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북한 무인기 개발과 우리의 당면 과제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군사기술 점핑 주도하는 북한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북한 앞서기 위해 국방과학기술 방향성 재정립 필요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04 06:31:30

최근 북한 열병식에서 미국의 고고도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RQ-4)’와 무인공격기인 ‘리퍼(MQ-9)’와 유사한 ‘샛별-4’와 ‘샛별-9’ 무인기가 공개되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외형만으로는 전문가들조차 미국산 무인기와 쉽게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물론 기능이 없는 목업(Mock-up) 가능성도 있고 샛별-9의 경우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겠으나 대(對)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애당초 북한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외국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할 의지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지재권을 침탈했던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이번 샛별-4와 샛별-9라는 ‘복제품’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대놓고 복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스로 명명한 이름인 ‘샛별’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영어권에서 ‘악마’를 뜻하는 ‘루시퍼(Lucifer)’의 의미를 가진다. 본인들도 모르게 부지불식간 인류의 악(惡)으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미국 방산업체를 해킹하여 도면은 구할 수 있었으나 항공기 엔진 및 전자광학(EO), 적외선장비(IR), 합성개구레이더(SAR) 등의 탐지센서 기술 확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이미 해킹으로 관련 핵심기술을 확보하였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얼마 전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 사이버해킹대회’에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과대학 참가자들이 1~4위를 모두 휩쓸었을 만큼 북한의 해킹기술은 세계 톱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무인기의 운용 및 수집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데이터링크 통신망을 확보하였는가?’다. 현재 한반도 상공에 있는 러시아의 정찰위성은 총 7대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북한은 당장 시급한 식량 및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동시에 장기간 대량 보관 중이던 ‘탄약·포탄·로켓’을 제공함으로서 노후 탄약을 쉽게 교체하게 되었으며 러시아가 위성 채널 하나를 제공함으로서 그 공백을 채워 줄 수도 있다.

아직까지 성능이 의문시 되는 북한의 신형 무인기를 지나치게 과소 또는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것은 2014년 RC 비행기 수준의 조잡한 비행체를 만들던 북한이 10년 만에 비행이 가능한 글로벌호크의 복제품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다. 탑재장비는 밀수하거나 개발하면 된다. 이미 고고도무인기 및 공격용 무인기 플랫폼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유사시 피아식별장비(IFF) Mode4 신호가 없고 레이더반사면적(RCS)이 크고 느린 대형무인기는 사전 접촉이 용이하고 요격이 가능해 큰 영향은 없을 수 있다. 문제는 그간 낙후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북한의 공군력이 중간단계를 건너뛰고 ‘기술적 점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낙후된 북한의 공군기와 연료 부족 등을 고려 시 북한은 무인기 위주의 항공 전력으로 급속 전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인기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사이버해킹 및 전자전 능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더욱이 북한의 경우 체제 수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신형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발명가를 ‘영웅’으로 대접하며 평양시에서 ‘최고위층의 삶’을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아쉽게도 국방연구개발에 있어 ‘성실실패’는 용납되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적을 압도할 ‘신개념의 무기’를 개발할 가능성도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불과 10년 만에 글로벌호크 복제품을 만들어내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으며 이제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경우 신기술 개발 성공률이 10~15%에 불과한 반면 우리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성공률은 100%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새로운 무기체계는 개발 후 계속 개량해 가며 완전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성실실패에 대한 정부 및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는 헤쳐 나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북한 신형 무인기의 성능을 논하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방과학기술개발 종사자들을 ‘기술개발을 장려’하되 그들의 ‘노력과 실패조차 인정’해 주고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카이스트에서는 ‘휴먼형 조종사 로봇’을 개발했다. 좀 더 완벽하게 보완 및 검증이 끝난다면 별도의 새로운 시스템 개발 없이도 이미 보유 중인 항공기·전차·장갑차·함정을 조종할 수 있을 것이다. 병력 감축 시대에 장병 보호를 위한 획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합동군사전략목표계획서(JSOP)’에 없는 장비라며 민간 분야의 아이디어로 끝낼 것인가? 미래 전장을 주도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발전시킬 것인가? 말뿐인 국방기술과 민간기술의 ‘스핀온(Spin-on)·스핀오프(Spin-off)’가 아닌 전향적 사고 전환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박진기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