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더불어 ‘패거리’ 돼 가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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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의원·당 대표직을 ‘개인 범죄’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소인배
화친·실력·명분·기준·소신 갖춘 군자의 길 가야 하늘이 동행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7 10:43:11

어렸을 때 사고로 한 쪽 시력을 잃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유일한 취미는 곤충을 관찰하는 것이었는데 그만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표본을 고정할 핀이 동이 나 구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소년은 하루 종일 땅에 엎드려서 개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개미는 표본을 만들 필요도 없고 한 쪽 눈만으로도 충분히 탐구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외로운 소년과 개미의 우정은 새로운 학문의 시작이었다. ‘사회생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미국 하버드대 에드워드 O. 윌슨 교수의 이야기다.

개미는 ‘사회성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조직과 분업은 인간이 부러워 할 지경이다. 집단의 생존과 존속을 위해 여왕개미를 제외한 개체들은 자신들의 번식본능마저 철저히 희생하고 봉사한다. 개미는 사회화된 집단의 전형이다. 인간처럼 동물도 집단생활을 한다. 혼자보다 여럿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먹이를 구하는 것, 경쟁에서 이기는 것, 포식자에게서 자신을 보호하는 일에서 함께 있으면 든든하다. 그래서 동물학자들은 동물의 집단생활을 연구하는 데서 큰 흥미를 느낀다.

인문학자 중에도 이 일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프란츠 M. 부케티츠 교수는 사회화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패거리’를 구분했다. 동물 떼는 식량 공급이나 햇빛·기온과 같은 외적인 요인의 영향으로 형성된다. 하이에나와 독수리가 짐승의 시체를 먹으려고 모여들지만 그들이 사회적 결속을 맺지는 않는다. 이 경우는 동물 떼, 즉 패거리에 해당된다. 패거리의 속성은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 나면 흩어진다는 점이다. 그것은 일시적이며 필요에 따른 이합집산일 뿐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회화의 산물인 집단생활의 경우는 다르다.

집단은 안정적인 사회이다. 그 안에는 규율과 위계와 신념과 교감이 있다. 그래서 동물학자들은 패거리와 사회적 집단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우리가 잘 아는 새나 사회성 곤충·포유류는 집단을 형성한다. 인간사회에서는 어떤 것이 집단이고 어떤 것이 패거리일까. 회사나 조직은 집단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안에서 이해관계로 모였다 흩어지는 작은 패거리가 존재하기도 한다. 집단생활을 해 본 사람은 두 가지의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패거리에 속해 있으면 각종 혜택과 이익이 떨어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무조건 줄을 잘 서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을까.

요즘 대한민국 최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가 선출됐다. 민주당은 가치관과 목표가 분명한 어엿한 ‘집단’이다. 이 집단 안에서 이재명 대표는 ‘어대명’을 ‘확대명’으로 밀어붙였다.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열기에 힘입어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어정쩡하게 일어났다. 민주당에는 각종 계파가 있다. 그중에서 빛을 뿜고 있는 계파는 ‘친명’이다. 하지만 친명은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거대 야당을 집단에서 패거리로 만드는 길에 발을 들였다. 당 대표를 보호하느라 방탄용 당헌 개정을 했고 최고위원 다섯 명 중 네 명이 친명계가 당선됐다.

이러한 해괴한 일은 민주당 내부의 사안만은 아니다. 이 대표의 대선 패배는 행정가 시절 드러난 의혹들의 미해결과 미해명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이 대표는 자신을 열렬히 따르는 사람들의 입김으로 냉정히 얼어 버린 국민의 가슴을 녹일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국민 앞에 투명하고 솔직하게 나설 때이다. 민주당이 패거리가 아닌 집단으로 자리매김 되려면 이 대표의 결단이 요구된다. 민주당 내부의 ‘반명’ 의원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선명하고 공정한 가치를 세움으로써 그를 좇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그런데 외려 당을 자신의 범죄 혐의를 은폐하는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

동양의 성인 공자는 말했다. “군자는 사람들과 화친하지만 패거리를 짓지 않고, 소인은 패거리를 만들고는 (다른)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군자에게는 명분과 기준과 소신이 있다. 그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결코 이해득실을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군자를 따르는 집단에는 결코 반목이 없다. 반면에 소인은 이익을 우선하기에 이득이 있는 곳으로 왁자하게 모여든다. 그러느라 건강한 만남은 불가능하다.

공자의 시대에도 패거리와 집단이 존재했고 공자는 이 두 가지에 대해 단순하고 엄정한 기준을 제시했다. 사람들과 화친하는 것은 각자의 마음 속 하늘을 교감하는 것이다. 군자야말로 하늘을 따르는 자이다. 그래야 백성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이 대표는 개미를 굽어보는 소년처럼 누군가 우리 사회와 정치를 주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눈동자는 다름 아닌 하늘의 눈, 국민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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