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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스토리]-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 회장

“탄생‧소멸의 과정 거칠 뿐… 암호화폐 사라지지 않아”

핀테크·분산금융·암호화폐 연구하는 디지털자산 전문가

기사입력 2022-08-06 00:15:01

▲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 회장 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디지털자산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코인이 일상생활에서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디지털자산은 현실과 동떨어지기보다는 현실과 밀착된 산업으로 성장해야 돼요. ‘이게 정말 필요하네’라고 할 정도로 말이죠. 현재 사람들은 인터넷과 잠시라도 떨어져서 살 수 없잖아요. 이메일과 메시지를 보내거나 동영상을 시청하고 게임을 하려면 인터넷이 반드시 필요하죠. 반면 디지털자산은 우리 생활과 유리돼 있어요. 비트코인 시세에만 관심을 갖죠. 디지털자산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일상생활을 하면서 코인을 자주 쓸 수 있어야 해요.”
 
15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암호화폐(디지털자산)는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통화완화 정책을 실시했을 당시 금을 밀어내고 현금 대체 투자처로 부상했을 정도다. ‘디지털 금’이라는 칭호도 붙였다. 훈훈한 분위기는 올해 초부터 변했다. 주요국의 긴축 기조로 가상자산 시세는 꺾였고 ‘루나 사태’로 신뢰성마저 흔들리자 코인시장을 떠나는 이들도 늘었다. 이대로 암호화폐 시장은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디지털자산 전문가인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 회장 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67)의 생각은 다르다. 다양한 종류의 암호화폐가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반복하겠지만 암호화폐 그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핀테크학회 사무실을 찾아 김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4년 암호화폐 접한 뒤 본격 연구 시작
 
김 회장은 한국핀테크학회와 한국메타버스미디어협회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정년퇴임 후에는 동대학원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2018년에 고려대 암호화폐 연구센터를 개설해 센터장으로서 단체를 이끄는 중이다. 암호화폐 관련 포럼,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8년 전인 2014년 암호화폐를 처음 접했어요. 당시 비트코인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죠. 그때 ‘마스터링 비트코인(Mastering Bitcoin)’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암호화폐를 공부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됐던 책이었어요. 책에 나온 대로 따라 하면 암호화폐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2015년 2월 비트코인 관련 보고서를 내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연구를 본격 시작했어요.
 
“그때쯤 핀테크(FinTech)라는 단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됐어요. 8퍼센트, 토스 등이 막 시작할 때였죠. 암호화폐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더라고요. ‘어렵다’, ‘그게 무슨 돈이냐’라는 거부 반응이었죠. 특히 경제학 쪽에서 심했어요. 암호화폐와 거리를 둘 정도죠. 이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안 한다면 저라도 해야 되겠다 싶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김 회장은 2015년 한국핀테크학회를 설립해 8년째 단체를 이끌고 있다. 학회는 핀테크와 전통금융, 분산금융 등의 법과 규제, 보안기술을 다룬다. 특히 핀테크 분야를 키우는 데 주목한다. ‘미래 먹거리’임에도 대학에서 핀테크 관련 연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김 회장은 지적했다.
 
“금융공학은 많이 발전했는데 상대적으로 핀테크와 분산금융은 발전하지 못했어요. 연구를 진행하려면 교수와 대학원생이 있어야 하잖아요. 국내 대학에 핀테크학과나 분산금융학과가 없다 보니 학회 회원을 모집하려고 해도 기존 전공에서 이쪽으로 이제야 관심을 갖는 사람들뿐이죠. 한국핀테크학회가 앞장서서 핀테크 분야를 키워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 김 회장은 2015년 한국핀테크학회를 설립해 핀테크와 전통금융, 분산금융 등의 법과 규제, 보안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핀테크 분야는 세계에서 유망한 산업 분야로 꼽힌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수는 1100여개인데 이 중 핀테크 분야의 비중은 약 20%에 달했다. 5개사 중 1개사인 셈이다. 우리나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내 유니콘 기업(15개사) 가운데 핀테크 분야는 2개사(비바리퍼블리카, 두나무)에 불과했다.
 
“정부는 그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분야에 예산을 엄청나게 지원했지만 해당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반면 핀테크는 정부에서 규제를 걸었음에도 두 곳이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죠. 그만큼 유망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한국이 앞으로 살 수 있는 길은 핀테크라고 생각해요. 제조업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분야를 키워야 하죠. 정부는 반도체 인력뿐만 아니라 핀테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해요.”
 
생활 속에서 코인 쓸 수 있으면 부정적 시선 희석될 것
 
연초부터 부진을 겪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의 매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물었다. 김 회장은 현실과 동떨어지기보다는 밀착된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인들이 인터넷과 잠시라도 떨어져서 살 수 없는 것처럼 암호화폐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실현할 만한 암호화폐로 페이코인(PCI)을 제시했다.
 
“생활과 가장 밀착된 암호화폐는 페이코인(PCI)인 것 같아요. 페이코인 발행사 페이프로토콜은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에서 거래업자로 확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죠.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나면 소비자, 가맹점 등이 안심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 같아요. 혼자서 했다면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요. 정부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통해 개입하면서 코인 체계가 훨씬 안정적으로 정착했죠. 정부의 개입이 늘 나쁜 건 아니에요.”
 
“NFT(대체불가능토큰)에서도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를 쓰면서 사람들이 찍어낸 코인을 이용할 가능성도 커요. 현재 쇼핑몰은 전통시장에서 온라인쇼핑몰로 갔다가 메타버스로 넘어가는 과정 중이에요. 변동성이 큰 코인보다는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가 고정된 코인)이 안착될 것 같아요. 다오(DAO·탈중앙화자율조직)를 활용하면 디지털자산 산업은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죠.”
 
