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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첨단도시 서울 물난리와 하수도공학과
독일은 대학에 ‘하수도공학과’ 설치… 도시 하부구조 연구
박원순 前시장 포퓰리즘 때문 ‘대도심 터널’ 포기해 ‘물난리’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6 09:46:14
 
▲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8일부터 수도권 등 중부 지역에 쏟아진 폭우(暴雨)9일 오후 7시 기준으로 사망 9, 실종 6, 부상 9명의 피해를 냈다. 특히 8일 밤부터 이틀간 서울을 강타한 폭우는 기상청 관측 사상 최고 수준으로 100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한다. 한 달 내릴 비(강수량 300)가 하루 만에 쏟아진 서울 강남구(326.5)와 서초구(354.5)는 물바다가 됐다. 퇴근길 시민들이 시동이 꺼져 버린 자동차를 길에 버리고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길을 헤치며 간신히 걸어서 귀가하는 모습들이 외신에서도 보도됐다.
 
강남구·서초구 등 서울이 어떤 지역인가. 5G 초고속 이동통신이 끊김 없이 뚫리고 최신 빌딩이 즐비한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21세기 첨단 도시다. 주요 7(G7)을 내다보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 최첨단 도시가 단 몇 시간 만에 후진국에서나 있음직한 세계의 웃음거리로 외신에 타전된 것이다. 다행히 양천구는 같은 시간에 200가까이 비가 내렸지만 피해는 강남·서초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21세기 첨단 서울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의 중요한 하부구조보다 눈에 보이는 표피적인 데만 예산을 낭비해온 포퓰리즘 때문이다. 11년 전인 20117월 이틀 동안 400의 폭우가 쏟아졌을 때 우면산 산사태 등 강남·서초구에선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양천구에서도 신월동을 중심으로 주택 1182가구가 침수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그때와 비슷한 폭우가 내린 지금 양천구와 강남·서초구의 피해 규모를 가른 것은 빗물 터널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11년 폭우 피해 이후 서울시는 양천구와 강남역 등 7곳의 지하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만들기로 했지만 나중에 양천구만 추진하는 걸로 결론 났다그것이 두 곳의 운명을 갈랐다고 평가했다.
 
20117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광화문과 양천구 신월동·강남역 등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17조원을 들여 지하 40~50m 깊이에 지름 10m 정도의 대형 배수관을 만드는 대심도 빗물 터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형 배수관은 빗물을 저장했다 내보낼 수 있는 저류 기능도 겸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오 시장이 임기 중도에 사퇴하고 201110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며 대폭 수정되어 7곳 상습 침수 지역 가운데 양천구 신월동에만 대심도 터널을 만들었다.
 
대신 박 시장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낙후된 도시의 전면적인 재개발 방식이 아니라 간판을 바꿔주고, 보도블럭을 새로 깔고, 벽화 그려주고, 담장 수리하고, 계단 만드는 등 보존을 위주로 환경미화를 해주는 사업이다. 이러다 보니 이 사업에 참여한 특정 시민단체들 지원정책이라는 비난도 등장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 신규 공급을 크게 옥죄면서 지난 수년간 집값 폭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낡은 동네를 겉으로만 치장한다고 해서 주민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없었다. 옆 동네는 재개발해서 아파트가 되고 자산가치가 크게 뛰고 삶의 질도 높아졌는데 도시재생사업지로 선정된 곳은 재개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의 철회 요구가 이어지면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작년 말부터 재생사업 철회지역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오 시장이 신속통합기획을 시행하면서 재개발을 요구하는 주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 시장 취임 후 재생사업 주관부서인 도시재생실도 6년 만에 폐지됐다. 서울시는 이미 작년 6월 골목길 재생사업 철회 요건을 완화했다. 소유주 50% 이상, 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 동의 등을 받도록 했지만 202111월부터 주민동의 요건을 아예 없앴다.
 
도시재생사업 뿐만이 아니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시절 10년 동안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지원한 보조금과 민간위탁금 등이 1조원에 달한다며 잘못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위탁업체 선정에서부터 지도·감독까지 관련 사업 전반을 관장하고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지원을 하는 그들만의 마을,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의 곳간은 결국 시민단체 전용 현금자동인출기(ATM)로 전락해갔다고 비판하며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빗물터널용 예산은 대폭 축소되고 도시재생사업 시민단체지원 등 포퓰리즘적인 예산운용은 시민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필자는 영국 유학 후 독일 경제연구소에 잠시 근무한 일이 있다. 그때 독일 대학에는 하수도공학과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도시의 중요한 하부구조인 하수도를 연구하는 하수도공학 연구 덕분에 오래전부터 독일에서는 대규모 빗물터널을 만들었고그 안에 통신케이블·배수관 등 여러 하부시설도 통과한다는 것이다. 통신케이블이나 배수관을 매설할 때마다 땅을 파헤치고 폭우만 오면 물바다가 되는 서울의 하부구조로는 세계의 웃음거리를 면할 수 없다. 드러나는 포퓰리즘보다 보이지 않은 하부구조를 더욱 튼튼히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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