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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못난이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30 14:21:10
  
▲ 못난이 농산물들이 최대 50% 이상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뉴시스]
 
 
뿌리가 여러 갈래인 당근, 울퉁불퉁한 양파, 갓이 골고루 퍼지지 않은 버섯, 쭈글쭈글한 감자, 배꼽처럼 움푹 파인 사과, 점박이 무, 꾸부러진 호박. 이름 하여 못난이농산물이다. 맛과 영양 등 품질엔 문제가 없으나 모양과 크기가 등급 외로 분류돼 판로를 잃은 농산물이다. 경제 불황을 맞아 이런 못난이 농산물이 각광받고 있다.
 
연초 노출된 한 기사 제목이 못난이 농산물, 지구를 살린다였다. 잘 생긴 농산물도 아닌 못난이 농산물이 지구를 살린다고? 당연히 호기심이 당겼다. 기사를 따라가 보니 어마어마한 내용이 달려 나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의하면, 지구촌 전체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14%가 수확 후 소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손실되고, 가정·소매업체·레스토랑 등 요리 과정에서 17%가 폐기된다.
 
이로 인해 각국이 줄이려고 기를 쓰는 온실가스가 30t이나 발생한다는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의 증언도 있다. 식품 폐기물을 한 국가로 간주할 경우 탄소 배출국 3위에 해당한다. , 못난이 농산물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이산화질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보다 더 높은 온실효과를 만든다. 또한 땅에 파묻은 농산물이 썩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역시 환경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어떤 분야든 선구자가 있듯이 버려지는 농산물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에서 일고 있다.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 인터마르셰는 부끄러운 과일과 채소캠페인을 벌여 유럽 전역에 못난이 농산물 소비운동을 촉진했다. 네덜란드의 크롬코마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과일·야채스프 전문 유통업체를 출범해 연매출 12000억원을 달성했다. 미국에서도 임퍼펙트 프로듀스라는 못난이 농산물 전문 온라인몰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무속신화 중에 바리데기 공주가 있다. 공주만 여섯 명인 왕실에 일곱번 째로 태어난 아기도 딸이자 대노한 왕은 강물에 띄어 버린다. 상심한 왕은 곧 큰 병이 생겼다. 병을 고치려면 버린 아기가 구해 오는 불사약을 먹어야 한다는 처방이 나왔다. 남의 손에 자란 버림받았던 아기 바리데기는 우여곡절 끝에 불사약을 구해 죽어가던 아버지를 살려낸다. 마침내 바리데기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못난이 농산물도 인간과 자연을 오가며 지구를 구한다. 못난이 만세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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