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 3분기에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당 환율이 1300원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종가 1287.3원)보다 3.7원 오른 1291.0원에 출발했다. 이날 한때 1293.6원까지 치솟으며 이달 15일에 기록한 연고점(1293.2원)을 경신했다. 이는 2009년7월14일(1303.0원)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15일에는 종가 기준 1290.5원으로, 2009년7월14일(1293.0원) 이후 13년 만에 1290원대로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스위스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자이언트 스텝’을 가능성을 내비친 점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연준은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는 견고하며 물가를 잡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엔화의 약세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17일 대규모 금융 완화(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 직후 달러·엔 환율은 급등했다. 달러·엔 환율이 오르면 엔화의 가치가 하락한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도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오름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점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과 재무부가 물가 통제력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회복시킬 수 있을지를 변수로 꼽았다. 그는 “물가와 FOMC 회의 등 최근 외환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 이벤트가 마무리되면서 지표 영향보다는 분위기에 연동된 장세 흐름을 보이겠다”며 “21일 옐런 미 재무장관과 22~23일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이 예정된 만큼 이들의 발언 내용이 단기적으로 달러화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또 “국제유가와 중국 변수도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며 “다행이라면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고, 이런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의 심리적 지지대가 계속해서 돌파되고 있는 국면이지만, 여전히 달러화 강세 요인들이 남아있다”며 “대내외적 불안 요인들이 계속되고 있고 현 국면에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 초 상승 출발한 뒤 주말로 갈수록 상승폭 변동성이 점차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최근 파월 의장이 물가 안정 의지를 재차 드러낸 가운데, 7월에도 FOMC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긴축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국면에서 달러화 매도세가 강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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