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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 최승호 워터홀 컴퍼니 배급이사

“‘귀멸의 칼날’ 흥행은 하루아침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죠”

20년간 잔뼈 굵은 영화 배급인‧영화 전문 파워블로거 ‘비됴알바’

정동현기자(dhjeo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6-08 0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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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워터홀컴퍼니 배급이사는 CGV에서만 20년 가까이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배급일과 영화 파워블로거 ‘비됴알바’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황정아기자]ⓒ스카이데일리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울고 웃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도록 하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30년 넘게 6000~7000편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평소에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영화에서 간접경험을 해왔죠.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영화만 생각하면 항상 설레고 마치 애인이나 친구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제가 사랑하는 영화 일을 하는 시간이 행복해요.”
 
필운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최승호 워터홀 컴퍼니 이사(47)는 여유로운 표정과 편안한 미소로 기자일행을 맞이했다. 최근 대박을 터뜨린 상반기 흥행작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귀멸의 칼날)에 대한 이야기와 수십 년간 영화업계에서 활동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안 최 이사의 영화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느껴졌다.
 
영화의 도시 부산 출신인 최 이사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영화보고 감상평 쓰는 것을 좋아해서 평론가를 해보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최 이사는 자신이 영화업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은 대학생 시절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라고 밝히면서 그때부터 자신의 꿈이 구체적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대학교 1학년 시절인 1994년에 학교 근처에 있는 비디오 가게에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대학을 다니면서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비디오를 봤어요. 그러다가 비디오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드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비디오 가게를 그만두고 대학교 4학년 때 CGV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영화업계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 셈이죠. 그후 여러 지역의 영화관 점장으로 활동하다가 본사에서 편성전략팀으로 일하고, 이후에 CGV아트하우스 팀장까지 하게 됐죠. 지난해 초 퇴사할 때까지 CGV에서만 20년 가까이 근무를 했어요. 비디오 가게에서 있었던 경험들이 저의 영화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고 지금의 제가 있게 된 첫 출발이었던 셈이죠.”
 
CGV서만 19년간 근무, 영화 파워블로거‧퇴사 후 영화배급 도전
 
 
▲ 최승호 이사는 배급한 작품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CGV에서 재개봉했던 영화 ‘러브레터’ ‘이터널 선샤인’과 현재 상영 중인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스카이데일리
 
최 이사는 2001년에 극장 아르바이트를 통해 CGV와 인연을 맺은 이후 19년간 일했다. CGV 부산 서면에서 4년 이상 근무했고 울산, 제주, 창원, 구미 등 지방 극장에서 점장으로 일했다. CGV 제주에서 근무하던 시절인 2008년부터는 ‘비됴알바’라는 닉네임의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했다. 이후 영화관련 리뷰나 국내외 박스오피스 분석도 하면서 많은 영화 팬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파워 블로거로 13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 회원은 현재 3만7311명이고 누적 방문자 수는 7일 기준 2978만1105명이다. 최 이사는 CGV에서 활동했을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CGV 본사에서 일했을 때 한 배급사 대표가 저에게 블로거 ‘비됴알바’냐면서 저를 알아봐 주셔서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사실 제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CGV와 함께하면서 즐거웠던 일들이 더 많았어요. 초창기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극장에서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어서 행복했었죠. 이후 점장이 되면서 직원들 관리도 해야 하고 극장이 잘 되는지 매일 매출을 확인하고 극장 이벤트나 상영 스케줄을 직접 짜는 등 모든 것이 쉽지는 않았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CGV 서면에서 ‛드래곤 길들이기’를 IMAX로 상영하는데 IMAX 화면으로 4DX 의자로 영화를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당시에 신기했어요. 그리고 아트하우스 팀장으로 있었을 때 ‘이동진의 라이브톡’이라는 행사가 있는데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에 대한 행사에 봉준호 감독님이 참석하셔서 매우 뜻깊었어요. 행사 끝나고 감독님과 사무실에서 이야기도 하고 사인도 받고 사진도 같이 찍었어요. 평소에 봉준호 감독님 작품을 좋아하기도 해서 기억에 많이 남네요.”
 
배급했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CGV에서 직접 개봉을 기획해 단독개봉 했던 작품들도 함께 소개했다. 그가 CGV에서 단독 개봉을 기획했던 작품은 수십 편이다. 그 중에서도 ‘킬러의 보디가드’가 170만명으로 가장 흥행했고, ‘월요일이 사라졌다’(90만명),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50만명),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46만명), ‘나의 소녀시대’(40만명), ‘내 사랑’(33만명),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2만명), ‘플로리다 프로젝트’(9만명) 등이 CGV단독개봉만으로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그 중 최 이사가 CGV에서 직접 재개봉했던 영화인 ‘러브레터’ ‘이터널 선샤인’과 현재 상영 중인 ‘귀멸의 칼날’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지금도 좋아하는 ‘러브레터’는 22년 전에 개봉했던 일본 영화였는데 비디오 가게에서 일했을 때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어요, 그 당시 영화를 보면서 아름다운 설경이 잊히지가 않았고,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감성이 저하고 잘 맞아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저의 인생영화라고 추천하는 작품이에요. 여러 번 재개봉도 했죠. CGV에서 일하면서 단독 개봉을 하는 업무도 있었는데, 2013년에 ‘러브레터’를 처음으로 재개봉하고 싶어서 영화의 판권을 가지고 있던 배급사와 의논해 재개봉을 추진해서 괜찮게 흥행하기도 했어요.” 
 
