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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재개한 지 두 달 반이 지났다. 그 동안 코스피·코스닥지수는 각각 3300선, 1050선 등을 경신하며 호조를 보였다. 처음 우려와 달리 공매도 규모도 크지 않았다. 다만 공매도가 몰린 종목들의 분위기가 상반된다. 코스피 종목들은 타격이 없거나 대체로 상승한 반면 코스닥 종목들은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공매도 제도를 두고 여전히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중심으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공매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공매도가 지속적으로 하방압력을 가해 주가를 왜곡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10종목 중 7개 주가 상승
한국거래소(거래소)에 따르면 16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3276.91로 공매도를 부분 재개한 5월 3일 이후 4.10% 올랐다. 지난달 말에는 3300선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공매도 허용 대형주들의 상승률도 이에 못지않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422.36에서 434.82로 2.95% 상승했다.
상승장이 이어지자 공매도 규모는 움츠러들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3690억원으로 6월(3957억원)과 5월(5785억원) 대비 각각 6.75%, 36.21% 줄었다. 투자자별로 보면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87억원에서 77억원, 67억원으로 연이어 감소했다. 외국인도 4951억원에서 2872억원, 26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개별 종목을 살펴봐도 공매도와 주가 간에 유의미한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16일 기준 직전 40거래일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공매도 재개 전보다 주가가 떨어진 곳은 SK이노베이션(-2.96%), LG디스플레이(-4.32%), 금호석유(-15.77%) 등 3개에 불과했다.
다른 7종목의 주가는 공매도 전보다 크게 올랐다. 이들 중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높은 HMM의 주가는 4만3950원으로 공매도 재개 이후 12.12% 올랐다. 두 번째로 높은 포스코케미칼도 14만9000원에서 16만5000원으로 10.74% 상승했다. 그밖에 △엔씨소프트 1.10% △LG생활건강 11.31% △팬오션 2.72% △삼성전기 5.31% △S-Oil 13.43% 등 종목의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공매도가 전체 거래대금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공매도 거래비중도 마찬가지였다. 16일 기준 직전 40거래일 평균 공매도 비중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6종목의 주가는 상승하고 4종목은 하락했다. 이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1.14%로 나타났다. 특히 공매도 비중 7.9%인 두산의 경우 6만32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77.2% 올랐다.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종목들의 주가 수익률도 우수했다. 10종목 중 6개가 올랐다. 공매도 잔고란 증권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입해 매도하고 상환하지 않은 수량을 말한다. 이 가운데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1만3950원에서 2만5100원으로 79.93% 올라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그밖에 △HMM(12.1%) △롯데관광개발(11.38%) △호텔신라(9.83%) △셀트리온(1.13%) △엠씨넥스(0.73%) 등도 올랐다.
코스닥, 상위 종목 대부분 하락… 기관 중심으로 공매도 거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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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반면 코스닥시장의 분위기는 코스피와 달랐다. 공매도 재개 이후 코스닥지수는 6.67%, 대형주들로 구성된 코스닥150지수도 6.14% 상승했지만 공매도 거래와 잔액이 많은 코스닥 종목들의 주가 수익률은 바닥을 기었다. 이달 들어 개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공매도 규모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16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7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328억원으로 6월(1105억원)과 5월(1273억원) 대비 각각 20.18%, 4.32% 증가했다. 투자자별로 보면 3개월 간 개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억원에서 22억원→37억원으로, 기관도 186억원에서 220억원→443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외국인은 1060억원에서 863억원→849억원으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공매도 거래 규모가 큰 종목들은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16일 기준 직전 40거래일 공매도 비중 평균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공매도 재개 전보다 주가가 오른 곳은 SK머티리얼즈(8.17%), 알테오젠(9.78%), NHN한국사이버결제(6.67%) 등 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7종목의 주가는 공매도 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종목들의 주가 수익률도 마찬가지였다. 10종목 중 7개가 떨어졌다. 이 가운데 씨젠의 주가는 9만3600원에서 7만7200원으로 -17.52% 대폭 급락했다. 이밖에 △현대바이오(-14.68%) △씨아이에스(-10.94%) △국일제지(-9.51%) △케이엠더블유(-8.01%) △유니슨(-7.33%) △에이스테크(-1.11%)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가격 발견 등 순기능 우세 vs 하방압력 가해 주가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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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
금융업계에서는 공매도를 폐지하기보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인정하되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공매도를 막는 것은 오히려 시장 유동성을 줄이고 변동성을 높이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공매도 논쟁과 향후 정책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시장 유동성 공급, 가격발견 기능 강화, 투자자의 위험관리 편의성 제고 등을 들었다. 역기능으로 시장 교란요인으로의 작동 가능성, 결제불이행 위험 증가, 개인투자자의 소외 가능성 등이었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세 차례(2008·2011·2020년) 공매도 금지시기를 실증적으로 분석해보면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해서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거나 가격 하락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시장 유동성만 위축시키는 결과로 귀결된다”며 “기술적으로도 공매도를 완벽하게 금지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매매전략 또는 파생상품을 통해 공매도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공매도를 금지한다면 공매도 수요는 대체 매매전략으로 구현될 것이고 단순 공매도에 비해 더 높은 거래비용만 소요되는 결과만 초래한다”며 “일반적으로 거래비용이 상승하면 시장의 효율성은 약화된다”고 우려했다.
송 연구위원은 “공매도를 기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현실적 해법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발현하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영역을 식별해서 이를 최소화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공매도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몇몇 불공정거래 사건들은 거래량이 풍부하고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우니 부작용이 나타날 개연성이 적은 종목들부터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식을 채택하자는 제안이다.
이와 달리 시민단체에서는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간 시장에서 코스피200 상위 종목 중심으로 헤지펀드들이 자본력을 이용해 막대한 물량을 찍어내고 지속적으로 하방압력을 가해 주가를 왜곡시키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월 3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30거래일 동안 공매도 거래비중, 업틱룰 예외거래 비중, 공매도 잔고비중이 높았던 코스피200, 코스닥150의 상위 43개 종목에 대해 불공정 거래 여부 점검을 촉구하는 주주들의 탄원 서명을 받는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43개 종목에 대해 △제대차거래 △무차입공매도 △호가담합 △업틱룰 예외거래 남용 △시세조종 △경영대주주의 주식대여 등 불공정 거래 혐의를 특별 조사하도록 금융당국에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1000만 개인투자 시대를 맞이한 지금, 기관에게만 예외적으로 허용돼야할 공매도 거래가 더 이상 외국인 무자본세력으로 하여금 우리 주식시장의 주주가치를 왜곡하는 역차별적인 특혜성 제도가 아니라 투자기업들에게 적재적소에 필요한 유동성 공급과 거래소와 금융회사들의 시장조성 등 본연의 역할에 보다 충실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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