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2012년 신경(信經)분리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예고하면서 내부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강태영 행장 취임 후 처음 이뤄지는 이번 개편은 ‘디지털 전환’과 ‘조직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노조는 “협의 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는 입장이다.
17일 금유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내년 1월 1일 자로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중앙본부 사업부서 63곳 중 절반 이상(32곳)의 업무가 변경되며, 16개 부서가 폐지되거나 격하된다.
또한 수도권 심사센터 3곳을 모두 폐지해 여신심사부로 일원화하고, 경남지역 진주·김해 여신관리단을 ‘경남 여신관리단’으로 통합한다. 일반계약직 조항에는 “기간 만료 시 별도 소요인력·채용 합의 불필요” 문구가 추가돼 사실상 계약직 축소 또는 폐지 수순으로 해석됐다.
농협은행은 이를 두고 “중복 업무 정리, 디지털 플랫폼 중심 재편, 기업금융·외환 기능 강화가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조직개편은 단체협약상 노사합의 사항임에도 어떠한 협의 없이 공청회 하루 전날(29일 오후) 기습 통보했다”고 반발했다. 특히 일반계약직 폐지 방침, IT부문 대규모 이관 등은 사전에 노사 협의가 필수적임에도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개편을 “폭력적 조치”, “졸속 행정”으로 규정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1311명 설문조사… 74% 반대, 찬성은 19%뿐
강태영 업무 평가‘62% 부정’신뢰도 흔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가 11월 초 노조가 본점·IT부문 조합원 13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내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대는 74%(966명) 찬성은 19%(254명)로 반대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면 △32% “협의 부족·요구 반영 안 됨”△28%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리한 개편”때문이다. 과정의 불투명성과 소통 부재가 핵심 불만이었다. “공청회가 형식적이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같은 설문에서 강 행장의 업무 수행 평가를 묻자 △‘잘 못하고 있다’ 62%(813명) △‘잘하고 있다’ 8%로 긍정평가의 8배가 넘는 부정 응답이 나온 셈이다. 조직개편에 대한 불만이 단순한 반대 정서를 넘어 경영진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논란의 중심에는 IT부문이 있다. 농협은행은 IT조직의 절반가량을 농협카드·디지털부문·신설 AI데이터부문 등으로 이관했다.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해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전 설명 없음 △인력 재배치 기준 불명확 △기술 기능 재편 방향 미설명 등이 겹치며 불만이 폭발했다.
IT부문은 과거 이석용 전 행장 시절 의왕→서대문 이전 추진 때도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노조는 “이번에도 IT 조직을 단순히 ‘이동 가능한 기능 단위’로 취급하는 방식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한 개편의 취지는 이해하더라도, 조직 내 공감대 없이 추진될 경우 효율보다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디지털·IT·카드 등 핵심 기능이 분산되거나 중복될 가능성 △실제 현장 업무 동선의 불안정 △정보 보안·인력 연속성 문제 등이 거론된다.
농협은행 단체협약에는 조직개편이 노사합의 대상이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경영진은 사전 논의 없이 개편안을 확정해 공청회 직전에야 노조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이를 “명백한 절차 위반이자 조직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강태영 행장을 향해 “고집을 내려놓고 파장이 큰 개편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강 행장은 취임 이후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민첩한 조직 구조를 강조해 왔지만, 구성원 다수가 충분한 공감대 없이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IT·디지털·카드 등 핵심 기능이 중복되거나 단절될 가능성이 지적되면서, 개편의 실질적 효과보다 내부 갈등과 비효율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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