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비상등’이 커졌다. 지난해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총 58곳으로 등급이 오른 기업(41곳)보다 17곳이나 더 많았다. 2019년 이후 3년 연속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신용등급 변동 성향도 지난해 -1.4%를 기록하면서 2019년(-1.6%)과 2020년(-2.8%)에 이어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갔다. 등급별로 AA등급은 대체로 등급을 유지했고 나머지는 떨어졌다.
향후 1~2년간의 등급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신용평가사가 등급전망을 부여한 업체 153곳 가운데 긍정적 전망은 65곳(42.5%), 부정적 전망은 88곳(57.5%)으로 각각 집계됐다.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는 건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등급이 낮을수록 금리를 높여 기관의 수요예측 참여를 유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던 작년에 이정도였는데 고금리시대를 본격으로 맞이한 올해는 더욱 암담할 것 같다. 회사채 발행 금리는 국고채 금리에 기업의 신용등급을 반영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인상한 뒤 국고채는 지속 상승했다. 4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178%로 올해 들어 1.3%p 올랐다. 이는 2012년 7월11일 연 3.19%를 기록한 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치솟는 금리에 채권 투자심리도 움츠러들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량기업(신용등급 AA-) 3년 만기 회사채의 평균 금리는 6일 연 3.873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넉 달 만에 1.458%p 뛰었다. 투자등급 중 가장 낮은 BBB-등급 금리(3년물)도 8.270%에서 9.719%로 1.449%p 올랐다. 채권금리가 올랐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발행 규모도 대폭 쪼그라들었다. 6일까지 집계한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34조8480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45조3141억원)보다 10조4661억원 감소한 규모다. 만기상환 금액을 뺀 순발행액도 18조9718억원에서 7조9732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경색 국면에서는 회사채 발행이 매각되지 않거나 저조한 수요예측에 발행을 미루는 기업도 수두룩했다.
문제는 한계기업이다. 우량기업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한계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회사채 만기 연장에 실패할 경우 빚을 갚지 못하면 그대로 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공모 무보증회사채에서 AA등급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9.7%에서 올해 1분기 74.1%까지 올라온 상태다. 잔액 기준으로도 AA등급 이상 회사채의 비중은 80.7%를 차지했지만 BBB등급 이하는 3%에 불과했다.
한계기업의 87%가 중소기업이고 국민 10명 중 8.5명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이를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올해 9월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 재무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정부가 이들의 회사채를 매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해법은 '체질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은 사업 전환이나 자동화 같은 구조 개선을 통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영업이익을 거둬들여 회사채 발행 등 외부차입 의존을 줄여야 한다. 10일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한계기업을 혁신기업으로 전환하는 등 회사채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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