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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내 탓이오! 배신과 천명
공자·에리히 프롬, 자연이나 신처럼 사는 주체성 가르침
“내 몸은 내 습관의 거울이고 타인은 내 행위의 거울이다”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30 09:57:10
 
▲ 최문형 동양철학자‧작가‧성균관대 초빙교수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 유학을 떠난 후배가 며칠을 별러 늦은 밤 전화를 했다. 친구에게 엄마 노릇을 해 줬는데 그 친구가 자신이 한국을 떠나자마자 배신을 했단다. 그에게 베푼 자신의 친절과 애정이 모두 위선이고 자신이 외국으로 간 것은 사기를 치고 도피한 거라고 모함을 했다고 한다. 한 시간여 전화한 결론은 착한 게 죄다!”였다
 
함께 지내는 동안 배신의 단서들을 느꼈는데 그냥 참고 넘어갔다는 점, 그리고 친구는 친구다워야지 엄마처럼 하는 건 중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잘해 준 게 죄가 될 때도 있고 착한 게 죄일 수 있다. 나도 요즘 가까운 친구가 나를 손가락질한다. 내가 배신자라고 한다. 내 생각엔 그 쪽이 배신자인데 이것이 웬 말인가? 억울하다.
 
마침 이번 주에 생신을 맞은 나의 스승 공자께 한 말씀 여쭈었다. “선생님, 저는 억울하옵니다. 저는 누굴 배신하지 않습니다.” “얘야군자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 법이란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전혀 속상해 하지 않았지.” “선생님, 그러면 남 탓이 아니고 제 탓이란 말씀입니까?” “그렇지. 남 탓을 한다는 건 이미 네 인생의 주인 자리를 남에게 넘겨줬다는 뜻이야.”
 
공자는 오십이면 천명을 아는 나이라고 했다. 천명은 하늘의 뜻이고 하늘의 마음은 뜬구름이 아니다. ‘자연이다. 자연이란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을 말한다. 몇 년 전부터 1년에 한 번씩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병원이라곤 거의 안 가 본 내가 ‘11수술을 세 번째 하고 있다. 어쩌다 내가 이 꼴이 되었는지 슬프고 속상했다
 
그런데 이것 또한 자연이란 걸 알았다. 몸에다 해악을 줄곧 해대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거다. 이게 천명이다. 혈액검사 수치는 정확하게 말해 준다, 그동안 내가 내 몸에게 한 짓을. 공자 말씀처럼 하늘이 따로 무슨 말을 할까.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일이 바로 하늘의 음성이다. 배신당했다는 생각은 천명을 모르는 결과다. 남 탓이란 없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인데 내 탓이지 왜 남 탓이란 말인가.
 
한동안 천주교에서 내 탓이오캠페인을 벌려 자동차 뒷유리창에 이 문구를 붙이고 다녔다. 그때는 막연히 이렇게 생각했다. ‘맞아, 내 탓인 게 마음 편하지.’ 이제 생각하니 틀렸다. 마음 편하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진실이다. 내 몸은 내 습관의 거울이고 타인은 내 행위의 거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천명을 보고 느낀다. 타인은 나의 주체성을 깨우쳐 주는 소중한 존재다.
 
숲의 나무들은 서로 연대하면서 바람과 한기에 맞서 살아간다. 하지만 각자가 모두 올곧게 서 있다. 소나무들은 빽빽이 살지만 옆의 나무가 가지를 낸 쪽으로는 가지를 키우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그들은 천명을 세포로 배우고 느낀다. 에리히 프롬은 이러한 식물의 지혜를 인간관계에 적용했다. 자립한 사람만이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랑의 기술에 비해 덜 알려진 책인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에서는 인간의 주체성을 명쾌하게 밝혔다. 구약 창세기의 선악과사건과 에덴의 추방을 천명의 관점에서 보았다. 신은 인간을 로봇으로 만들지 않았으며 인간이 자신처럼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유의지를 주었다. 하와는 기대를 저버리고 신의 명령을 거역하고 파트너와 함께 선악과를 먹었다. 신은 겉으로는 노했지만 속으로는 대견해 하며 그들을 독립시켰다. 그것이 에덴에서의 추방, 즉 실락원이다.
 
이제 인간은 신의 뜻(천명)대로 살게 되었다. 자기 생의 주인으로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게 된 것이다. 땅을 갈아 경작하는 것이 문화(culture)’라는 말의 뜻인데 땅에서 소산을 얻는 것은 바로 자기 행위의 결과다. 그래서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라고 했다. 내가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나와 친밀한 사람과의 관계를 잘 가꾸고 있는지 점검하고 문제를 고칠 줄 알면 문화인이고 교양인이다.
 
아침에 빨래를 널면서 베란다 너머 감나무에 주황색 감이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고 가슴이 출렁했다. 얼마 전 태풍 속에서도 감나무는 소중한 열매를 꼭 끌어안고 있었나 보다. 언제 저렇게 탐스럽게 열매를 익혔을까? 천명의 주체성을 일찍이 터득한 나무들은 남 탓(태풍 탓)을 모른다. 몸이 아픈가? 인간관계가 아픈가? “내 탓이오!”를 나직이 말해 보자. 그대가 내 마음을 몰라 주면 어떤가, 그것도 내 탓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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