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처벌은 ‘방구석 여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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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대북 선제타격과 포용론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3-02 00:02:40

‘방구석 여포’라는 말이 있다. 집 밖에서는 매우 저자세이지만 집안에서는 여포 못지않은 위풍을 자랑하는 인물을 비꼬는 용어다. 이탈리아 속담인 ‘어떤 개도 자기 집에서는 사자다’에서도 알 수 있듯 방구석 여포를 경멸하는 세태는 만국공통이다.

후한(後漢) 말 군벌 중 한 명이었던 여포는 흉노와 국경을 맞댄 변방 중의 변방인 병주 오원군 구원현 출신이다. 비슷한 케이스인 서량의 마초가 한인(漢人)‧강족 혼혈로 기록된 것과 달리 여포는 한인 출신인지 이민족 출신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전투민족이었던 흉노와 어려서부터 섞여 살면서 그들의 무예를 익혔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포의 무용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는 ‘인중여포 마중적토(人中呂布馬中赤兎‧사람 중에선 여포가 가장 뛰어나고 말 중에선 적토마가 으뜸)’라는 수식어에서 가늠할 수 있다. 정사(正史) 삼국지나 조만전(曹瞞傳) 등에 의하면 그는 창술‧검술‧궁술‧격술‧기마술 등 모든 무예에 정통했으며 완력 또한 남달랐다.

여포는 병주자사 정원 휘하에서 복무하며 무리를 이끌고 싸움에서 이기는 법, 즉 용병술을 터득하는 등 군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갔다. 이후에는 비록 정원‧동탁‧왕윤 등 수차례 주군을 갈아치워 ‘배신의 아이콘’으로 꼽히지만 한 번 따른 주인이 명령하면 창을 움켜쥔 채 지체 없이 적진으로 돌격했다. 그가 백전불패의 명장이었던 건 아니지만 용맹함은 천하에 따를 이가 없었다.

대표적 사례가 동탁의 잔당 이각‧곽사에게 패한 뒤 벌인 흑산적 토벌이다. 사도 왕윤이 피살되고 졸지에 역적으로 몰려 천하를 유랑하던 여포는 북방의 원소에게 객장으로 의탁했다. 원소는 기주 상산국 등지에서 약탈을 벌이던 흑산적 섬멸을 위해 여포를 투입했으며 여포는 무서운 기세로 도적들의 예봉을 꺾어 천하를 진동시켰다.

기록에는 여포가 성렴‧위월 등 소수의 수하 기병대를 이끌고 하루에도 수차례 호왈 10만 대군이라 일컫던 흑산적 진영에 돌격했다가 빠져나오기를 반복했다고 나온다. 이렇듯 사나운 파상공세가 거듭되자 머릿수만 믿고 기고만장하던 흑산적 무리는 마침내 두려움에 빠져 패퇴했다고 한다.

물론 산전수전 다 겪은 정규군과 오합지졸 도적떼의 싸움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휘하 장병들이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목숨을 맡길 정도로 여포를 신뢰하며 그를 따라 자살특공대에 가까운 공세를 펼친 점, 선두에서 돌진했던 여포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실제로 승리를 쟁취했다는 점은 ‘인중여포’의 명성이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장비‧마초도 각각 만인적(萬人敵)‧금마초(錦馬超)라는 별칭이 따라붙을 정도로 여포 못지않은 용맹함을 자랑한 인물들이다. 장비는 홀로 1만명을 당해낸다는 별명대로 혼자 조조의 대군을 막아내 각지 군웅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마초는 조조와 전투에서 그를 황천길 문턱까지 보낸 유일한 인물이다.

정사 삼국지에 의하면 형주의 군벌 유표가 병사하고 조조가 남진하자 유비는 무리를 이끌고 강남으로 달아났다. 조조는 후환의 싹을 자르고자 정예기병인 호표기(虎豹騎)를 보내 맹렬히 추격토록 했다. 기‧보병의 기동력 차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유비는 장비로 하여금 20기만을 이끈 채 뒤를 끊도록 했다. 그러자 장비는 대담하게도 홀로 나서서 눈을 부릅뜨고 창을 비껴 잡으며 “내가 연인(燕人) 장익덕이다. 나와 생사를 겨루자”고 사자후를 토했다. 장비의 위세를 본 호표기 중 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는 소설 삼국지가 아닌 실제 정사에 기록된 내용이다.

마초는 기본팔기(旗本八旗)를 규합해 벌인 동관전투에서 조조를 사망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조조는 관서군 포위를 위해 극비리에 황하 도하작전을 펼쳤다. 관서 군벌들을 ‘무지한 오랑캐’ 쯤으로 치부하고 방심한 조조는 끝까지 후미에 남았지만 마초는 때를 놓치지 않고 사나운 기세로 엄습했다. 허저 등은 조조를 던져 넣다시피 배에 태웠으며 한 손으로 말안장을 들어 화살비를 막고 한 손으로 노를 젓는 등 필사적 몸부림 끝에 조조를 구했다. 훗날 자치통감에 주석을 단 호삼성은 “이 때 관서의 군대는 천하에서 가장 날카롭고 강했다”고 평가했다.

25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안방 장비’에 비유했다. 그는 “윤 후보가 자극적이어서 북한이 군사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런데 장비는 조조와의 타협 대신 과감한 자극을 통해 백성을 지킨 인물이다. 만약 그가 조조 앞에 엎드려 목숨을 구걸했더라면 유비의 세력은 호표기의 말발굽 아래 그대로 짓밟혔을 것이다. 여포‧마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포가 흑산적을 피하고 마초가 기습하지 않았더라면 기주‧관서 백성들은 대학살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북한 정권은 굳이 누가 자극하지 않아도 이미 연평해전‧연평도포격 등 숱한 도발을 감행해 우리 국민을 학살했다. 극악무도한 폭력조직이 경찰 등을 두려워하는 건 사정당국의 엄벌이 있기 때문이다. 유사시 단호한 대북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후보가 ‘안방 장비’라면 이렇듯 실패한 대북 포용정책만을 고집하는 후보는 뭐라 불러야 할까.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