068건으로 실제 시가 반영 여부·부당한 감정가 산정 여부 조사를 하며 공동주택 공시가격 신고 또한 631건으로 시가보다 낮다고 판단되면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 후 과세를 한다.
오상훈 국장은 “이번 검증은 단순 신고 적정성 점검을 넘어서 증여 전후 자금 흐름, 생활비·보유세 대납 여부까지 전면 조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요할 경우 조사 대상은 부모·조부모·관련 사업체까지 확대된다.
“시장 안정될 때까지 전수검증 지속… 탈루 적발 시 고발까지”
국세청은 이번 조사 결과 탈세 정황이 확인되면 △세금 추징 △부당 감정평가 법인 제재 △필요 시 검찰 고발 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에도 ‘강남 청약’ 수요를 밀어올리는 현금 부자들의 투기성 취득에 대해 자금출처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오 국장은 “정당한 세금 없이 부가 대물림되는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이번 전수검증을 일회성이 아닌 상시조사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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