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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韓 게임 中 진출 길
‘판호’ 열려도 웃지 못하는 게임 업계… 중국 진출 ‘첩첩산중’
중국 정부, 한국 게임 7종에 판호 발급… 게임 규제 완화 기대감↑
판호 받아도 중국 출시는 별개… “중국 정부 특성상 예측 힘들다”
중국 게임 경쟁력 상승에 흥행 의문… “현지 게임과 차별화 필요”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02 00:07:01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 7개에 판호를 발급하며 빗장을 풀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일종의 허가증인 판호(版号)를 대거 발급하면서 중국 게임 시장의 문이 다시 열렸다. 중국 게임 시장의 거대한 규모를 생각하면 흥행할 경우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다만 국내 게임업계는 실제로 중국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라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또 중국 게임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크게 상승한 터라서, 국산 게임의 성공 가능성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1년 6개월 만에 외자 판호 발급… 14억 중국 시장 열리나
 
지난해 1210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한국 게임 7종에 대해 판호를 발급했다. 판호는 중국 시장에 게임을 유통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허가증으로, 자국 게임을 대상으로 한 내자 판호와 외국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외자 판호로 나뉜다.
 
이번에 외자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은 넥슨(제작사)메이플스토리 M’(게임명) 넷마블의 2의 나라: 크로스 월드’ ‘A3: 스틸얼라이브카밤의 샵 타이탄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에픽세븐엔픽셀의 그랑사가7종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내려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막고 소수의 게임에만 판호를 발급해왔다. 이후 외자 판호를 발급받은 국내 게임은 2020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20216월 핸드메이드게임즈가 개발한 룸즈: 불가능한 퍼즐’,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정도에 불과했다.
 
인구 14억 명의 막강한 소비력은 게임 업계에도 매력적이다. 시장조사업체 감마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매출은 약 2658억8000만 위안(한화 48조5000억 원)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3% 감소했지만 여전히 막대한 규모다.
 
▲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시장의 성공에 힘입어 주력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 (넥슨·스마일게이트 뉴스룸 제공)
 
여기에 더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중국 정부가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게임 쪽에서도 혜택을 입어 게임 시장 규모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으로 의료계가 화산에 다다른 현 상황에 높아진 중국인들의 불만 에너지를 전환하기 위해 배기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게임·드라마·영화 등 홈 엔터테인먼트 영역 규제 완화로 중국인들의 에너지를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소진하고 코로나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게임 업체들의 높아진 경쟁력 또한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명분을 약화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마지막으로 9월28일 개최될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첫 채택된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해당하기 때문에 규제 완화 분위기가 당분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시장은 국내 게임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 왔다. 스마일게이트의 1인칭 총싸움(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한국에서 주목받지 못했으나 2008년부터 중국에서 흥행하며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스마일게이트는 2021143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크로스파이어를 서비스하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가 6097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스마일게이트의 전체 매출 172억 원 중 5633억 원(55%)이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몫이었다.
 
넥슨 역시 ‘던전앤파이터’로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넥슨의 2018년· 2019년 매출 중 중국 시장의 비중은 각각 39%·45%를 차지했다. 이러한 매출의 대부분이 ‘던전앤파이터’ 중국 버전에서 발생했으며 이전에도 중국 시장 매출의 비중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 시장 성장 등으로 넥슨 매출의 중국 시장 비중은 2020년 28%·2021년 21%로 줄었으나, 중국 게임 시장에서 흥행하면 기업을 지탱하는 ‘캐시카우’로 삼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판호 열려도 중국 출시 일정 오리무중… 중국 게임 발전도 변수
 
업계에서는 판호가 발급됐다고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판호를 내줬어도 실제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아서다. 앞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기존에 판호를 획득했으나 2020년 중국 정부가 서비스 정지 결정을 내린 후 아직까지도 출시되지 않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 판호 발급 이후에도 청소년 보호 규정 등을 만족시키기 위한 조치를 요구해서 일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새로 판호를 발급받은 메이플스토리M의 경우에도 같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잘 협의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라는 국가의 특성상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 출시를 위한 준비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워낙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중국 버전 출시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게임사가 많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방침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중국 진출 일정을 짤 수 없고, 그때그때 허가가 나오면 준비하는 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업계에서도 중국 진출보다 더 다양한 국가로 시장을 넓히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의 약진으로 국산 게임의 성공을 자신하기도 힘들어졌다. 이전에는 국산 게임이 모든 면에서 중국 게임을 훨씬 앞섰기 때문에 쉽게 중국 게임을 제치고 흥행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중국 게임도 수준이 높아져 위협적인 경쟁 상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모바일 게임의 매출 순위 1위는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왕자영요’였다. 2위 역시 중국 개발사 호요버스가 개발한 ‘원신’이었다. 중국 게임 시장은 지난해 전체 매출 약 2658억8000만 위안 중 1930억5800만 위안이 모바일에서 나왔을 정도로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크다. 이번에 판호를 발급받은 7종 중 ‘로스트아크’를 제외한 6종은 모바일 기반 게임이다. 이들 게임이 중국에 출시돼도 중국 모바일 게임의 아성에 도전해야 하는 셈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서현]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펄어비스는 지난해 4월 ‘검은사막 모바일’을 중국 시장에 출시해 매출 증가가 기대됐으나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출시 초기 애플 앱스토어 기준 매출 30위권에 머물렀고 이후에는 매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펄어비스가 공시한 검은사막의 지적재산권(IP) 매출은 지난해 1분기 709억 원에서 2분기 743억 원, 3분기 766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펄어비스 지역별 영업수익에서 중국 시장을 포함하는 아시아의 비중은 지난해 1분기 27%에서 2분기 31%로 소폭 상승했으며 3분기에는 오히려 26%로 줄었다.
 
검은사막 모바일이 출시된 지난해 4월26일 펄어비스의 주가는 9만8000원이었으나 같은 달 27일 7만4200원과 28일 6만7000원으로 급락했다. 지난달 말 기준 4만50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도 커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국에서 출시하기만 하면 대박이라는 풍조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며 “중국 게임의 경쟁력과 기술이 많이 올라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더 신중한 분위기다”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검은사막 모바일’의 실패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 성공했던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중국 시장에서 현지 게임과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과거에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PC·온라인 게임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꼭 중국 시장 진출이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과거의 유산에 의존할 필요가 없도록 한국 게임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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