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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문학예술산책
유쾌한 소설 속 우주탐험의 대가 쥘 베른
작가의 상상력 거점 프랑스 북부 아미엥
역사와 물의 정원 어우러진 작은 베니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27 09:35:20
 
▲ 최인숙 문화칼럼니스트·정치학박사
1969년 인류는 최초로 달을 밟았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커다란 도약이다.”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감격의 순간은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다. 선조들의 끝없는 도전과 응전의 결과였다. 프랑스 작가 쥘 베른도 그중 하나다. 베른은 암스트롱의 달 착륙을 일치감치 예견했다. 1872년 그는 저서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한 세기 후 인간이 우주비행을 해 달에 착륙할 거라 말했다.
 
베른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미리 점친 셈이다. 과학의 혁명을 선도한 베른은 1828년 프랑스 낭트에서 태어났다. 법률가인 아버지는 아들이 그의 뒤를 이어받길 원했다. 그래서였을까. 베른은 법과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대 졸업을 코앞에 두고 전공이 아닌 문헌을 모으고 분류하는데 몰두했다. 매일 국립도서관에 나가 탐험소설을 읽고 과학의 신기술에 관한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상상력을 동원해 탐험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결국 34살 때 기상천외한 공상과학 소설인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세상에 내놔 대중을 놀라게 했다. 베른은 하늘뿐 아니라 바닷속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15년간 요트를 타고 대서양과 지중해를 오가며 벌인 모험은 그 유명한 ‘해저 2만리’로 탄생됐다.
 
SF 소설의 시조이자 모험소설의 대가였던 베른은 4차 산업혁명의 골격을 만든 선구자였다. 그의 기발한 상상력은 끝없는 여행과 탐구에서 나왔다. 하지만 인생 후반에는 아내의 고향인 아미엥에 정착해 죽을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아미엥에 남은 베른의 과학적 파편들
 
▲ 쥘 베른의 집. [사진=피카르디 꾸리에(Courrier picard)]
 
아미엥에는 베른의 기발한 족적이 군데군데 있다. 먼저 ‘쥘 베른의 집’이다. 앙리빌 지구 샤를르 뒤브아 2번지에 자리한 이 붉은 벽돌집은 베른이 최정상에 올랐을 때 구입했다. 베른은 이 집을 ‘일주(一周)의 집’이라 명명하고 여기서 일흔두 살까지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의 사후 출판된 ‘빌헬름 스토리츠의 비밀’과 ‘별똥별 사냥’은 이곳이 무대다. 이 집은 2005년 박물관으로 개조돼 베른의 작품과 우주에 대한 수많은 호기심 파편들을 전시하고 있다. 아미엥을 여행한다면 이곳은 꼭 한 번 들러 봐야 한다.
 
또 다른 족적은 아미엥의 서커스장이다. 베른이 이곳에 도착할 무렵 철도가 건설됐다. 이를 보고 베른은 자기 집 바로 옆에 서커스장을 만들어 현대적으로 발전시켰다. 그의 작품 ‘마티아스 상도르’와 ‘세자르 카스카벨’를 보면 그가 얼마나 서커스 예술에 열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선구자는 항상 외로운 법. 베른이 서커스장을 건설할 때 세간의 비난이 빗발쳤다. 그럼에도 베른은 건축가 에밀 리키에를 신뢰하면서 끝까지 밀고 나갔다. 
 
그 결과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인 1889년 개장됐고 박수가 빗발쳤다. 2002년 이 건물에 쥘 베른의 이름이 붙여졌고 프랑스의 희귀한 보배로 자리 잡았다. 고전미와 현대미가 잘 어우러진 이 서커스장에서 아미엥 서커스단은 오늘도 곡예를 펼친다. 이탈리아의 명감독 페데리코 펠리니는 여기서 영화 ‘광대들’을 찍었다.
  
역사 건축물로 둘러싸인 물의 도시 아미엥
  
▲ 아미엥의 수상 정원 [사진=아미엥 관광청]
  
베른이 36년간 살다 간 아미엥은 어떤 곳일까. 역사의 도시, 유적의 도시다. 아미엥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프랑스 최초의 건물이다. 이 성당은 고딕양식의 보물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다. 아미엥은 물의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수상 정원은 아미엥뿐 아니라 프랑스 제일의 자랑거리다. 중세시대 만들어진 이 정원은 300ha가 넘어 보트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수많은 운하로 둘러싸여 북부의 작은 베니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미엥의 또 하나 진수는 생 뢰(Saint-Leu) 지구다. 중세에 만들어진 이곳은 라 솜 샛강의 물과 풍차를 이용해 길쌈, 염색·피혁공업, 제분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했다. 오늘날은 벽토·벽돌·나무로 된 알록달록한 집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골목을 누비며 산책하고 있으면 이국적 정취에 푹 빠져들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받아 아미엥의 60%가 불탔지만 이곳은 기적적으로 상처 하나 안 입었다.
 
 
생 뢰 지구의 이색적인 집들. [사진=아미엥 관광청]
 
아미엥의 한가운데 있는 장인들의 구역도 빼놓을 수 없다. 노점들·헌책방과 골동품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고풍스런 운치를 띤다. 피카르디 쥘 베른대학에서 엎어지면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이곳은 테라스에서 한 잔 마실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어둠이 찾아오면 극장에서 콘서트와 공연이 벌어지는데 이 분위기는 아미엥이 아니면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처럼 아미엥은 2000년의 역사를 증명하는 풍부한 문화재와 그림 같은 파노라마의 자연이 잘 어우러져 있다. 여기에 300ha가 넘는 물의 정원 쥘 베른의 전설과 역사가 더해져 프랑스 으뜸의 ‘예술과 역사의 도시’라는 라벨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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