‘이터널 선샤인’은 개봉 10주년을 맞아 2015년 11월에 재개봉한 영화였어요.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지워갈수록 더욱 더 깊어지는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인데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고, 짐캐리와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가 좋았죠. 재개봉 당시에 30만이 넘게 보면서 이례적으로 첫 개봉 때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작품이기도 하죠.”
  
영화 흥행은 예측 어려워… 자부심·성실로 버터야 살아남을 수 있어 
 
▲ 최 이사가 배급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2021년 상반기 국내 최고 흥행을 하고 있는 작품이다. [사진=워터홀 컴퍼니]
 
최 이사가 배급한 영화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은 지난해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고 흥행작인 ‘너의 이름은’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일본 흥행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면서 일본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일본에서만 400억엔(약4056억원)이라는 엄청난 수입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한 작품이다.
 
“207만명을 동원한 ‘귀멸의 칼날’은 개봉 전에 흥행 예상 관객 수가 10만명 정도로 예상되기도 했어요, 영화는 지난해 여름부터 국내 개봉을 준비했어요. 7월에 이 작품 배급을 하기 위해 준비했고, 2021년 1월 27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으로 개봉일이 정해졌죠. 메가박스에서만 개봉 첫날 6만명을 모았고, 이후 2월 3일부터는 CGV, 롯데시네마도 확대 상영했죠. 그리고 CGV는 IMAX와 4DX 상영했고요. 그 당시에 많은 관객 분이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셨고, 용산아이파크몰 IMAX나 4DX는 거의 매진이 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어요.”
 
최 이사는 자신이 배급한 ‘귀멸의 칼날’이 코로나 상황에서 4개월 넘게 극장 상영하면서 마치 기적같이 관객 200만명을 넘겼고,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다면서 영화를 사랑한 모든 관객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이 영화의 흥행 원동력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 ‘귀멸의 칼날’이 가지고 있는 재미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 작화, 음악, 원작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네즈코인데 극장판에서는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네즈코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죠. 이 영화의 최다 관람객이 500회를 보셨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N차 관람해주신 관객들께 고맙단 인사드리고, 1년 가까이 ‘귀멸의 칼날’과 함께 하고 있는데 VOD출시 날짜가 다가오고 있으니 이별의 시간이 곧 찾아오네요. 극장에서 상영이 끝나는 것은 아쉽지만 영화가 잘돼서 행복하죠.”
 
최 이사는 지난해 10월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 영화 ‘위플래쉬’를 워터홀 컴퍼니 대표와 함께 퇴직금 전부를 투입해 영화의 재개봉을 준비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는 이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재개봉한 ‘위플래쉬’는 2015년 3월에 개봉 당시 재밌게 봤던 작품인데 국내 판권이 사라지게 됐어요. 나중에 재개봉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가 마침 기회가 돼서 워터홀 컴퍼니 대표와 함께 퇴직금 일부를 투자해 국내 재개봉 판권을 구매해 지난해 ‘위플래쉬’를 재개봉했죠. 아쉽게 흥행에는 큰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코로나 시기에 의미 있는 성과를 냈어요.”
 
최 이사는 흥행 성공에 관한 예상을 적중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다면서 아쉽게 흥행에 실패한 작품과 의외의 대박을 난 작품에 대해 언급했다.
 
“흥행에서 아쉽게 실패한 작품으로는 2013년 여름에 개봉한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가 생각나죠. 많은 사람들이 1000만명을 예상했지만 실제 관객 수는 132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죠. 의외로 대박이 난 영화로는 2018년에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와 2019년에 개봉한 ‘알라딘’이었어요. 개봉 당시에는 150~200만명 정도로 예상했던 영화인데 노래의 영향으로 엄청난 입소문을 타면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990만명이 넘었고, ‘알라딘’은 1272만명이었어요. 극장 관계자로서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한국영화는 ‘명량’ ‘극한직업’은 1000만은 무조건 넘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7번방의 선물’이 1281만명까지 갈 줄은 예상 못했죠.”
 
최 이사는 8일 저녁 한 영화관에서 강연이 예정돼 있다고 언급하면서 영화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영화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영화를 사랑해서 지금까지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특히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것 중에 매우 어려운 부분이 적은 임금이에요. 그런 부분들을 현실적으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해요. 중소배급사에서 일하는 경우가 보통일 텐데 소수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 업무 강도가 꽤 높은 편이기도 하고 배급 실패로 재기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수입사도 많은 편이죠.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어려움을 느끼기도 해요. 고비를 넘길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도 가지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을 하면 그래도 영화 업계에서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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