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10척 중 1척, 러시아산 석유 운송에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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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제재 지속되며 ‘그림자 선단’ 규모 확대돼”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3 00:03:07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전 세계적인 경제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대형 유조선 10척 중 1척이 러시아산 석유를 운송하는데 쓰인다고 CNN이 해운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석유 운송에 나서는 ‘그림자 선단’의 규모를 약 600척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전 세계 대형 유조선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확대됨에 따라 더 많은 선박이 이 선단에 합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러시아산 석유 거래가 힘들어지면서 많은 서방 화주들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특히 서방 선진 7개국(G7)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배럴당 60달러의 가격상한제를 도입한 후 위험을 무릅쓰려는 선주를 필요로 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국제 선박 중개인인 EA 깁슨의 연구 책임자 리차드 매튜스는 “러시아 사업을 하지 않는 선단이 있고, 독점적으로 러시아 사업을 하는 선단이 있다”면서 “소수의 선박만이 둘 다 조금씩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면서 아시아의 거래가 급격히 늘어났다. 데이터 분석회사인 케이플러에 따르면 러시아의 중국과 인도에 대한 석유 수출은 유럽의 해상 러시아 석유 금지가 발효된 후인 1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산 석유를 전년 대비 19% 증가한 일평균 190만 배럴 수입했다. 같은 기간 인도는 800% 급증한 일평균 90만 배럴을 구매했고, 또 다른 주요 고객인 터키로의 수출도 빠르게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소화하려면 러시아 자체 보유 선박만으로는 불충분하다. EA 깁슨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4배나 되는 원유 운송 능력이 필요하다. 그 결과 매달 약 25척에서 35척의 선박이 ‘그림자 선단’에 팔리고 있다고 석유 무역 회사의 다른 고위 간부는 CNN에 말했다.

두바이나 홍콩의 페이퍼 컴퍼니와 연계된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사업자들이 해운업계에 진출했다. 이들 일부는 유럽에서 유조선을 구입하거나 폐선 됐을 수도 있는 낡은 배를 구매했다면서 이 많은 배들을 누가 소유하고 운영하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고 CNN은 전했다.

케이플러의 선임 화물 분석가인 매튜 라이트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중동이나 아시아 회사에 판매된 선박을 ‘회색 배’로, 서방의 이란과 베네수엘라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용된 베테랑 선박을 ‘검은 배’로 분류했다. 그는 ‘검은 배’에 대해 “AIS 트랜스폰더(선박 식별 및 위치를 나타내는 장치)를 꺼서 활동을 위장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CNN은 ‘그림자 선단’의 문제점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먼저 전문가들은 제재를 피하거나 상한선 이상의 가격으로 석유를 파는 러시아의 능력을 높여준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이 선단에는 선령 15년 이상의 노후화된 유조선이 많아 해상 원유 유출 등 안전사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차드 매튜스 EA깁슨 연구 책임자는 “대형 유출이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