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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위기의 현대제철(上-강성노조 피해)

‘산업의 쌀’ 철강업계 덮친 노조리스크에 韓산업계 위기감 넘실

협력업체 ‘정직원 신분’ 민주노총 비정규직 지회, ‘직고용 요구’ 23일째 불법점거

현대제철, 국내 철근 생산량 12% 차지…생산·출하 차질 시 산업계 전반 직격타

기사입력 2021-09-14 13:28:00

▲ 2분기 최고 매출을 달성한 현대제철이 노조리스크로 인해 전망이 어두워졌다. 사진은 현대제철. ⓒ스카이데일리
 
코로나19 경기침체를 딛고 2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한 현대제철이 협력회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본인들을 ‘비정규직 지회’로 지칭하는 협력업체 정직원들은 현대제철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 중이다. 제철소 전체를 총괄하는 통제센터 점거가 길어지면서 당진제철소의 업무 차질과 이로 인한 산업계 전반의 피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역대 최고 실적·하반기 훈풍 예상…불법행위 불사 직고용 요구 노조리스크 위기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 6218억원, 영업이익 545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5452억원은 현대제철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이다. 글로벌 철강 시황이 개선되고 수요 산업이 회복되면서 전반적으로 제품 가격이 인상된 상황에서 판매량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하반기 매출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선진국 중심의 백신 보급 및 경제 부양책 효과로 글로벌 경제성장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수요 산업 회복 기조에 따라 철강 수요는 지속적인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행위도 불사한 채 직고용 요구를 하는 등 노조리스크가 가시화되면서 향후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이 국내 건설현장에 공급하는 철근의 양을 고려하면 현대제철 실적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인천·당진·포항 등 협력사 직원 7000명을 현대 ITC 등 현대제철 자회사 3곳을 설립해 직고용할 계획이다. 해당 인원들의 임금은 현대제철 정규직 연봉 대비 기존 60%에서 80%로 상승하고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등 본사 정규직 복리후생도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79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평균 연봉은 약 4700만원에서 6300만원으로 인상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협력사 직원 약 5000명은 자회사 전환에 동의한 상태다. 반면 나머지 당진제철소 협력사 직원 중 2000여명은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 채용을 거부하고 있다. 비정규직 지회 소속 구성원들은 현재 협력사 정규직 직원들이다. 이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 지회’를 설립해 불법 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 현대제철 협력업체 직원들은 '비정규직 지회'를 결성해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 중이다. 사진은 당진제철소 통제센터. ⓒ스카이데일리
 
비정규직 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지난달 23일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하고 천막과 텐트를 설치한 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통제센터 내에 수십명의 조합원이 항상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통제센터가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제철소 통제센터는 안전 환경 물류 생산운영 등을 종합 관리하는 관제탑과 같은 곳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제철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이들이 협력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직접 교섭이 불가능한 상태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정규직 직고용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해당 인원들을 꼭 본사에 직고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회사 고용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는데 본사 직고용만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당진제철소 내부에 직접 들어가서 확인한 결과 건물 주변 천막 내부에는 조합원들이 상주하고 있었으며 경찰이 투입돼 혹시 모르는 충돌에 대비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사진 촬영을 시도했으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제지당했다. 사진 촬영 과정에서 조합원들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철소 내부에 동행한 현대제철 직원은 “통제센터 건물에 가까이 갔을 때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현대제철 직원도 접근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제센터 무력화 당진제철소 업무 차질…국내 산업계 전반 철근 수급난 우려
 
통제센터는 제철소의 모든 사무를 관리하는 제철소의 핵심 시설이다. 통제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당진제철소의 전반적인 업무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비정규직 지회의 불법점거가 길어질수록 국내 산업 전반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당진제철소는 약 882만㎡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당진제철소는 국내 일일 철근 공급 물량의 12%에 달하는 하루 3500톤 규모의 철근 등을 생산해왔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근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철근을 사용하는 다른 업종에도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 실제 올해 초 당진제철소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당진제철소 가동 중단의 여파로 43개 현장이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당진제철소가 작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때만큼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더라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노조리스크로 인해 업무에 차질이 발생해 산업 전반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당진제철소 인근 현수막.ⓒ스카이데일리
 
특히 대기업에 비해 안정적인 원자재 구매 루트를 확보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의 원자재 구매 중소기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24.4%가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변동과 수급 불안정에 대응으로는 71.4% 기업이 ‘대응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가 철강업계에 수출 억제 압력을 강화하면서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철강기업이 수출할 때 품목별로 13%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 수출 증치세 제도를 5월, 8월 두 차례에 걸쳐 폐지했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는 자국 철강 제품에 5~20%의 수출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철강 제품 수출 대신 내수 시장을 우선시하라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철강 수출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인 만큼 철강 수급 우려는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인근 지역인 허베이성의 철강 감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수급난은 갈수록 심화할 거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싼 가격으로 막대한 물량을 공급해왔던 중국의 철강 수출이 줄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제철의 철강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현대제철은 철강 시장에 찾아온 역대급 호조를 살리지 못하고 국내 기업들은 철강 수급에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철근 수급난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제철까지 철근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 건설사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불과 몇 개월 전에도 철근 수급난으로 피해를 본 상황에서 또 철근값이 오른다면 피해가 극심할 것이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 sky_ccastle , jgyang@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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