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中글로벌 위상 추락… 세계질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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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불협화음 자충수에 경제적 영향력 약화
등 돌리는 국가 늘고 현명하게 이익 챙기는 구도 고착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08 06:31:25

1980년대 말의 일본은 무소불위였다. 국민은 사기충천했고 기업의 기개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전후 40여 년 만에 이룬 경제적 기적과 그 성취감에 도취해 있었다. ‘모노즈쿠리(もの造り)’로 상징되는 일본의 장인정신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미국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넘쳐났다.

엄청난 무역흑자를 내면서 미국의 기업은 물론이고, 하와이를 비롯해 본토 땅까지 손아귀에 거머쥐었다. 당시 도심 서점가에는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면 일본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도쿄 번화가는 흥청거렸고, 심지어 지방에도 돈 굴러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러나 10년도 채 못가 일본의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그 후 잃어버린 30년을 보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결과치곤 대가가 너무 컸다.

2012년 중국에는 시진핑이라는 정치 지도자가 혜성 같이 등장했다. 후진타오 주석 이후의 후계자 반열에 있기는 했지만 그가 쉽게 권력을 잡을 것으로 예측한 중국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주석직에 오른 시진핑이 단행한 첫 번째 조치는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권력 기반의 강화였다.

그는 정적(政敵)을 하나둘씩 제거하면서 종래의 집단지도 체제를 무시한 1인 통치 의 지배력을 공산주의 국부인 마오쩌둥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 대외적으로는 전임자들이 고수해 온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전략을 포기했다. 그러고는 소위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로 공격적으로 변신했다. 특히 중국의 이익에 반(反)하는 행위를 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세우고 있다.

미국에는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면서 ‘신형(新型) 대국관계’, 즉 미국과 중국이 대등하게 지구촌의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에 제동을 걸면서 중국이 또 다른 한 축을 만들겠다는 과감한 도전이다. 중국식 표현으로 하면 ‘주동작위(主動作爲)’다. 미국에 끌려가지 않고 주도적으로 중국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대외 전략의 수정이다.

미국과의 경제력 차이가 좁혀지면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중국의 입김이 점점 세지고 있는 판이다. 세계의 공장에 이어 세계의 시장이 되면서 중국 상품에 의존하는 세계의 소비자, 중국 시장에 기대는 세계의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추진으로 주변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중남미를 비롯해 아프리카·동유럽 등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동조, 중국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에 불편한 심기를 가진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까지 이에 현혹되기도 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에서 비롯된 현상이었다. 또한 주로 기업 인수이기는 했지만, 중국의 대외투자도 거기에 한몫했다.

오히려 미국의 입지가 축소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이제 중국의 영향력은 과거 일본이 세계 시장을 호령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다. 한때 일본의 경제적 지위에 걸맞지 않은 무차별적 공세에 대해 세계가 ‘경제적 동물(Economic Animal)’이라는 닉네임을 붙여 주기도 했다. 이제 중국이 과연 일본과 다른 모습으로 미국과 정정당당하게 겨뤄서 제로섬 게임을 넘어 세계에 생산적 이바지가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의 초점이 모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져 가는 분위기다. 초기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웃 국가들에 이어 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에서마저 중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보다 더 비열하고 악의적이라는 평판이 공공연히 떠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도 일시적으로 중국 편에 서는 국가들이 있기는 하지만 과연 그들이 장기적으로 일관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이 흔들리는 틈을 활용해 중국이 기세를 확장해 나왔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분출하고 있다.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 아니면 미국과 중국의 힘이 공존하는 세계를 두고 저울질하면서 어디서 자국의 이익이 나올 것인가를 두고 각국이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대륙별 주요 24개국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호감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중간값 기준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67%로 긍정적 견해 28%보다 3배 가까이 높아 역대 최고치를 보여 줬다. 일본·미국·호주·캐나다·독일 등이 80% 내외의 비호감을 나타냈고, 한국도 77%로 2019년 63%보다 비호감이 크게 높아졌다. 이어 폴란드와 인도가 각각 67%, 브라질·남아공·아르헨티나 등도 40%를 넘어서고 있다.

주된 이유로는 중국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것과 불필요한 내정 간섭 등을 들었다. 중국 경제의 영향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지고 보면 중국의 자업자득이다. 다만 우리는 이웃에 대한 지나친 부정은 또 다른 불협화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흐름을 읽어 가며 평소보다 더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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