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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5‧18처럼 천안함‧연평해전 추도식에도 관심 가져라

5·18 아직 의혹투성이… 尹정부 명확히 진실 밝혀야

이젠 편 가르기·진영논리 극복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21 13:07:19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주임교수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때를 알지 못하느니라.” <마태복음 25 : 13>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광주 시민입니다.” 18일 광주광역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 끝말이다. 
 
42년 전 광주시민을 자유인으로 규정한 뒤 지금 직면한 자유주의 위기 또한 그때 정신을 가지고 와서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심중의 말을 열여섯 글자로 함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검은 색 정장 차림의 윤 대통령이 민주묘지의 정문인 ‘민주의 문’을 통과했다. 이 문을 통과한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으론 그가 처음이었다. 이어 방명록엔 ‘5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단상에 오른 윤 대통령은 광주를 두고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을 썼다. 또 “5‧18항쟁은 42년 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피로써 지켜낸 항거”라고 했다. 지난 취임사 때 ‘자유’를 무려 35번 말했던 윤 대통령이 이날 기념사에서도 ‘자유’를 12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를 보면 5‧18 정신–자유민주주의 수호–대한민국 통합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생각된다.
 
이날 기념사를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난 윤 대통령은 5‧18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크게 흔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불렀다. 그래서일까, 동행한 장관들도, 여야 정치인들도 덩달아 손을 맞잡거나 오른손 주먹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합창을 했다. 
 
이런 광경을 본 민주당 출신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 대통령과 당정 인사가 광주에 총집결한 것에 대해 “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잘했다고 생각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을 통합하려는 자세”라고 높이 평가했다.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 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 이후 보수정권은 제창을 거부했다. 보훈처의 제창 거부에 유족이 반발하면서 기념식이 따로 열릴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윤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의힘 당정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갈등의 질곡이 다소나마 해소가 된 것 같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그것도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과 100여명의 당정 인사가 총출동한 건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광주지방보훈청에 따르면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포함해 1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민의힘 측이 이처럼 높은 참석률을 보인 것은 윤 대통령의 간곡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는 “부득이 불참할 경우 원내대표와 사전 협의해 달라”며 참석을 강하게 권고했다고 한다.
 
굳이 시비를 가리자는 건 아니지만 필자로서는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이 보기에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국민의힘의 경우, 국민의 여론을 의식, 강제로 동원된 것 같았고, 진정성이 없어보였을 뿐만 아니라 열차에서 가사를 나눠주며 외우게 했고, 또 야당 인사가 가사를 보고 불렀다고 지적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애국가를 부를 때도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가사 내용과는 상관없이 애국가 작곡자가 친일파라고 해서 애국가를 부르지 말라는 주장도 나온 적이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마찬가지다. 가사가 단조의 선율이 장엄하면서도 애달픈 서정을 띠고 있어 가슴을 아리게도 하지만 그 곡을 작곡한 사람이 이념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애국가보다 더 우리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노래는 아니지 않은가. 곡조나 가사를 모르면 악보를 보고 부를 수도 있고 가사를 모르거나 부르기 싫으면 부르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아닌가. 노래를 안 부른다고 5‧18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가 무슨 홍위병이나 운동권자도 아닌데, 무조건 따라 부를 것을 강요하는 건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집권당 정치인들이 대거 참가한 것과 관련 “42년 전 ‘신군부’를 대신해 신검부(新劍部)가 등장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가시돋힌 발언을 했다. 이어 “아직도 5‧18의 진실은 다 밝혀지지 않았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여 말했다. 
 
한술 더 떠 “5‧18 정신을 왜곡한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의 사퇴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더구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헌정특위(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설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박홍근 원내대표가 제안한 헌정특위 구성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에서 지적하듯 5‧18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의혹투성이다. 윤 정부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무기고 및 차량 탈취범들을 찾아야 하고 신원미상의 사상자의 신원도 밝혀야 한다. 또한 감춰진 유공자의 명단도 밝혀 부자격자들을 걸러내 보상금을 환수 조치해야 한다. 특히 광주시장이 선정하는 국가 유공자를 국가보훈처에 이관해야 한다. 
 
