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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별 헤는 밤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9 11:10:50
 
▲ 서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린 ‘2010가을세종별밤축제’에 뮤지컬 그리스 팀이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혹 밤하늘의 별을 세어 본 일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학창시절 문학도였던 필자는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별을 세어봤다. 마침 은하수가 동서로 강물을 만든 날이라 동쪽 하늘에 백백(100+100=200), 서쪽 하늘에 백백(100+100=200), 남쪽 하늘에 스물스물(20+20=40), 북쪽하늘에 스물스물(20+20=40), 그리고 밤하늘 중앙에 북극성을 포함한 북두칠성 7개를 합치니 총 487개였다.
 
물리학이나 우주론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문학도는 이렇게 별을 세며 놀았다. 물론 칠성사이다에서 7, 삼성에서 3, 효성에서 1, LG의 전신인 럭키금성에서 1, 미국에서 50, 중국에서 5, 북한·베트남에서 각 1개 등 총 69개를 하늘에서 따다 회사 상징 마크로 쓰거나 국기에 넣어 남은 별은 418개뿐이라는 그럴 듯한 통계를 들이밀기도 했다.
 
81년 전인 1941년 별을 세던 또 한 명의 청년이 있었다. 지금은 중국 영토인 북간도가 고향인 윤동주다. 먼 타향인 서울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를 다니던 윤동주도 나지막한 안산을 뒤로한 캠퍼스 어디에선가 별을 세며 이역만리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를 썼다. 1946년 발간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별 헤는 밤이다. ‘헤는은 함경도·강원도 사투리고, 표준어는 세는·헤아리는이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보통은 여기까지가 시의 끝인 줄 알지만 아니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 , ,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우주선으로 소행성을 충돌해 궤도 바꾸기 실험을 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별빛이 하나 줄어들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밤을 설친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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