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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국제영화제의 도시 전주서 만난 색다른 맛

비빔밥·콩나물국밥에 가려진 미식 탐방

오래도록 기억되길 원하는 집 ‘오원집’

진한 쯔유 매력적 냉면 같은 ‘서울소바’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05 12:03:07

▲ 유성호 맛칼럼니스트
 지난해 11월 초에 이어 올해 4월 말에도 전북 전주를 다녀왔다. 이번 일정은 전주국제영화제와 관련된 행사 때문이었다. 또 한 번의 전주 미식과의 조우를 기대하면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스물세번째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달 28일 개막돼 오는 7일까지 10일간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특히 사회적거리두기 완화 시기와 때가 맞아 오프라인 행사가 정상화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해 준비단계에서는 코로나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았고 올해도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정상적 개막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정부의 방역 지침이 점차 풀리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희소식이 들렸다. 영화제 준비위원회는 고강도 방역 계획을 수립하고 오프라인 행사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영화를 이야기하자’는 영화제 본연의 가치를 찾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준비위원회는 일상 회복을 위한 준비로 전문 의료인과 방역 행정 전문가로 구성된 자체 방역 자문단을 구성했고, 안전한 오프라인 영화제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팬데믹 이전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던 전주 돔과 부대 공간을 다시 조성해 개·폐막식 외 행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꾸몄다. 개막식에서는 전주 영화의 거리’ 전체를 활용한 레드카펫 진행을 통해 영화인과 관객에게 영화제의 현장감을 높여 제공했다.
 
오프라인 행사·게스트 초청 풍성
  
▲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달 28일 개막해 이달 7일까지 전주 돔을 중심으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사진=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
 
지난 2년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게스트 초청도 정상화됐다. 방역 당국이 최근 해외 입국자의 방역 수칙을 완화하면서 해외 게스트 초청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마치 전주국제영화제를 위한 방역 완화인 것처럼 시점이 잘 맞아떨어졌다.
 
한국 영화 특별전과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에 포함된 대중성 있는 작품들로 인해 인지도 높은 국내 배우들의 참석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최근 온라인 위주로 진행해 온 프로그램 이벤트도 게스트들의 대거 등장으로 오프라인 현장에서 관객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김승수 조직위원장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마지막으로 조직위원장을 그만둔다. 전주는 용기 있는 도시다. 다른 도시에서 망설였던 영화들을 전주는 망설이지 않고 용기 있게 준비했다. 앞으로 초심을 지켜가는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기간 내 노력하겠다”고 지난 3월 말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는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 팬데믹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열린 국제영화제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갔다. 이번 국제영화제는 회복하는 단계로,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한 영화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말이 옳았다. 전주의 용기가 아름다운 영화제로 부활했으며 대미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대외협력 강화…내년 VR 영화제 예정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영상자료원, 서울독립영화제와의 프로그램 협력이 이루어졌다. 전주정보산업진흥원과 함께 전주컨퍼런스 및 마스터클래스를 준비했고 특히 한국콘텐츠진흥원과는 VR 영화를 협력 발굴, 제작 지원하는 방향에 대해 합의해 내년 영화제에서 선보일 전망이다.
 
오프라인 행사 분위기를 기간 내 지속하기 위해 영화제 후반부 부대행사로 음악 페스티벌 ‘Have A Nice Day’를 민트페이퍼와 함께 준비 중이다. 코로나19가 만든 영화제와 음악 페스티벌의 특별한 컬래버레이션은 단순한 공연 유치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처음 지역 공동체 상영 단체와의 협업으로 진행한 골목 상영은 조금 더 확장됐다. 영화제 기간 중에 100주년을 맞이한 어린이날에는 국제 아동 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다른 기관, 단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과 행사가 늘어났다. 위기 속에서 뜻을 모아 공생의 방향을 찾으려는 의지가 과정에 포함됐고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모여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나래코리아 음악회 영화제 전야 달궈
 
▲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하는 나래코리아 콘서트’에서 소프라노 김민지와 샹송 가수 무슈고가 듀엣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필자제공]
  
그중 돋보이는 행사가 영화제 개막 전날 열린 음악제다.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하는 나래코리아 콘서트’로 이름 붙여진 이번 음악회는 2011년부터 열린 전야제 축하 무대다. 나래코리아 김생기 대표, 전북벤처기업협회 이인호 회장, 전주시 중소기업인연합회 임동욱 회장,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송양호 교수, 온누리안과병원 정영택 대표원장, 콘텐츠네트워크 하진석 대표 등이 후원하고 역량 있는 뮤지션들이 대거 출연해 영화제 전야를 수놓았다.
 
영화제 개막 전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7시부터 2시간에 걸려 펼쳐진 무대에는 소프라노 김민지, 테너 류정필, 샹송 무슈고, 대중가수 김범룡, 피아니스트 신정혜와 왕주철이 지휘하는 서울유니스챔버 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했다.
 
김생기 대표는 “나래코리아 음악회를 12년 넘게 고향 전주에서 하고 있다”며 “볼라레(날자) 깐따래(노래하자)”로 인사를 대신했다.
 
전주서 접한 새로운 맛에 대한 기억
  
▲ 오래도록 기억되길 원하는 집 ‘오원집’과 쯔유 향이 매력적인 ‘서울소바’의 외관. [사진=필자제공]
 
공연이 끝나고 음악회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전주의 뒤풀이 대명사 막걸리 집으로 몰려갔다. 이미 전주 막걸리 맛을 본지라 필자는 일행 몇과 함께 ‘오원집’을 찾았다. ‘오원집’은 야식집을 표방하는 실내 포차쯤 되는 곳이다. 전주 중앙시장에 본점이 있다. 오후 4시부터 새벽 3시까지 문을 연다. 방역 지침이 풀리자 새벽까지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오원집’의 상호는 ‘오래도록 기억되길 원하는 집’에서 따왔다. 원래 뜻과는 달리 어감이 가성비 좋은 포차를 연상시킨다. 돼지 다리 살로 만든 연탄 돼지구이와 김밥을 상추에 싸 먹는 것이 시그니처 메뉴다. 닭도리탕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0~1만5000원짜리 메뉴로 여럿이 가서 다양한 메뉴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1955년 문을 연 노포 ‘서울소바’는 냉면 모양의 소바를 즐기는 곳이다. 냉면이라고 해도 될만한 비주얼인데 굳이 소바라고 하는 이유는 쯔유 때문이다. 은은한 멸치, 디포리, 가쓰오부시 향을 품은 쯔유 속에 굵은 면발의 메밀면이 담겨 나온다. 단일메뉴이기 때문에 사리 추가만 결정하면 된다.
 
김 가루와 대파 다진 것이 고명으로 나온다. 무즙은 준비돼 있지 않다. 김치와 단무지가 밑반찬으로 제공되는데, 아무래도 단무지와 합이 맞다. 가성비가 썩 좋다고 느껴지지 않지만 여름이 되면 가끔 생각날 만한 맛이다. 때론 해장에도 좋을 듯하다. 그동안 비빔밥과 콩나물해장국에 가려져 있던 전주의 새로운 맛의 발견, 과히 나쁘지 않았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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