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박정희와 윤석열, 같은 점과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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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세력 척결은 둘의 공통된 운명
박정희 ‘이기는 싸움’ 했는데 尹도 해낼까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25 06:31:20

대한민국의 정치 풍토와 스타일을 사실상 결정지은 게 1964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였다. 한·일국교정상화와 월남 파병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무조건 반대를 앞세운 야당은 사생결단으로 정부·여당에 맞섰고, 대학생들마저 거리로 쏟아져 나온 판국이었다. 대통령의 선택은 명쾌했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통상적 의미의 정치 행위 대신 군 병력을 동원한 것이다.

그걸 보는 시각은 지금도 제각각이다. 당시 등장했던 대학생 시위 세력을 이른바 6.3세대라 칭하며 무슨 훈장 탄 것처럼 거들먹대는 무리도 적지 않다. 자신들이 현대사의 주인공이란 자부심 같은 걸까? 하지만 긴 안목으로 보아 박정희의 승리다. 문제는 그의 선택이 8년 뒤인 1972년, 10월 유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또 한 번의 국가 위기 앞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다시 했던 것이다.

결국은 그게 강 대 강으로 맞서는 한국 정치의 고약한 체질을 만들었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란 반국가단체가 코앞에 있고, 철부지 대학생들이 날뛰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정치인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의 첫 비상계엄 선포 60년 후,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반국가세력이란 용어는 현대사에서 박정희·전두환 정권 이후 처음 듣는 것이다.

때문에 입 있는 자들이라면 모두 와글대고 좌빨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그게 윤 대통령의 운명이다. 집권하고 1년을 지켜보니 현 상황은 그야말로 반국가세력이 쥐락펴락하고 있음을 그가 절감한 것이다. 그걸 직설화법으로 표현한 윤석열에게서 박정희의 향기가 난다고 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박정희 시절 한·일국교정상화와 월남 파병이 화두였다면, 지금은 한·일관계 정상화이고 한·미동맹 강화가 관건이다. 구조까지 같다.

60년 전 야당과 대학생은 사생결단으로 정부 여당에 맞서며 굴욕외교를 비판했지만 지금은 당시보다 상황이 훨씬 안 좋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온건 개혁정당이 아니고 조선로동당 2중대이며, 주사파로 탈바꿈한 586세대가 여의도 국회까지 점령한 상황이다. 결정적으로 그들의 뒷배를 봐주는 평양과 베이징도 똬리를 틀고 앉았다. 반(反)대한민국 세력으로 진화한 저들이 급기야 국제연대의 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그런 저들 무리를 향해 당당히 반국가세력이라고 때린 대통령이 뭐가 잘못됐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건 바로 그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윤석열과 박정희는 적지 않게 다르기도 하다. 박정희는 군부를 등에 업고 행정부 역시 강력했지만 윤석열에겐 그런 게 없다.

그래서 묻는다. 그의 반국가세력 발언을 백업해 줄 정교한 논리 개발과 후속조치가 왜 관련 부처에서 등장하지 않는 것인가. 국가정보원·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외교통상부는 왜 팔짱을 끼고 있는가. 상황이 그러하니 용산 대통령실은 혼자서 변명하기 바쁘다. “아니 그게 아니고 대통령의 뜻은…” 이게 뭔가? 대통령은 샅바를 잡았지만 나머지는 다 도망치고 흩어진 꼴이다.

대통령 발언이 나온 6월28일 이후 거의 1개월, 이 와중에 신난 것은 민주당과 문재인 세력이다. 이재명은 “극우 정권 극우 대통령”이라고 반격했다. 문재인은 윤 대통령을 지목해 “그거야말로 냉전적 사고”라고 때렸다. 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 그리고 전직 대통령 문재인 셋 사이의 보기 드문 설전으로 번진 것이다.

이런 말 전쟁은 그저 지나가는 얘기 내지 해프닝인가, 아니면 큰 전쟁을 예고하는 것일까. 나는 대한민국 체제 전쟁 시즌2의 뚜껑이 열렸다고 본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진행 중인 ‘느슨한 내전’이 체제 전쟁 시즌 1이었으며, 지금은 그게 다시 불타오른 국면이란 뜻이다. 유감스럽게도 현 상황은 선빵을 날린 윤 대통령이 외려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좌빨 무리가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을 벌이는데 우파에선 대통령 혼자서 싸우는 꼴이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임 있는 윤석열정부의 참모들이라면 지금 코앞의 총선을 앞둔 단계에서 반국가세력이라는 발언을 전면적인 사상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게 요체다. 그걸 토대로 반대한민국 세력을 제대로 응징하고 요절내야 할 텐데 그게 과연 누구의 몫인가. 그걸 되묻는다.

실은 대통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혼자 단기필마로 적진에 들어가 고립되기보다는 상황 파악을 마치고 정교한 싸움을 걸었어야 옳다. 정부의 시스템을 총동원해 사생결단의 전쟁을 치룬 뒤 대통령은 깃발만 꽂으면 되는데, 조금은 거꾸로 된 것이 이번 반국가세력 발언이었다. 어쨌거나 이기면 된다. 지금 그것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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