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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사람들] 사랑의 급식소 토마스의 집

“사랑의 한 끼로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사람의 뜻이 아닌 ‘주님의 뜻’으로 움직이는 봉사의 삶

김찬주기자(cj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4-02 0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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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토마스의 집 뒤편에는 열악한 쪽방촌이 즐비했고, 거주민이 떠난 거리는 황량했다. 그 중 한 줄기 희망처럼 “따뜻한 사랑의 한 끼가 ‘우리 님’들께 희망이 되어드리고 싶다”며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토마스의 집이 있다. 이곳은 노숙인들을 ‘우리 님’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따뜻한 점심 한 끼를 베푸는 사랑의 급식소다. 사진은 박경옥 토마스의 집 총무(왼쪽)와 김종국 신부. [사진=황정아 기자] ⓒ스카이데일리
 
주님께서 열악한 상황에 처한 12명을 제자로 삼으셨듯, 토마스의 집도 희생과 사랑의 동력으로 움직여요. 한 마디로 사람의 뜻이 아닌 주님의 뜻이죠. 저희가 제공해드리는 따뜻한 사랑의 한 끼가 우리 님들께 희망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어려운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사랑의 한 끼… 사람이 아닌 주님의 뜻으로 움직여
 
겨울이 그 모습을 완전히 감추고 벚꽃이 꼭꼭 참았던 몽우리를 터뜨리고 있는 3월의 끝자락, 따뜻한 한 끼로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베푼다는 자원봉사단체 토마스의 집이 있다는 서울 영등포구를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30분 정도 일찍 도착한 취재진은 토마스의 집 뒷편에 뻗은 쪽방촌을 둘러봤다. ‘24시간 청소년 출입금지 구역이란 팻말이 삼엄하게 걸려있는 그곳엔 노숙자들이 거리를 서성였고, 몇 명이서 모여 앉아 안줏거리도 없이 소주를 마시거나 길 복판에 박스를 깔고 누워 수면을 하고 있었다.
 
쪽방촌 사잇길은 성인 남성 두 명이 함께 걷기 힘들 만큼 좁았고 대충 매달아 놓은 노끈에 걸린 빨래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 띄엄띄엄 코로나19 안전 대응 수칙이 무심한 듯 붙어 있었다. 그들의 앞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엔 예수님이 양들을 이끌고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노숙인들의 모습과 대비를 이뤘다.
 
약속한 시각에 만난 김종국 신부와 박경옥 총무는 미소로 취재진을 맞이했고, 노련한 사진기자의 리드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사진 촬영을 마친 뒤 마주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선 김 신부와 박 총무에게 토마스의 집에 관한 소개 및 설립 계기를 질문했다.
 
토마스의 집은 노숙인이나 인근 쪽방촌 거주민들에게 하루 한 번 따뜻한 점심 한 끼를 대접하고 있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시간 동안 운영하는데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주먹밥, 라면, 계란 등 대체식으로 준비해놓고 있어요. 매일 이곳을 찾아오시는 400여분에게 챙겨드리고 있죠. 저희가 제공해드리는 이 사랑의 한 끼가 이분들께 희망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하고 있어요.”
 
토마스의 집은 1993년 문을 열었다. 토마스란 이름은 김 신부의 세례명에서 따온 것이라고 했다. 김 신부는 처음엔 영등포 교도소에서 교화 활동을 하고 있었고 급식소 봉사는 원래 사랑의 수도회 수사들이 운영했다. 하지만 식사하러 온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자주 생겨서 잠시 급식소 운영이 중단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신부에게 이 일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인간적 고뇌가 많았어요. 그래서 계속 기도하면서 주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하겠습니다는 각오로 이곳을 맡게 됐어요. 돌아보니 벌써 28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예수님께서 열악한 상황에 처한 12명을 제자로 삼으셨듯, 이곳에 힘을 보태주시는 자원봉사자 12명 대부분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수급자 혹은 노숙인에서 자활을 통해 회복하신 분들이세요. 토마스의 집도 이들의 희생과 사랑이 동인(動因)이에요. 한 마디로 사람의 뜻이 아닌 주님의 뜻으로 움직이는 곳이에요.”
 
▲ 1993년부터 지금까지 28년간 우리 님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했다는 토마스의 집은 성경 마태오복음 25장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는 말씀을 그대로 지키는 삶을 살고 있었다. [사진=황정아 기자] ⓒ스카이데일리
 
가톨릭 마태오복음 25장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는 말씀이 있다. 어려운 이에게 베푸는 것이 곧 신께 전하는 사랑이란 뜻이다. 토마스의 집은 이 말씀을 근거로 28년 동안 주님의 뜻으로 희생을 자원해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의 한 끼 식사를 베풀고 있었다. 따뜻한 이야기가 오가던 가운데 400명 이상의 식사를 준비하는 운영 방식을 박경옥 총무에게 물었다.
 
원래 무료로 식사를 대접했는데 2012년도인가부터 찾아오시는 분이 500~600명을 훌쩍 넘겼어요. 그러니까 설거지 하시는 봉사자들이 500개 이상 식판을 닦으려니 너무 힘들어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명동성당 노숙인협회 회의에서 ‘200원만 받아도 인원 수 조정이 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고 그때부터 자존심 유지비라고 해서 한 분당 200원씩 받고 있어요. 200원도 유료인 만큼 이후 무료급식소가 아니라 사랑의 급식소로 이름을 바꿨죠.”
 
