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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의전 실종
‘우왕좌왕’ 대한민국 외교의 현주소
박선옥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0 00:02:40
 
▲ 박선옥 국제문화부장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미 하원 대표단이 지난 3일 한국을 방문했다. 펠로시 의장 일행은 그날 밤 늦게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들을 영접한 쪽은 주한미국대사관이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와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이 마중을 나갔다.
 
손님이 방문하면 주인이 현관으로 나가 맞이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상식이다. 하물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국가 간 외교에서 이처럼 비상식적인 사태가 발생했다는 건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펠로시가 미국 권력서열 3위여서가 아니다. 누가 왔든 그에 걸맞은 의전 파트너가 나가서 맞이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상식일 터이다. 상대가 미국의 하원의장이니 대한민국에서는 국회의장이 격이 맞다. 하지만 국회의장 이전에 정부 관계 부처가 의전을 지휘·관리했어야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두고 ‘의전 참사’라면서 세계적인 망신을 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외교에서 의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아마추어 외교가 빚은 부끄러운 참사”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은 “미 하원의장 영접은 국회가 하는 것이 의전상 관례”라고 했다가 “펠로시 의장 측이 늦은 시간이라 영접을 사양했다”면서 “양국이 조율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앞뒤 안 맞는 이 말들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둘러댄 변명처럼 들리지 않는가.
 
변명처럼 들리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은 “펠로시 의장의 파트너는 국회의장”이라면서 대통령이 만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YTN라디오에서 “대통령이 휴가 중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파트너인데 (윤 대통령이) 만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이날 연극을 관람하고 뒤풀이까지 가졌다.
 
대통령실에서 주장한대로 의전 파트너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4일 국회를 방문한 펠로시 의장과 양자회담을 했다. 하지만 이어 방문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한국 측 인사는 동행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이 다음 날 새벽 트위터에 올린 JSA 방문 사진에는 미국 인사들의 모습만 보인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지적했다시피 펠로시 의장이 미국의 권력서열 3위이기는 해도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각 국가의 정상들과 만났다. 이는 펠로시 의장에 대한 예우일 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를 보여 주는 외교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를 몰랐다면 아마추어 정부라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고 알고도 모른 체했다면 우리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세계와 대한민국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우리 국익을 위한 총체적인 결정”이라면서 “한·미동맹 관계를 최우선에 둔다는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역시 앞뒤 맞지 않는 면피용 해명이라는 걸 최소한 국민은 알고 있다.
 
이번 외교 참사 사태에 박수를 보내는 편이 없는 건 아니다. 중국은 한국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예의바른 결정”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아니라 김진표 국회의장이 펠로시를 만난 것은 “예의바르게 보인다”면서 “국익을 보존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를 만나지 않은 것이 중국의 비위를 건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석한 것이 분명하다. 또 이것이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국익을 해쳤을 것이라는 은근한 위협까지 곁들였다.
 
중국이 매사를 자국 중심으로 해석하는 버릇이 있으니 그렇다 치자. 재미있는 건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반응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어서 (펠로시 의장을) 안 만난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인 것 같고, 가능하면 만나는 게 좋겠지만 중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고 한국을 방문하는 거라서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꼭 만나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표현이 왔다갔다 하지만 중국 눈치 보려면 안 만나는 게 좋았다는 칭찬으로 들린다.
 
앞으로 대통령과 정부는 진정 국익을 위한다면 미국 전직 국무부 관료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7일 VOA에 출연한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이) 중국을 달래려는 계획이었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 “미국을 모욕한 것” “한국이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세계에 보낸 것”이라고 매섭게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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