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사람들에게 희로애락이라는 감동을 줄 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해요. 어떠한 배우가 되겠다는 꿈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작품에 들어갔을 때 그 작품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더 잘 전달하려 하죠. 특히 미래를 꿈꿔야 하는 어린 친구들이 꿈에 대해서 생각할 때 저희의 공연이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봄이 막 기지개를 켜는 3월 중순의 어느 날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위치한 ‘희원극단’ 뮤지컬 연습실을 찾았다. 분장을 한 배우들이 리허설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작품속에 잠깐 빠져들었던 취재진은 그들의 연기력에 탄복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배우이자 대표인 김나윤 희원극단 감독(47)은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뮤지컬 팀에 대해 소개를 해줬다. 본래는 더 많은 배우와 연습생이 속한 극단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작품 활동을 하는 배우들만 연습실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에 첫 공연을 올리는 ‘악보(樂譜)’에는 한채율(21)·권기은(23)·안시원(24)·최예승(28)·양서준(29) 배우가 출연한다.
“무대를 잃고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희원극단’ 만들게 돼”
희원극단은 ‘He wants’라는 뜻으로 ‘그가 (많은 사람이) 원한다’라는 의미를 담아 2010년 간판을 내걸고 뮤지컬의 기획 및 제작과 각종 행사, 그리고 뮤지컬 레슨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2007년부터 작품 활동과 인재발굴을 위해 조직된 극단이 2010년 들어 간판을 ‘희원극단’으로 바꾸며 새 출발을 했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그리고 이 극단을 설립하게 된 가슴 아픈 사연도 듣게 됐다.
“배우를 하던 가장 친한 동생이 있었어요. 결혼을 하고 가정생활을 하다 나니 배우로서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았고, 찾아주는 곳도 없었죠. 그로 인해 스트레스와 외로움으로 결국 운명을 달리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어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 일이 있은 후 주변에서 작품 활동을 원하고 배우의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무대를 만들어 주려고 대행기획사처럼 시작한 극단이 바로 희원극단의 시작이죠.”
김 감독은 이런 가슴 아픈 사연으로 만들어진 희원극단이 이제는 많은 이들이 사랑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전해주는 훌륭한 뮤지컬 극단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새로 준비하는 뮤지컬 ‘악보(樂譜)’에서 다양한 역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출발선은 서로 다르지만 배우라는 같은 꿈으로 모여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짓궂은 장난을 칠 것만 같은 20대 초반의 한채율 씨(21)는 어릴 때부터 배우나 가수를 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연기의 꿈을 키웠고,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기학원을 다녔어요. 예고 입시 준비를 하다 전기(예고 수시) 시험에서 떨어지고, 정시처럼 후기 학교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희원극단에 들어오게 됐어요. 현재는 대학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하면서 뮤지컬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요.”
한 씨는 희원극단에 들어와 10작품이 넘는 뮤지컬공연에 참가했다. “지금까지 한 작품을 세려면 열 손가락이 부족하죠. 희원극단에서는 10작품 정도 출연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아빠의 4중주’라는 뮤지컬공연이었죠. 사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정식으로 뮤지컬 무대에 서게 한 작품이죠. 너무 벅찬 순간이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1인 다역을 맡은 배우 권기은 씨(23)는 여러 가지 방면에서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돋보였다. 권 씨는 성악에서 뮤지컬로 방향을 바꾸게 된 계기를 설명해줬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쭉 해왔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극장 뮤지컬을 보면서 배우들의 열정을 느끼게 됐고, 제가 받은 감동만큼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는 꿈을 꾸게 됐죠. 성악만 해온 저로써는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게 쉽지만은 않았었요. 하지만 희원극단에서 배우며 빨리 성장할 수 있었죠. 현재 3년 차에 접어들고 있고 11개 작품에 출연했어요.”
권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문화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코로나로 많은 배우가 고통을 받고 있으며. 생계가 어렵다 보니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희원극단에는 배우가 많은 만큼 그들이 꾸는 꿈도 각양각색이다. 안시원 배우(24)는 어릴 때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그러다 뮤지컬을 경험하고, 속이 뻥 뚫리는 쾌감을 느끼며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고 소개했다.
