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빈 살만이 인수한 뉴캐슬 얼마나 높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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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빅 클럽’ 제치고 당당히 3위 랭크
투자없이 성과없다는 평범한 진리 증명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03 08:30:44

잉글랜드·스페인·독일 등 유럽 각국의 유명 프로축구 리그에서 매 시즌 선두권에는 큰 변동이 없다. 단골 손님들이 리더보드 상단에 포진한다는 얘기다. 1~4위 안에서 단순히 순위 자리바꿈만 할 뿐이다.

가장 흥행이 잘되고 인기가 많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경우 상위권에서는 ‘갑부 구단’인 맨체스터 시티·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스널·리버풀·첼시 등이 늘 우승 싸움을 벌이곤 한다. 이른바 ‘빅 클럽’들이다. 다음 시즌 유럽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이 주어지는 4위까지의 싸움에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훗스퍼 등도 가세하기 때문에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1992년부터 시작된 EPL에서 맨유가 13회·맨시티 6회·첼시 5회·아스널 3회·리버풀 1회 리그 챔피언에 오른 것이 단적인 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그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와 라이벌인 FC 바르셀로나·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이 매 시즌 1~3위를 다툴 정도다. 라 리가에선 레알 마드리드가 35회·바르셀로나가 26회·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11회 우승한 걸로 나와 있다. 우승은 전통의 레알 마드리드 아니면 바르셀로나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2001년부터 따지더라도 레알 마드리드가 8회·바르셀로나가 9회·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1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전통 강호인 바이에른 뮌헨·보르시아 도르트문트도 늘 리그 정상의 자리를 다툰다. 이들 빅클럽들은 늘 좋은 성적을 내다 보니 명문 팀으로서 팬층이 두터운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명문 팀들의 나눠먹기식(?) 우승에 기분좋게 브레이크를 건 것은 2015~16시즌의 레스터 시티였다. 기라성같은 명문 구단들을 제치고 유명 선수도 없는 작은 구단이 챔피언에 오른다는 것은 마치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축구 팬들은 모처럼 새로운 구단의 챔피언 등극으로 신선한 충격을 맛볼 수 있었다. 변방구단인 레스터 시티는 시즌 시작 전 우승 확률이 채 500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발견한 것과 같다고 할 정도로 불가능에 다름 아니라는 평가였다.

7년 전과 같은 신선한 충격은 아니지만 이번 2022~23시즌에도 EPL 구장에 돌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잉글랜드 북부 지방의 ‘터줏 대감’인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모처럼 선전을 거듭하며 리더보드 상단을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늘 10위권 밖에서 맴돌던 뉴캐슬이 전통의 ‘명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현재 3위에 오르면서 4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시즌 UCL 티켓을 손에 넣은 셈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EPL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EPL 역대 최다골(283골)을 기록한 ‘득점기계’ 앨런 시어러를 배출한 게 전부였던 뉴캐슬이었다. 팀 역사는 무려 140년이 넘지만 이렇다할 존재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케빈 놀런과 장신 공격수 앤디 캐롤이 포진했던 2008년~2010년엔 뉴캐슬이 잘 나가는 듯했으나 그것도 ‘반짝’으로 끝났다.

별 볼일 없던 ‘스몰 클럽’ 뉴캐슬이 올 시즌 들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15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달성한 데 이어 최소 실점(27골)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무엇보다도 ‘돈의 힘’이다. 돈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를 쥐락펴락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가 1년 반 전 뉴캐슬의 구단주가 된 뒤로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빈 살만이 구단주가 되었다는 발표가 있자 뉴캐슬 서포터스가 마치 리그 우승이라도 한 듯 환호성을 지른 이유다.

빈 살만이 팀을 인수한 이후 이번이 사실상 첫 시즌이다. 중동 왕족으로 유럽축구 구단주가 된 것은 물론 빈 살만이 처음은 아니다. 맨시티 구단주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왕족 셰이크 만수르,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망(PSG)의 구단주인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에 이어 세 번째다.

빈 살만 왕세자가 가진 돈은 무려 4500억 파운드(약 751조 원)라고 한다. EPL 3연패를 노리고 있는 맨시티의 구단주 만수르의 재산 311억 파운드보다 무려 14배나 많은 천문학적인 액수다. 빈 살만보다 돈 많은 축구 구단주는 없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에서 활약 중인 이강인을 영입하는 데 무려 1800만 유로의 ‘총알’을 준비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사우디 국부펀드의 주인이기에 돈 걱정할 필요가 없는 빈 살만은 뉴캐슬을 인수하는 데 3억500만 파운드를 들였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좋은 감독과 좋은 선수를 영입한 결과 좋은 성적이 날 수 밖에 없는 선순환 구조다.

뉴캐슬발(發) 돌풍은 결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는다. 뉴캐슬이 UCL에 출전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뉴캐슬의 선전은 “과감한 투자 없이는 결코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스포츠 세계에서의 단순하고도 평범한 진리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뉴캐슬이 얼마나 더 비상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박병헌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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