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산업화에 못 미치는 민주화가 일으키는 국가적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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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자들이 저지른 사건·사고를 국민이 메꾸는 파행 계속
사이비 민주화 세력들에 의해 포장된 퇴행적 민주화의 폐해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15 09:46:12

아슬아슬하던 2023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결국 전 국민이 구원투수로 동원돼 끝을 냈다. 그들만의 행사로 놔두었더라면 아마 풍비박산이 나서 국가적 대망신을 당할 것을 절반이라도 만회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스럽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8일 파영을 결정했고 전 세계 158개국에서 온 4만3000여 명의 대원들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가까스로 11일 상암동으로 불러들여 K팝 콘서트로 대미를 장식함으로써 추락하는 국가 위신을 멈춰 세웠다. 그러나 뒷맛이 개운치 않고 후유증이 한동안 계속될 조짐이다. 기존 예산에 추가 투입된 비용마저 추산하면 2000억이나 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상당수의 인사가 책임을 면치 못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회 준비 전 기간의 정황을 미루어보면 주최 측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거짓말과 사기를 친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숲을 만들 것이라고 사전 홍보 자료에 그럴듯하게 묘사해 놓았지만, 실제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의 야영장을 만들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주최 측이 세계 각국의 젊은 잼버리 대원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초래했다.

심지어 조직위원회는 전체 참가국 혹은 인원수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도무지 있을 수 없는 파행이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한국에서 공공연하게 노출되었다.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소홀히 하는 국가 행위가 외국인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 셈이다. 이 정도라면 차기 엑스포는 고사하고 국제행사는 단념하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겠나.

이제 본격적으로 새만금잼버리의 부정과 비리를 캐려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도 이는 피할 방도가 없다. 다만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잘잘못을 가리려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렇게 되고도 남을 법하다.

따지고 보면 그들도 ‘초록이 동색’인 한통속이다.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힘없는 자들만 내동댕이치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 되고 만다. 이번 새만금 사태는 국민의 세금이 이를 주무르는 자들에 의해 어떻게 유린당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와 유사한 국가적 혹은 지방 행사가 대체로 이런 형태로 진행된다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당장 도마 위로 오른 것이 공무원 혹은 공공 부문 종사자들의 해외 출장 관련 비리다. 필자는 해외에서 20년 가까이 있어서 밖에서 이들이 순방 일정 동안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를 비교적 소상히 아는 편이다. 출장 목적은 간 데가 없고 온갖 외유성 일정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심지어 해외에 나와 있는 공공 혹은 민간 주재원들을 괴롭히면서 현지 문화 체험을 한답시고 갖은 추행을 일삼기도 한다. 심지어 배지를 단 선량들의 행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적 사비는 한 푼도 쓰지 않으면서 국가 예산으로 짜인 출장비만으로 극치의 비도덕적 무모함을 보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그들의 무모함과 과감함에 혀가 찰 뿐이다. 이런 짓을 하고 국내로 돌아가니 국가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하다.

한편 예정된 일정의 한 부분인 주재국과의 공식 일정을 추진하다 보면 속상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결례는 기본이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미팅 참여로 인해 주재국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핀잔을 듣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현지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왜 이런 일이 그치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것일까? 국가 발전 속도에 비교해 갈수록 뒷걸음질 치는 공적 부문의 후진성 혹은 퇴행성에서 기인한다. 민간의 역량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의 자질과 도덕적 수준 말고는 들이댈 잣대가 없다.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LH의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듯이 국가 녹을 먹는 자들의 파렴치함이 이미 도를 넘었다. 이를 보고 분노만 하지 엄중한 문책을 하지 못하는 국민의 속만 타들어 간다.

흔히 우리가 이룩한 경제적 성취를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한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 산업화에 견주어 민주화의 수준을 보면 부등호가 크게 전자로 기운다. 이 두 부문 모두 국민의 피와 땀이 만들어낸 산출물이다. 지금으로 보면 산업화는 기업이 중심이 되어 어려운 글로벌 환경 가운데서도 한국의 위상을 높여가는 중이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산업화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인색하지 않다.

반면 민주화는 한물간 운동권 혹은 그럴듯한 무늬로 포장한 사이비 세력들에 의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인권이 땅에 떨어지고, 혈세가 줄줄 새는 것이 성숙하지 않은 민주화로 인해 생겨나고 있는 파열음이다. 바닥까지 떨어진 민주화를 산업화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역주행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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