김 회장은 가상자산 규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우선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이 규제 중 제일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코인마켓거래소가 원화마켓거래소로 진입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트래블 룰(Travel Rule·자동이동규칙)을 연계했을 때 국내 거래소들이 국제적인 거래에 있어서 제약을 많이 받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법인들이 거래소에서 코인 거래를 할 수 없는 점도 불합리한 규제에요. 올 6월 신세계백화점은 자체 캐릭터인 푸빌라를 이용해 만든 NFT 1만개를 발행해 완판을 했어요. NFT 대가로 코인을 받았지만 이를 현금화하지 못했죠.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가서 거래하면 되지만 나중에 외환관리법 등에 얽힐 수 있죠. 대기업이니까 10억원 없는 셈 치고 그냥 넘어갔지만 법인이 실명확인 계좌를 못 받는 건 국제규범에서 볼 때 지나친 규제죠.”
 
거래소 공동 가이드라인에 대해선 세세하게 정하기보단 최소한의 것만 지키는 방식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인마켓거래소로 구성된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지난달 14일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식 발표했다. 초안은 코인 상장을 신청할 주체를 재단이 아닌 법인으로 규정하고 공시에 대해선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및 벌점 부과제 등을 담았다.
 
“코인을 공동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이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장 여부는 거래소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이드라인은 미니멈(최소·최저치)을 기준으로 지킬 것만 집어넣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둬야 되거든요. 그래야 거래소별로 차별성을 갖출 수 있죠. 똑같이 운영하면 누가 소규모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겠어요. KDA가 마련한 기준은 너무 자세한 것 같아요. 아직 초안이잖아요. 넣을 건 넣고 뺄 건 빼야할 것 같아요.”
 
▲ 김형중 회장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포럼, 세미나 등 행사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4월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차기정부 디지털 자산 정책 우선순위 어떻게’ 정책포럼에서 김 회장이 주제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KDA 제공]
 
디지털자산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쪼그라들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냥 갈 길이라고 전망했다. 90년대 초반 인터넷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신뢰성 여부에 달렸다. ‘루나 사태’로 인해 다단계라는 오명을 쓰며 신뢰를 조금 잃었지만 코인을 일상생활 속에서 쓸 수 있다면 이같은 부정적인 시선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봤다.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요. 요새 구상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는 교회에서 헌금을 내자는 것이에요. 일반 코인은 이를 구현하기 어렵죠. 코인 4000만원어치를 헌금으로 냈는데 얼마 안 있어 2000만원으로 떨어질 수 있잖아요. 법정통화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 이유죠. 달러에 패킹된 테더(Tether), USDC 등 스테이블코인이 있듯이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도 있어야죠. 이를 활용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에요.”
 
“법정화폐처럼 물건을 구매할 때 스테이블코인을 쓸 수 있어요. 현금과 다르게 스테이블코인은 추적할 수 있죠. 스스로 한 달간 코인을 얼마나 썼는지 궁금하면 이더스캔(Etherscan)에 들어가서 확인할 수도 있어요. 지갑주소만 입력하면 다 나오죠. 가계부를 작성할 필요도 없어요. 코인마켓거래소들이 코인을 교환할 때 도움을 주죠.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맞서지도 않아요. CBDC가 미처 채우지 못한 천수답 같은 데서 효용을 발휘할 수 있죠.”
 
금융당국에 바라는 점에 대해선 산업진흥과 규제 간 균형을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규제 중 하나인 투자자보호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코인을 만드는 데 돈을 대는 소수의 투자자보다 코인을 사는 다수의 투자자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 보호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두 종류의 투자자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 투자자를 보호하면 산업진흥을 이룰 수 있고요. 산업이 진흥되면 두 번째 투자자는 덤으로 이익을 버는 것이에요. 그런데도 정부는 ‘먹튀’를 당한 다수의 투자자만 바라보죠. 궁극적인 투자자 보험은 산업 진흥이에요. 초기 투자자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올바른 규제를 세워야 하죠. 산업이 발전하면 그 효과는 소액 투자자에게로 돌아가요.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진흥과 규제, 투자자들 간 균형을 맞춰야 하죠.”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김 회장은 우선 국내 금융기술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학술지를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학술지 이름은 ‘더 저널 오브 디지털 에셋(The Journal of Digital asset)’이다. 9월을 창간호로 해서 매월 학술지를 발행할 예정이다. 또한 코빗이 만들어진 2013년 이후 10년간 국내 암호화폐의 역사를 책으로 기록할 생각이다.
 
“국내 암호화폐 역사에서 정말 의미 있는 순간은 2013년 코빗이 만들어졌을 때에요. 10년간 국내에서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코인 사업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거나 투자 실패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 사이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세 번째로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여한 사람들도 많죠. 이들이 무엇을 잘하고 못했는지 역사로 기록하고자 ‘한국 디지털자산 산업 10년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코인과 핀테크가 너무 어렵다, 믿을만한 정보가 부족하다, 등의 지적이 있어서 ‘핀테크 브리프’도 계획하고 있어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BBR(Blockchain Business Review’ 등 민간기업에서 발간하는 매거진을 본뜰 생각이죠. 핀테크학회 관점에서 그 브리프를 발간하려고 하고 있어요. 앞서 설명한 것을 포함해 총 세 가지를 역점사업으로 수행하면서 국내 핀테크 분야에 기여할 의미있는 일을 하려해요.”
 

 [윤승준 기자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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