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9년 ‘탈북 청년 강제 북송’ 사건의 실체 규명에 나서려 한다. ‘판문점 털썩’으로 유명한 이 사건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침해 측면에서 꾸준히 비판이 이어졌고 헌법 위반 논란도 불렀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군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를 놓고 정치적 논란과 함께 전·현 정권 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귀순 청년 2명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할 가능성을 비쳤다. 강제 북송 사건은 북한 청년 2명이 탈북 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문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 추방한 사건을 말한다. 문 정부는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으며 동료 16명을 살해한 혐의가 있다는 근거를 들어 귀순 5일 만인 11월7일 강제 북송했다. 이 사건은 정부가 북한 주민을 강제 북송한 첫 번째 사례다. 이에 항의해 탈북인들이 100일 이상 릴레이 단식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북송된 귀순자 신분에 논란이 있고 흉악범이란 지적도 있었지만 귀순한 북한 주민은 헌법상 엄연히 우리 국민이다. 따라서 조사와 처벌도 우리 정부가 해야 정상이지만 문 정부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추방했다.
타고 온 배에 남았을 범죄 흔적 조사도 하지 않았다. 또 문 정부는 강제 북송 근거로 살인 등 중죄를 저지른 탈북자는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들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탈북자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지 북송 근거는 아니다.
문 정부는 북한의 요청이 없던 상황에서 북한 청년 2명을 나포 이틀 만에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추방 의사를 타진했고, 북한은 이례적으로 다음날 즉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이들의 눈에 안대를 씌우고 포승에 묶은 채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비로소 안대가 풀려 북한행을 깨달은 탈북 청년들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의회의 ‘북한 문제 공동위원회’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앨턴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죽음이 도사리는 베를린장벽 너머로 돌려보내는 사실상의 사형 선고”라고 지적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같은 날 정부는 동해로 넘어온 탈북 청년 2명을 추방하겠다고 북에 서면으로 통보한다. ‘남북쇼’를 위해 서둘러 강제 북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논란의 핵심은 ‘탈북인은 국민이 아니냐’는 것이다. 강제 북송을 주도한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에서 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당연히 북한 주민도 국민이고 대법원 판례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법조문 어디에도 범죄를 저지른 탈북인은 예외로 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정부가 헌법을 무시한 채 국민 자격을 박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북송되면 가혹한 처우가 빤한데도 돌려보낸다는 것은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란 비판도 나온다. 한국도 가입한 고문방지협약의 3조는 “고문 받을 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는 중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추방·송환·인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조사했을 때의 상황과, 귀순 청년 북송 사건 사이에 상당히 유사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두 사건 모두 북한 눈치를 봤고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귀순자의 신분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모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사와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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