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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특히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을 겪어온 외식업계가 각종 서비스에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활용되기 시작한 서빙 로봇에 이어 최근에는 조리 로봇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올해 로봇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기업들은 로봇 개발과 관련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빙도 조리도 ‘로봇’이 하는 시대
최근 몇 년간 자영업자들은 일하는 사람을 줄여 왔다. 7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이른바 ‘나 홀로 사장님(자영업자)’은 지난해 기준 약 427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나 홀로 사장님’은 △2018년 398만7000 명 △2019년 406만8000 명 △2020년 415만9000 명 △2021년 420만6000 명 △2022년 426만7000 명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결국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혼자 일하거나 고용원으로 잡히지 않는 가족을 동원하는 자영업자가 계속해서 늘었다는 뜻이다. 2020~2022년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거의 모든 업종이 위축되면서 ‘고용 없는 자영업’을 더욱 가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음식점 및 주점업의 인력 부족률은 6.6%로, 전체 업종 평균(3.6%)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에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구인난 해결책으로 서빙로봇이 떠올랐다. 1만 원에 육박하는 최저임금과 높은 근무 강도 등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해결사로 등장한 것이다. 주로 서빙로봇은 자율주행 기술로 고객과 충돌 없이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고객 자리로 음식을 전달하거나 빈 접시를 주방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최근 로봇의 기능은 서빙뿐 아니라 △음식 조리 △배달 서비스 △돌봄 서비스 △청소 △안내 △보안 등으로 더욱 다양해졌고 그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 등 음료를 제조해주는 무인매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출시된 바리스타 로봇의 경우 1시간에 최대 72잔, 1분에 1.2잔을 제조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커피뿐만 아니라 카페라떼와 에이드까지 다양한 메뉴를 조리해준다.
이달 초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무인매장 카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2000원에 팔았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넣었더니 바로 바리스타 로봇이 음료를 제조했다. 주문하고 받기까지 3~4분이면 충분했다. 커피의 향과 맛은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가격이 일반 브랜드 카페보다 훨씬 저렴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빙 로봇을 임대하는 비용은 월 30만~60만 원대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로봇 도입이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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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뜨거운 기름에 닭을 튀기는 과정을 포함해 치킨을 조리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올 1월부터 치킨 튀김 및 탈유 공정에 대한 협동 조리 로봇 자동화 사용화를 위한 가맹점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로봇은 교촌치킨 조리방식대로 치킨을 2번에 나눠 튀기고 기름을 제거한다. 사람이 튀기는 것과 맛이 똑같은데 한 달 대여 비용은 100만 원으로 주방 인력 인건비의 3분의 1 수준이다. 교촌치킨은 앞으로 전 가맹점을 대상으로 로봇 도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외식업계의 서빙 로봇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 및 유진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서빙로봇 보급 대수는 △2021년 3000 대 △2022년 5000 대 △2023년 11000 대로, 시장규모는 △2021년 900억 원 △2022년 1300억 원 △2023년 2700억 원으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
조리 로봇의 범위와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시장조사기관들은 대체로 관련시장이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리서치네스터는 글로벌 조리로봇 시장규모가 2019년 8600만 달러(1062억 원)에서 연평균 16.1% 성장해 2028년 3억2000만 달러(3952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로봇이나 키오스크를 활용하면 가게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앞으로 이를 활용한 매장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주인없이 운영되는 무인점포의 경우, 일부 고객이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어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도 정부도 로봇 시장 확대에 ‘적극’
정부도 로봇 산업을 신성장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 규제혁파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제3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첨단 로봇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모빌리티 △세이프티 △협업·보조 △인프라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51개 과제를 수행한다는 게 골자다. 로봇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점을 감안해 51개 과제 중 39개 과제를 내년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로봇 규제 해제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사업 확장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꼽고 올해 초 로봇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 원 규모를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로봇 특화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보조기구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해 말 로봇 프로젝트 관련 조직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조리 로봇 관련 사업화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특정 사업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조리로봇 분야는 2019년부터 하드웨어·솔루션 모두 준비해온 분야”라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조리로봇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두산로보틱스는 조리로봇 분야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미 로보테크와 협업해 조리로봇 ‘쿡봇셰프’를 선보였다.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시범사업을 통해서는 육군훈련소에 조리로봇을 공급하기도 했다.
KT도 자율주행 배송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KT는 음식물을 배달하는 동안 음식별로 최적의 온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탑재한 배송로봇을 출시했다. 고객이 수령할 때까지 음식을 최적 상태로 유지해 배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향후 의약품이나 신선식품 배달에 확대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외식시장이 무인 주문·결제에서 서빙·조리 로봇 순으로 자동화되고 있다”며 “업무 효율성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절감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화된 주방은 식재료 적정 관리 및 잔반 감소에 도움이 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측면에서라도 기업들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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