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회사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12월 1주차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8%로 나타났다. 앞선 대통령들의 취임 5년차 지지율이 30%를 넘지 못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론업계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실체가 불분명한 정책·성과 등에 대한 ‘연출실력’을 지목한다. 일찍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한 방송에 출현해 “문재인 정권이 잘하는 게 딱 하나 있는데 이렇게 쇼를 잘하는 정권은 없더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국민에게 보여지는, 또는 내세운 성과가 현실과 동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좀 장담하고 싶다”고 호언하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는 날로 심각해졌고 결국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방역대책도 비슷한 맥락이다. 확진자 수가 타 국가에 비해 낮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별도의 홍보비까지 마련해 국내외로 방역 성과를 알리려 했지만 정작 백신 도입 등은 타 선진국에 비해 늦어지면서 ‘위드 코로나’ 전환도 뒤처지게 됐다. 이 밖에 대북정책, 일자리 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정책 등도 성과보다 연출이 빛났던 사례로 꼽힌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이미지 통치에 멍드는 대한민국’으로 선정하고 정치·사회, 경제, 과학·문화 등 각 분야와 관련해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성과와 현실을 비교·분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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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판문점·평양에서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으나 화해무드는 2년이 채 가지 못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유명무실해졌고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은 채 미사일발사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는 남북관계에 대해 ‘과거 정부에 비하면 A학점’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소위 ‘K-방역’이라고 불리는 정부의 방역대책도 속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는 세계 정상들이 ‘K방역’에 찬사를 보냈다는 다소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전했지만 당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최하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선전이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부동산 폭등, 국가부채 등 경제 부문에서 나타난 실책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정치·사회분야로 시선을 돌려 지지기반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3차례나 했지만 남은 건 핵폭탄과 미사일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올 4월 관훈토론회에서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그는 2017년 5월부터 3년 간 국가안보실장을 맡아 대통령 옆에서 외교·안보 전략을 지휘해온 장본인이다. 정 장관은 당시 토론회에서 “앞으로 남은 임기 중에 그간 추진해온 외교 정책을 잘 마무리해 다음 정부에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소임이다”고 전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문재인정부의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학점을 매겨보라는 질문에 대해서 정 장관은 주저 없이 “과거 정부에 비하면 A학점이다. 박근혜정부가 너무 잘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정부 때보다도 성과를 많이 냈다”고 자평했다. 당시 발언을 두고 여론 안팎에선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며 한반도 안보 상황이 악화했음에도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낙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남북관계 향방은 민생경제만큼이나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80%대 달했었다. 당시 대다수 국민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하며 과거 국민의정부·참여정부에서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퍼주기’ 논란에 휩싸인 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8년 한국과 북한은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 치렀다. 그 중심에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당시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있었다. 탁 비서관은 4·27 남북정상회담의 전반적인 연출을 담당했다. 특히 환송행사에서 정재일 음악감독을 채용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를 배경음악으로 채택하며 국민의 감성을 자극했다. 정상회담 앞서 치러진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봄이온다’에서도 기획을 담당하며 조용필, 레드벨벳 등 국내 인기가수를 행사에 끌어들이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이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다.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생겨났다. 그로부터 2개월 뒤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지방자치단체 17개 중 14곳에서 당선되며 압승을 거뒀다.
같은 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변 핵시설 등을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내용을 포함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필요한 진전을 이뤄나가기로 합의했다.
다양한 합의가 있었지만 정작 성과는 없었다. 북한은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남북관계는 다시 냉랭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작년 5월 북한군은 남측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다음 달엔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폐기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남북교류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한의 위협은 올해도 계속됐다.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등 총 8차례나 미사일 실험을 이어갔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한국에 대한 비판 담화 수위도 상당했다. 김 부부장은 8월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며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문재인정부의 ‘짝사랑 외교’는 계속됐다. 문 대통령은 올해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고 대북정책을 더욱 긴밀히 조율해 남과 북,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를 복원하고 평화협력의 발걸음을 다시 내딛기 위한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은 임기에 쫓기거나 조급해하지 않겠지만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리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기회가 온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며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명한 가능성을 봤다”고 덧붙였다.
“확진자 1만명까지 대비했다”…수도권 병상 가동률 90% 육박
코로나19 국면에서 방역은 그동안 정부가 내세워 왔던 최대 성과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2021 국민과의 대화’에서 임기 중 제일 큰 성과에 대해 “성과라고 한다면 K-방역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고 답했다. 이어 “백신 접종도 우리가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우리보다 접종률이 높은 나라가 한 세 나라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다”고 강조했다.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의 방역대책에 대한 자신감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올 6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이 문 대통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사진을 제시하며 “각국 정상들이 ‘한국은 방역에서 세계 1등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며 “K방역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을 대신해 찬사를 받은 데 대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자”고 말한 바 있다.
정부의 자평과 달리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자신 있게 시작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마저 삐걱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325명으로 지난달 30일부터 닷새째 5000명 전후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6일 위중증 환자 수는 727명으로 닷새 연속 700명 넘어섰다. 수용할 병상도 부족하다. 5일 기준 서울·경기·인천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각각 89.1%, 82.8%, 93.7% 등으로 위험수준에 접어들었다. 확진되고 2~3주 뒤 위중증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사태 초기에 모더나·화이자 백신을 빠르게 확보하지 못하고 물리적 방역에만 매달렸던 것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이자 접종군은 2차 접종 후 5개월까지 아스트라제네카(AZ)과 교차접종군은 3개월까지 항체가 일정하게 유지되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감소한다”며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Z(62~70%)와 얀센(평균 66%) 백신은 화이자(95%)나 모더나(94.1%)에 견줘 예방효과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모더나 백신만 접종시킨 일본의 신규 확진자 수는 5일 기준 104명이다. 한국과 비교해 거의 40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일본의 백신 1차 접종률이 각각 82.9%, 78.8%로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하다. 앞서 정부는 2월 AZ 백신, 4월 얀센 백신을 승인하며 접종을 시작했다. 1차 접종자 중 AZ와 얀센 백신 접종자는 26.3%와 3.5%로 약 30%를 차지했다. 미흡한 백신 정책을 전개하고도 K-방역을 자화자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초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을 강조하고 국민들이 방침을 따라주면서 일일 확진자 수를 통제해 K방역이라는 말이 나왔다. 백신이 없었던 당시에는 나름 설득력 있었다”면서도 “백신이 개발될 때 다른 나라들은 선제적으로 백신을 확보했지만 우리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그 결과 백신 도입이 늦어졌고 위드 코로나 시행 시기도 미뤄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상황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일일 확진자 수가 5000명대, 중증환자가 700여명 가까이 늘어나고 하루에 70여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K방역을 성과로 보기는 힘들다. 식당 등 자영업에만 인원을 제한하는 방역 지침도 과학적이지 못하다”며 “임기 중 치적으로 내세울 만한 게 없다보니 지난해 백신 개발 전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K방역을 줄기차게 성과라고 내세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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