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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 어때<28>]-삼성전자서비스

안타까운 죽음 이후 ‘예견된 인재’ 논란에 글로벌 삼성 먹구름

“하루 최소 8건 이상 실적 처리 요구…미달성 시 실시간 독촉·압박”

민노총 산하 노조에 비판 빌미 제공…글로벌 기업 이미지 훼손 우려

기사입력 2021-10-14 15:08:01

     
▲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가 세탁기를 고치던 중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망 사고를 두고 삼성전자서비스의 과도한 실적 압박 구조에 따른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삼성전자서비스 소속 수리 기사가 세탁기를 고치던 중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민노총 산하 노조는 과도한 실적 압박 구조에 따른 예견된 인재라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는 일반 국민의 반응은 비판 빌미를 제공해 글로벌 삼성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실적에 쫓기고 인력난에 치이고…열악한 근무환경, 일상이 된 위험”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서비스 디지털양천센터 소속 가전 수리 직원이 홀로 방문 수리 업무를 하던 중 감전돼 사망하는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실적 압박과 부실한 안전 대책이 수리 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서울지회(삼전서비스 노조)는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가 고객의 집에서 세탁기 수리 업무를 하던 중 감전돼 사망했다”며 “해당 기사가 사망하기 전까지 잔뜩 밀려 있는 수리 건과 매일같이 실적을 독촉하는 회사의 압박에 위험을 감수하며 홀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에 참담함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사망한 수리 기사는 감전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수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 기사는 가로 폭 약 1.5m인 테라스 구석에 설치된 세탁기를 수리하기 위해 세탁기 뒤쪽 콘센트를 빼야 했다. 이를 위해 무거운 세탁기를 혼자 옮겨 공간을 만들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세탁기 뒤에 있던 급수 밸브가 파손돼 물이 튀면서 순식간에 감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사고 당시 혼자서 작업했던 상황이라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사고 장소와 제품 위치 등을 감안할 때 도저히 안전하게 작업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인이 좁은 공간에서도 수리 업무를 서둘러 끝내야 한다는 압박에 무리하게 세탁기를 이동시키려 한 것 같다”며 “혼자가 아닌 둘이서 작업을 했다면 급수 밸브를 파손시키지 않고 무사히 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수리 기사가 사망에 이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사측의 실적 압박을 지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가전 수리 노동자들의 시간대별 처리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수리 기사들에게 독촉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사진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실시간 실적 처리 현황.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삼전서비스 노조는 수리 기사가 사망에 이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삼성전자서비스의 실적 압박을 지목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수리 기사들에게 최소 하루 8건의 실적을 배정한다. 하루 근로시간을 8시간이라고 할 때 1시간에 1건의 수리 업무를 완료해야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가전 수리 노동자들의 시간대별 처리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수리 기사들은 회사로부터 독촉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는 등 압박에 시달린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가전 수리 노동자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수리 업무를 완료하고자 힘쓰는 배경에는 실적이 임금과 승진에 직결된다는 점이 지목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수리 기사를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상위 등급부터 순서대로 △EX(Excellent) △VG(Very Good) △GD(Good) △NI(Need Improvement) △UN(Unsatisfactory) 등이다. 이렇게 매겨진 등급은 종합 평가에 반영돼 추후 호봉과 진급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노조 측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제시하고 있는 목표 실적을 달성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루에 최소 8건 이상의 수리 업무를 처리하기란 물리적 제약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수리 업무 당 고객에게 제품의 이상 증상을 듣고 이동하는 데 20분, 고객의 집을 방문해 수리를 하는 데 최소 30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첫 방문에 수리를 완료하기 어려운 사례도 발생한다. 수리에 필요한 자재나 장비가 없는 경우에는 재방문이 불가피하다. 이럴 때에는 고객과 시간을 조율해 동료와 함께 재방문해 수리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앞서 2013년 9월에는 칠곡 서비스센터 소속 수리 기사가 출근 도중 뇌출혈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근로자는 사망 전까지 쉬는 시간이 없을 정도의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왔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천안 서비스센터와 양산 서비스센터 소속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수리 기사들은 월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로 급여를 받았고 식비 또한 지원받지 못했다. 차량이나 공구 등은 자비로 구매하고 유지비를 내야 했다. 수리 업무가 마무리된 후 고객 평가 때 10점을 받지 못하면 회사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고 이에 따른 반성과 소명을 해야 했다. 
 
▲ 삼성전자서비스는 실적 달성에 급급해 수리 기사에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리 업무를 완료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사망 사고 직후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기자회견.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불미스러운 일이 끊이지 않자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2014년 삼전서비스 노조와 단체 협약을 맺는 등 노동자 근로 환경을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엔 협력사 소속이던 수리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말 전체 임직원 8597명, 전국에 184개의 서비스센터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 애프터서비스(AS)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조는 처우가 겉으로만 개선됐을 뿐 실상은 열악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이후 가전제품 구매와 사용이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의 가전 수리 의뢰가 크게 증가해 업무량이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점심도 거르고 짬을 내 수리 업무를 처리하는데다 두 명의 노동자가 필요한 경우에도 혼자서 무리하게 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례로 세탁기 위에 설치된 건조기를 혼자서 내리다가 어깨나 허리를 다치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서비스는 수리 업무 시 사전에 안전을 확보하고 작업할 수 있도록 안전 보건 조치와 작업 방식 등을 담은 안전작업표준을 마련하고 노동자들에게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며 “위험 작업 땐 안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안전 전문 인력 배치 등 근본적인 대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서비스를 둘러싼 일련이 사태를 두고 여론 안팎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글로벌 삼성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련의 사태와 관련,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수리 기사가 목숨을 잃은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에게도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해당 사고에 대해 아직 경찰이 조사 중에 있다”며 “노조가 주장하는대로 실적 압박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는지는 지금 상황에서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창영 기자 / , cyoh@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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