“실용음악을 해오던 저로써는 연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뮤지컬의 매력에 한번 빠지니 그런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게 되더라구요. 희로애락을 연기하면 관객도 희로애락을 느끼는 모습에서 성취감을 얻죠. 요즘은 거창한 배우보다 내 인생이 즐겁고 행복한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최예승 배우(28)는 막내처럼 어려보이나 극단에서 맏언니 구실을 도맡아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었던 최예승씨는 제2의 보아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잠시 꿈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들이 있었다. 대학도 연기나 음악과는 상관없는 심리학과 전공으로 갔다. 대학을 졸업한 뒤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해주는 일을 하며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가라는 말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렸을 때 꿨던 꿈을 되돌아 봤다고 한다.
“내가 만난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가라 말하는 순간 제 자신이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나도 꿈이 있었는데, 나는 못하면서 아이들에게 말을 하는게 옳은 일일까? 덕성여대에서 교직원으로 2년간 일하면서 꿈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어요. 그러다 인생의 도움이 되는 상사분들의 조언에 어린시절의 꿈을 다시 꾸게 됐죠.”
희원극단에 들어온 멤버들은 모두 김 감독과의 만남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우연히 들어온 배우들도 있지만, 고생을 하다 들어온 경우도 있어 희원극단에서의 뮤지컬 활동은 이들에게 무지개 색과 같은 다양한 성취감을 안겨주고 있다. 최 씨 또한 그러한 사람 중 하나였다.
“2018년 뉴질랜드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게 됐어요. 거기서 친하게 지낸 언니가 있었는데 저의 꿈을 응원해주며 김 감독을 소개해줬죠. 너무나 고마운 선물이었어요. 그때부터 배우의 길을 걷게 됐고, 뮤지컬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들에 출연하게 됐어요. 이번 ‘악보’라는 뮤지컬에서 메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저는 국민들이 계속 보고 싶은 배우,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희원극단 단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하지만 여기서 청일점으로 통하며 다음 달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신랑 양서준 배우(29)도 있다. 눈빛이 살아있는 그는 다양한 연기를 소화하며 정해지는 캐릭터마다 완벽한 변화를 선보이고 있다. 양 씨는 초등학생 시절 2시간이 넘는 ‘오페라의 유령’을 몰입해서 들으며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께서 2002년 5월쯤 영국 캐스트 앨범인 ‘오페라의 유령’을 생일 선물로 주셨어요. 그걸 받고 2시간 넘게 한 자리에서 다 듣고 나니 점점 뮤지컬에 대한 호기심이 깊어지더군요. 그래서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5년간이나 피아노를 배웠고, 이후 부모님을 설득해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죠.”
“사실 희원극단을 들어온 건 얼마 안 돼요. 그 전에 다른 극단에서 배우활동을 하다가 종교와 관련된 문제들로 나오게 됐어요. 오랜 기간 공백기가 있다가 김 감독님을 만나 뵙고 합류하게 됐어요. 배우로서의 경력은 짧은 편이에요. 하지만 어렸을 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뮤지컬 ‘악보’… 통일문화예술의 대표작이자 우리 모두의 소원
올해로 배우생활 28년 차인 김 감독은 오랜 기간 통일과 관련된 작품들을 제작하고, 직접 출현하며 통일문화예술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김 감독은 뮤지컬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며 후배들이 배우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KBS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서 활약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이번에 준비하는 ‘악보’ 역시 통일관련 소재로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들어간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작품활동을 통해 통일된 문화강국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이 통일에 기여하는 작품들을 만드는 이유는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을 보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각을 지적하고 싶어서예요. 세계적으로 훌륭한 예술인들이 북한에 많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통일되면 하나의 문화로 지금보다 더 뛰어난 문화강국을 만들수 있죠. 통일이 되어 기차를 타고 남북의 배우들이 함께 유럽까지 기차여행을 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꿈이죠. 그래서 어려움을 무릅쓰고 극단을 만들고 후배들에게도 선한 영향을 주는 일을 하려고 해요.”
[한대의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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