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자연재해로 지난해 7100만 명 일상 잃어…사상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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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등 각종 분쟁으로 실향민 급증
반복되는 홍수·가뭄에 870만 명 터전 잃어

김명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12 00:03:00

▲ 내전으로 80만 명 이상의 실향민이 발생한 수단에서 시민들이 식수 지원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구촌 곳곳이 전쟁과 재해로 신음하고 있다.

AP통신은 지난해 잇따른 분쟁과 자연재해로 사상 최대인 7100만 여 명에 이르는 국내 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s·IDP)이 발생해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노르웨이 난민 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국내 실향민은 자신의 일상적 거주지에서 분쟁, 폭력, 자연재해 등의 요인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도피하게 된 사람들 중 국경을 넘지 않고 자국 내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재해를 제외한 각종 분쟁과 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국내 실향민의 수는 6200만 명으로 2021년 대비 1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으로 인한 국내 실향민의 급증은 시리아와 에티오피아의 내전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한 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국내 실향민의 수는 600만 명에 이른다.

분쟁과 별개로 홍수, 기근 등의 자연재해로 일상을 잃은 사람은 전년보다 45% 늘어난 870만 명으로 기록됐다.

3년간 이어진 라니냐 현상으로 지난해 여름 파키스탄에서는 역대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나이지리아와 브라질에서도 잇따라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7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반면 소말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등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사상 최악의 가뭄이 일어났다. 역대급 가뭄으로 220만 명 이상의 국내 실향민이 발생했으며 소말리아에서만 최소 4만3000명이 사망했다. 식량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인의 수는 3700만 명에 이른다.

노르웨이 난민 위원회 잔 에글랜드 사무총장은 “2022년에는 분쟁과 자연재해의 ‘완벽한 폭풍’이 일어났다”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규모의 국내 실향민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수단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일어나 지금까지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80만 명 가까운 국내 실향민이 발생했다. 인도, 미얀마, 파키스탄 등지에서도 잇따른 유혈사태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해묵은 교전은 점점 격화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기후 문제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은 62년 만의 가뭄으로 저수지가 말라붙어 수천 명이 모여 기우제를 지내는가 하면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이달 발생한 홍수로 4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여름 엘니뇨 현상으로 아시아에 최악의 폭염과 홍수가 닥칠 것으로 예측했다.

유엔(UN)은 커져가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늘어났다.

올해도 평범한 일상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분쟁 종식과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한 국제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김명준 기자 mj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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