상황이 조금 나아지다가 지난해 연말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돼서 2개월 동안 운영을 못 한 적이 있어요. 운영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후원도 줄어들고요. 이곳은 정부 지원이 전혀 없어 전부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하지만 수백 명의 식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과 월세에 각종 공과잡비까지 감당이 어려웠죠. 고정 지출은 큰데 후원도 줄어 엎친 데 덮친 격이었고요.”
 
그런데도 정말 다행인 것은 (코로나 전인) 2019년에 LG재단(LG전자·LG생활건강)에서 1년 치 월세와 공과잡비를 모두 지불해주셨어요. 그뿐만 아니라 2년치는 돼 보이는 생필품을 트럭 한가득 싣고 오시고, 심지어 낡은 냉장고까지 바꿔주시는 등 큰 도움을 주셨어요. 그래서 코로나로 힘들었던 지난해를 겨우 이겨낼 수 있었죠. 지금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우리 님들얼굴에 번지는 환한 미소… 더 양질의 식사 제공하고파
 
취재진은 토마스의 집을 이야기할 때 정희일 할머니를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미리 전해 들었다. 올해로 만 97세인 정 할머니는 토마스의 집이 있기 전부터 사랑과 베풂을 실천해 오신 분이다. 다만, 현재 많이 연로해 거동이 힘든 관계로 인터뷰에 참석하진 못하셨다. 박 총무에게 그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엄마(정 할머니)는 토마스의 집 이전 사랑의 수도회 시절이던 1986년부터 2019년까지 약 33년간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꾸준히 해주신 감사한 분이에요. 지금은 거동이 힘들어 봉사하시기 힘들지만 언제나 사명감과 당신의 철학을 가지고 타의 귀감이 되셨죠.”
 
엄마는 개근왕이세요. 이가 아프시거나 병원 가실 때 빼고는 한 번도 봉사를 빠진 적이 없어요. 이제 아흔이 넘으셔서 기력이 없으실 텐데도 우리 님들에게 사랑을 베푸셨죠. 아참, 우리 님이란 말은 제가 노숙자라는 단어가 싫어서 우리 주님에서 만 뺀 저희들의 애칭이에요. 우리 주님께 드리듯 우리 님들에게 사랑을 베푼다는 의미죠.”
 
이렇듯 김 신부와 박 총무는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리 님이라는 애칭까지 붙여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한 사람이 수많은 성경말씀 중 짧은 한 구절만이라도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성인에 가까워진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노숙인들을 무한한 사랑으로 대하는 김 신부야말로 성인의 경지에 이른 듯이 보였다.
 
저는 44년의 성직자 생활 끝에 지금은 은퇴를 했어요. 그럼에도 우리 님들이 토마스의 집에서 잘 먹었습니다라는 한 마디와 만족한 얼굴 표정, 환한 미소에서 주님의 사랑이 나타남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해요. 이 한 톨의 밥알들이 모여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감사하죠.”
 
특히, 저희 봉사자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때때로 만취하셔서 드러누워 계신 우리 님들에게 다가가 편히 대화를 나누고, 이들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감사하고 보람을 느끼죠. 토마스의 집을 찾아주시는 우리 님들과 이곳에서 봉사해주시는 분들로 인해 저는 밥을 먹을 때마다 이 한 끼의 밥이 큰 은총임을 느껴요.”
 
한 톨의 쌀과 한 끼의 밥. 평소엔 특별할 것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한 끼 식사가 누군가에겐 하루를 버티게 하고 삶을 지탱하게 하는 생명이 된다. 그 생명을 전달하기 위해 희생하며 그 행위 자체가 신의 은총이자 감사라는 것을 우리 님들과 토마스의 집은 훨씬 오래 전부터 교감하고 있었다.
 
▲ 토마스의 집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내어주려는 봉사자들의 사랑은 따뜻했다. 토마스의 집을 나오면서 취재진은 조만간 꼭 한 번 다시 찾아 봉사에 참여하겠노라 약속했다.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어서였다. 사진은 식사를 하기 위해 토마스의 집 앞부터 수백명이 줄지어 선 모습. [사진제공=토마스의 집]
 
끝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김종국 신부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더 많은 우리 님들에게 식사를 베풀 수 있기를 소망했다. 또 박경옥 총무는 조금이라도 더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포부를 밝혔다.
 
토마스의 집 규모가 작다 보니 찾아오시는 우리 님들이 더운 날과 추운 날 밖에서 힘겹게 서서 기다리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그럼에도 기다림 끝에 따뜻한 한 끼를 드시고 나서 만족한 모습을 보면 역시 우리가 주님의 사랑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죠.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져 더 많은 우리 님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지리라 생각해요.”
 
(박 총무)는 사람의 힘보다 주님께서 도와주신다는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아직 사회는 색안경을 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여기서 26년 동안 봉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사회가 우리 님들을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개인적인 포부지만 토마스의 집에 대한 후원 차원에서 볶음고추장을 조금씩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에요. 아직 판매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판매를 하게 된다면 볶음고추장이 잘 팔려서 발생한 수익금은 토마스의 집 후원금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 신부와 박 총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작은 쌀알 한 톨이 모이고 모여 한 공기의 따뜻한 밥이 되듯 토마스의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내어주려는 봉사자들의 사랑은 포근했고 정다웠다. 토마스의 집을 나오면서 취재진은 조만간 꼭 한 번 다시 찾아와 봉사에 참여하겠노라 약속했다.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어서였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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