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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오겜’, 한국적 스토리텔링의 세계화 보여줬다
영화나 팝의 성공보다 기분 좋은 쾌거
스토리를 재해석해 내는 작업 지속돼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19 08:50:10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오징어 게임(오겜)’이 세계 최고 권위의 방송 시상식인 에미상을 휩쓸었다. 잊힐 만하면 해외에서 들려오는 한국 문화계의 낭보에 움츠렸던 기운이 솟구친다. 정치가 실종되고 물가 앙등·증시 폭락·무역수지 적자 등 계속되는 경제 상황 악화로 사기를 잃고 있는 마당에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움직이고 삶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쪽은 역시 공공이 아니고 민간 부문임을 실감케 한다. 한국인의 DNA가 우수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요즘 들어 이런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국가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잣대로 경제력과 군사력에 더해 소프트파워가 중요시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 문화의 저력이 글로벌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이번 오겜의 에미상 6관왕 쾌거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5여년 전부터 미국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재 발굴에 급급한 미국 영화 제작자들이 한국에 눈독을 들인 것이다. 식상하고 진부한 소재에서 탈피하여 뭔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한국에까지 촉수를 뻗쳤다. 
 
‘시월애’ ‘올드 보이’ ‘엽기적인 그녀’ 등이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 영화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고 아시아나 유럽권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다. 당연히 한류(韓流)의 영향력이 컸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판권을 싸게 수입하여 이를 복사하여 판매하는 비즈니스까지 생겨났다. 물론 외국 영화나 드라마의 리메이크는 한국에서도 성행한다.
 
결국 드라마나 영화가 창작이라는 점에서 제작자들은 항상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찾기에 분주하다. 최근의 특징은 국적이나 문화적 장벽을 넘어서 광범위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점이다. 인터넷이나 SNS의 발달이 피부색이나 관습 혹은 종교적 신념 등을 뛰어넘어 가치의 공유를 가능케 한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인 20세기와 달리 21세기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이는 문화에도 예외가 아니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지만 일방이 아닌 쌍방향 소통은 과거보다 훨씬 원활하다. 다만 주목되는 것은 특정 국가 혹은 집단에만 국한되었던 이야기들을 지구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재창조해 내는 창의력과 기술적 백업이 중요한 비즈니스의 원천이 되고 있음이 목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부터 10여년 전 필자는 미국 할리우드의 본산인 LA에 주재했다. 현장에서 미국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는 세계 최고의 명성과 지위를 유지해 나가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여기저기서 노출되었다. 외부와 협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자존심을 버리고 빗장을 풀어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그리고 한국의 파트너를 대거 LA에 초청하거나 이들을 한국에 초청하는 비즈니스 이벤트가 수시로 개최됐다. 
 
오겜으로 대박을 터뜨린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와 경쟁자인 ‘디즈니’의 인터내셔날 콘텐츠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레베카 켐벨 회장이 한국 작품의 공감 확장성이 높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연유한다. 디즈니는 연말까지 K-콘텐츠 20개를 발표할 예정이다.
 
소품 등으로 돈 버는 중국인 상술 뛰어넘는 후속 비즈니스 창출 필요
 
오겜의 기록 경신은 기생충과 같은 영화나 BTS의 K-팝 장르의 성공과 다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정상에 오르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험난하다. 에미 역사상 74년 만에 처음으로 비(非)영어 드라마가 최초로 감독상·남우주연상 등을 거머쥔 것은 달걀로 바위를 깨트린 것이나 다르지 않다. 
 
한국적 스토리텔링이 먹혀들었다는 점에서 언어나 문화적 틈새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생겨난 생존의 위협과 빈부의 갈등에서 야기된 서바이벌 게임을 한국인의 이야기로 풀어내 세계인을 감동케 했다. 한류의 끝판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가 미국의 안방까지 점령함으로써 소프트웨어 파워의 비약적 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본 게임은 이제부터다. 재주는 ‘오겜’이 부리고 돈은 ‘넷서방’이 챙겼다는 말이 한동안 시중에 오갔다. 오겜으로 넷플릭스가 번 돈이 무려 9억달러(약 1조600억원)인 반면 한국인 제작자가 받은 돈은 고작 2140만달러(약 250억원)에 불과했다. 투자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갑을의 관계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 지명도가 올라간 만큼 이에 걸맞은 개런티를 받아 내야 한다. 한술 더 떠 의상이나 소품을 상품으로 만들어 돈을 버는 중국인의 상술이 혀를 차게 했다. 
 
드라마의 성공을 다른 차원의 비즈니스로 연결하지 못한 우리 패착이다. 여하튼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만의 것으로 옭아매지 말고 이를 보편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재해석해 내는 작업이 지속되어야 한다. 이에 더해 성공을 백업하는 파생상품이 연이어 나와야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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