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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산업이 첨단기술을 날개삼아 새 도약을 꾀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미래 선박시장 주도권 선점에 나선 것이다. 자율항해 기술 등이 접목된 미래형 선박은 선박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유력 지목되고 있다.
친환경과 스마트 선박기술을 향한 선박시장 안팎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조선사들도 미래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선박시장 및 해상 운송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韓조선산업, 인공지능 실은 선박으로 미래시장 정조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는 자율항해 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엔 시장 규모가 2357억달러(약 28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형 고부가가치 선박이 미래 선박시장 흐름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국내 조선업계도 미래형 선박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일례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해 자율항해 기술을 중심으로 해양모빌리티 미래상을 선보인 바 있다.
‘아비커스(Avikus)’로 이름 지은 현대중공업의 CES 자율운항 전시관에서는 약 6m 크기의 레저 보트 모형을 설치하고 LED 스크린을 활용해 실제 항해하는 듯 한 모습을 연출했다. 참관객들은 레저보트에서 가상현실 기술이 적용된 항해 시뮬레이션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아비커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이 2020년 12월 6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자율 항해시스템 개발 전문기업이다. 현대중공업의 미래 핵심 기술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이 사내 벤처 조직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항해 솔루션과 항해 보조시스템을 주력으로 개발한다. 이름은 바이킹의 어원인 ‘AVVIKER'에서 따왔다.
아비커스는 지난 1년간 인공지능(AI)으로 선박 상태와 항로 주변을 분석해 항해자에게 증강현실(AR)로 전달하는 ’하이나스‘와 선박이 항구에 접안·이안할 때 지원하는 ’하이바스‘ 서비스 등을 구현하면서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포항 운하에서 12인승 크루즈 선박을 자율운항 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선박 자율항해의 단계별 수준은 국제해사기구(IMO)가 분류한 4단계 구분법을 사용한다. 구체적으로 △1단계 선원 의사결정 지원 △2단계 선원승선, 원격제어 가능 △3단계 최소인원 승선, 원격제어, 장애 예측과 진단 등 기관 자동화 △4단계 완전 무인 자율운항 등이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1단계 자율항해 기술을 상용화했고 올해 CES에서 2단계 자율항해 솔루션을 선보이며 진화하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신임 사장도 CES 2022 현장에서 그룹 미래 비전인 ‘퓨처빌더(Future Builder·미래 개척자)’를 소개하면서 그룹 자율항해 계열사 아비커스의 자율운항기술을 △해상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해양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핵심기술로 강조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의 명명식을 갖고 자율항해 시험선 개발에 나섰다. 단비는 ‘DSME Autonomous Navigation-Vessel(대우조선해양 자율 운항 선박)’의 약자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회사에 단비 역할을 기대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대우조선해양은 단비를 통해 자율항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성능을 입증해 미래 자율운항 선박 시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단비는 지난해 경기 시화호와 영종도 서해상에서 실증 작업에 들어갔다. 시흥 R&D 캠퍼스 내 스마트십 육상 관제센터와 연동해 AR, VR, 원격조종 등 자율운항 및 안전운항 관련 기술개발에 쓰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서울대와 함께 자율운항선박의 안전운항 주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자율항해 상용화에 속도내는 韓조선산업…정부 대규모 투자도 눈길
삼성중공업은 올해 독자 개발한 자율항해 시스템 SAS(Samsung Autonomous Ship)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세계 최초로 바다에서 운항 중인 두 자율운항 선박 간 충돌 회피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자율항해 선박 충돌 회피 실험은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역에서 실시됐다. 목포해양대의 9200t급 대형 실습선과 자체 보유한 300t급 예인선이 투입돼 각기 다른 목적지로 자율운항 중이던 이 두 선박이 서로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안전거리인 1해리(1.852㎞) 밖에서 상대를 회피할 수 있는지 여부를 테스트한 것이다. 당시 서로 교차 운항 중이던 두 선반은 변속 및 방향 전환 등 안정적인 자율운항 성능을 보여주며 테스트를 무사히 마쳤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부터 SAS시스템 연구개발을 진행해 오면서 2019년 길이 3.3m의 원격 자율운항 무인선 ‘이지고’ 개발에 성공한 뒤 2020년 10월에 조선업계 최초로 300t급 예인선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지난해 2월부턴 목포해양대와 함께 1000TEU(컨테이너 1000개 선적 가능)급 컨테이너 선박을 활용한 자율항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SAS 자율항해 시스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조선업계가 자율항해와 안전운항을 위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매기면서도 아직 실선 탑재와 테스트 실적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업 주도권을 가지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 일본 등의 기술력이 만만치 않다고도 강조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개발한 자율항해 선박 기술 수준은 국제해사기구 기준 1단계와 2단계 사이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선박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완전 자율항해 단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K조선 재도약 전략’을 발표하고 자율항해 선박 기술에 1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2025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세계 자율항해 선박 시장의 50%를 점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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