또한 김진태 후보는 유권자가 결정할 일이지 당에서 간섭할 일이 아니다. 5‧18에 대해 폄하했다고 출마를 못하게 하는 건 지나친 월권이며 오만의 극치다. 그런 사고를 갖고 있으니 유권자인 국민이 어떻게 보겠는가. 더구나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시기적으로 안 맞는다. 아울러 이 부분은 반드시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한마디 하자면 광주 5‧18묘지는 광주만의 것이 아니다. 아무라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마치 광주만의 것인 양 사유화하고 그로 인해 다른 진영에서는 그것을 아예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데, 보수성향의 인사들 방문을 거부해왔던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아무든 5‧18묘역을 방문하고자 하면 막지 말아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가 5‧18묘역을 방문하려다 몇몇 시민단체들의 항의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적이 있었다. 누가 그들에게 타인의 참배를 막을 권리를 주었단 말인가. 
 
더구나 가슴 아픈 것은 망월동 묘역 입구에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바닥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얼굴이 있는 기념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광주 학살 주범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라고 했지만 그런 감정적 대응으로 자칭 민주를 위해 산화하신 영령들의 정신을 기리는 격조 있는 방식인지 모르겠다. 
 
특히 묘소를 찾는 어린 학생들에게 무슨 교훈을 남겨줄 수 있겠는가. 사람은 밉더라도 그런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당시 대선 레이스 중에 이재명 후보가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는 그 비석을 밟고 지나가면서 “윤석열은 못 밟았겠지.” 그게 할 소리인가. 잘못 와전되어진 말로 생각하고 싶다. 지금 전 전 대통령은 묻힐 묘지가 없어 몇 달 동안 자택에 안치되어 있다. 이제라도 땅에 묻혀 있는 기념비를 다른 곳으로 옮겨 역사의 유물로 전시했으면 한다.
 
안타까운 것은 진보‧좌파들은 김대중 정신, 노무현 정신, 오월 정신, 게다가 4.3 정신, 여순 정신, 무슨 무슨 열사‧의인으로 상징화‧이념화해서 추종세력을 확보하는 등 선동을 하는 능력이 출중한데 반해 보수를 자처하는 단체들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뭉치지도 못한다. 
 
이번 기념식 방문을 계기로 5‧18이 우리 모두의 아픔의 기억으로 잡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5‧18은 폄훼되어서도, 모욕당해서도 안 되지만, 진실 또한 밝혀져야 한다.
 
이제는 편 가르기와 진영논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지역 구도를 허물기위한 과감한 도전 역시 여권만의 과제가 아니다. 호남 지역의 의석이 민주당 1당으로만 있어서는 민주적인 정치가 될 수 없다. 과반이 넘는 제1야당은 정당한 견제와 함께 입법을 통해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할 힘이 있다.
 
5‧18 이맘 때면 광주묘역 말고 또 다른 곳에서 추모식이 있다. 5‧18 진압 당시 시민군의 총에 맞아 희생된 27위의 군경 추모식이 애국투사들을 중심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다. 필자는 애국투사 반열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3년 째 5‧18일이 되면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잔을 올리며 명복을 비는 기도를 한다. 
 
어찌 보면 광주 시민군이나 군경 모두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들이다. 군경은 명령에 의해 진압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똑같은 정치적 희생자들인데 광주 묘역하고는 너무 대조적이다. 
 
9번째 열린 이번 추모식에 155일 단식으로 나라의 공산화에 저항했던 김성웅 목사가 참석, 구약성경의 “예후”가 바알 세력을 처단하기 위해 자기도 ‘바알’을 숭배하겠다고 속여 바알 숭배자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일망타진했던 사례를 전하며 윤 대통령이 ‘예후’가 돼서 주사파 공산당들을 청소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김 목사는 지금 윤 대통령이 5‧18 광주묘역에 가서 했던 액션들이 ‘예후’가 ‘바알’을 치기 위해 자기를 바알 숭배자로 위장했던 그런 액션이기를 바라는 듯 했다. 
 
이 나라는 5‧18 유공자만 존재하지 않는다. 6‧25전쟁, 월남파병, 천안함 피격,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호국영령들이 있어 이 나라가 지금 건재한 것이다. 이 영령들의 추도식에도 광주 5‧18 추도식처럼 정부와 정치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께서 너희 마음을 인도하여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인내에 들어가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데살로니가후서 3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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