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겐 세 개의 마스크가 주어진다… ‘마스크걸’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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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미처럼 열심히, 마스크걸처럼 즐겁게, 나이 들어선 의미 있게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28 09:30:54

넷플릭스 7부작 ‘마스크걸’이 국내 1위, 비영어권 2위를 달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화제성은 3인 1역 캐스팅이다.

외모 콤플렉스가 가득한 20대 김모미는 신예 이한별이 맡았다. 성형한 뒤의 김모미 역에는 세계적인 미인 반열에 올랐던, 애프터스쿨의 나나가 캐스팅됐다. 그리고 40대의 김모미는 고현정이 연기했다. 세 배우 모두 각자의 김모미를 잘 그려 냈다는 평이다.

‘세 개의 이름, 세 번의 인생, 세 번의 살인’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숫자 3이다. 숫자 3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완벽한 숫자로 여겨졌다. 하나는 불완전하고 둘은 경직돼 있지만 셋은 역동성과 균형을 만들어 낸다.

김모미의 어릴 적 꿈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모미는 끼도 넘치고 몸매도 우월하지만 단 하나 얼굴이 따라주지 않아 평범한 회사원으로 성장한다. 그 한 가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모미는 밤마다 마스크를 쓰는데…

성형 미인으로 다시 태어난 김모미는 이제 감출 게 아무것도 없다. 얼굴마저 완벽해졌기 때문이다. 단 하나 ‘살인의 추억’을 빼고 말이다. 결국 도피 생활 중인 모미에게 성형한 얼굴은 또 다른 마스크가 된다.

모미의 마지막 마스크는 모미 그 자체다. 잔혹한 범죄자, 대담한 수형자로 살아가지만 그 어느 것도 그를 정확하게 수식하는 말은 아니다.

모미의 내면에는 삶 전체를 마스크로 만들어버릴 만큼 고결한 모성이 깃들어 있다. 모미는 자유의 몸으로도 하기 어려운 일을 수감자 신분으로 해낸다. 딸을 지켜 낸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은 그의 마지막 이름이었다.

마스크걸을 시청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1994)가 떠오른다. 다크 호스의 코믹스 ‘마스크’를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는 소심한 은행원 스탠리가 의문의 마스크를 쓰는 순간 이드(id)가 펄펄 끓어오르는 제3의 인격체로 변신한다는 내용이다.

두 영화는 공통점이 있다. 스탠리의 마스크도 그렇지만 모미의 마스크도 사실은 무언가를 가리는 용도보다는 내면의 활력과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도구에 가깝다는 것이다.

‘부모의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는 금언을 뒤집으면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물며 내 얼굴을 가렸음에야.

나쁜 짓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원이라고 해서, 한 가정의 가장이라고 해서, 주부라고 해서 꽉 막힌 삶을 살 필요는 없다.

웰빙학에서는 잘산다는 것의 기준을 즐겁게 살고(Pleasure Life), 열심히 살고(Engaged Life), 의미 있게 사는 것(Meaningful life)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회사원 김모미처럼 열심히 살되 마스크걸처럼 자신만의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의미를 확장해 타인을 돕는 삶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드라마에서는 모성으로 표현되었지만 나 아닌 타인을 돕는 이타적인 행동은 인간에게 위엄을 선물한다. 위엄이 없는 인간이란 얼마나 시시한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세 가지 마스크만 갖는다면 어디서 뭘 하고 살든 뭐가 문제인가.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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